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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탐구 (19)시력저하] 한번 나빠진 눈은 저절로 회복 안 돼

천하한량 2007. 4. 6. 01:07
[질병탐구 (19)시력저하] 한번 나빠진 눈은 저절로 회복 안 돼

어릴 때 안경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속설은 맞지 않아

[인터뷰] 강남 ALC 안과 유용성 원장

▲ 그림·박상철
시력이란 우리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안구 뒤쪽에서 선명하게 상(像)을 맺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초점을 잘 맞추는 힘, 즉 눈의 도수는 각막과 수정체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휘어지게 되는데 정상적인 눈은 휘어진 빛이 안구 뒤쪽 망막의 황반에 한점으로 모아진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각막과 달리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는 사물의 거리에 따라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상이 망막에 선명하게 맺히도록 한다.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대부분 멀리 있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근시(近視)와 관련이 있다. 근시가 있는 사람은 상이 망막보다 앞에서 맺히기 때문에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의 근시를 축성근시라 한다. 이는 성장기에 안구(眼球)가 늘어나면서 상이 원래 맺히던 자리보다 앞에서 맺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안구가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는 수정체가 크기를 조절해 제대로 상을 맺을 수 있지만 너무 길어지면 수정체의 조절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일반적인 안구의 크기는 지름이 2㎝ 내외지만 근시가 심한 사람의 안구는 3㎝에 이르기도 한다.


근시가 있는 사람이 멀리 있는 사물을 보기 위해 습관적으로 눈에 힘을 주는 것은, 이렇게 하면 눈의 압력이 올라가 안구가 팽창하면서 초점이 좀더 뒤에 가 제대로 맞기 때문이다. 안경이나 렌즈의 역할은 초점의 위치를 좀더 뒤로 미뤄줌으로써 상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구도 성장을 멈춘다. 어른이 돼서 더 이상 눈이 나빠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근시 외에도 먼 데 있는 사물은 잘 보는 데 반해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못 보는 원시(遠視), 각막이나 수정체의 굴절 이상으로 생기는 난시(亂視) 등이 시력저하의 또 다른 유형이다.


보통 어른이 되면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안경이나 렌즈를 써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다. 정상적인 눈은 교정시력으로 1.0까지 볼 수 있다. 문제는 선천적으로 각막이나 수정체에 이상이 있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약시(弱視)를 가진 경우다.


눈은 처음부터 완성된 시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보통 6~7세 정도 돼야 정상적인 시력을 갖게 된다. 이는 운동을 통해 근육이 발달하듯 시력도 깨끗한 상을 반복적으로 봄으로써 좋아지기 때문이다. 약시를 가진 아이는 어려서부터 깨끗한 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시력이 발달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안경이나 렌즈를 낀다고 해도 1.0의 정상 시력을 볼 수 없다. 잘못된 속설 중에 ‘어려서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약시가 있으면 어려서부터 안경을 써서 선명한 상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정상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약시는 보통 5~6세부터 나타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쯤인 12세를 넘어가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근시를 비롯해 난시, 원시 등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이 큰 영향을 미치고 TV를 가까이서 보는 등의 생활습관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종종 40세 이후에 눈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대개 두 가지다. 우선 젊어서 원시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다. 젊을 때는 수정체의 크기 전환이 잘 돼서 원시가 있더라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조절능력이 떨어지면 갑작스럽게 원시가 나타나게 된다. 다음으로 당뇨병으로 인해 수정체 안에 당이 조금씩 쌓이다가 결국 수정체가 부어올라 근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축성근시와 마찬가지로 안구가 커지기 때문에 상이 제대로 맺히지 않게 된다.


근시가 심해지면 시력이 ‘-7디옵터’ 이하로 떨어지는 고도근시로 발전할 수 있다. 고도근시가 되면 눈 속 망막이 얇아져 심하면 망막 일부가 찢어지거나 떨어져 나간다. 망막이 떨어질 때쯤 되면 까만 점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24시간 내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으면 망막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빠진 시력은 안경과 렌즈를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최근엔 이 외에도 라식이나 라섹 같은 수술로 나안(裸眼) 시력을 좋아지게 한다. 라식이나 라섹은 수정체와 함께 초점을 맞추는 데 관여하는 각막을 벗겨냄으로써 초점이 망막에 정확하게 맺히도록 해준다. 단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은 라식, 라섹 후에 빛 번짐이나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고 수술 후 근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고도근시를 가졌거나 각막이 너무 얇아 라식이나 라섹 시술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시술이 가능한 렌즈 삽입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렌즈를 삽입해 넣는 것이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 (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