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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탐구 (16)]턱의 균형이 무너지면 몸 전체에 악영향

천하한량 2007. 4. 6. 01:06
[질병 탐구 (16)]턱의 균형이 무너지면 몸 전체에 악영향
허리디스크ㆍ무릎성장통으로 번지기도… 치아가 빠졌을땐 신속하게 조치해야
[인터뷰]이범권 치과 이범권 원장

우리 몸에서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위는 없다. 하지만 모든 신체 부위가 똑같이 중요하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눈, 치아, 심장 등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데 비해 턱은 의학계나 일반인의 관심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금까지 간과했던 턱의 기능 및 역할이 알려지면서 턱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턱은 얼굴에서 유일하게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다. 우리가 턱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귀 바로 앞쪽에 위치한, 두개골의 옆면과 턱 뼈의 뭉툭한 부분이 만나 이루는 ‘악관절(T.M.J.:Temporomandibular joint)’이라는 관절이 있기 때문이다. 입을 크게 벌렸을 때 쏙 들어가는 부분이 악관절이다. 악관절은 ‘측두하악관절’이라고도 하는데 흔히 ‘턱관절’이라고 부른다. 턱관절은 음식물을 씹을 수 있게 해주고 발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턱관절 장애란 여러 가지 이유로 턱의 움직임이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턱관절이 비뚤어지면 턱뿐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이상이 올 수 있다. 특히 얼굴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안면비대칭을 동반하게 된다.


턱관절 장애의 구체적인 증상은 입을 열고 닫는 것이 불편해지고, 입을 다물 때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턱관절이 움직이는 것이다. 또 음식물을 씹거나 입을 크게 벌릴 때 귀 주변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엔 이처럼 턱관절 주변에 직접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귀가 울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종종 눈물이 나며 어지럼증, 만성피로, 비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턱관절의 불균형에 따른 증세는 얼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턱의 균형이 무너지면 거기에 맞춰 얼굴의 대칭이 깨지고 결국 몸 전체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턱관절 장애가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무릎 성장통 등으로 번져가는 사례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주원인은 윗니와 아랫니의 맞물림이 어긋나는 부정교합이다. 얼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아래턱이 머리뼈(두개골) 전체의 중심에 맞춰져야 하는데 치아가 부정교합을 이룰 경우 턱관절이 여기에 맞춰 이동하게 된다. 턱관절이 어긋나면서 결국 안면의 균형이 깨져 비대칭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전체 턱관절 장애의 90% 정도가 부정교합으로 인해 발생한다. 부정교합은 애초에 치아가 잘못 나는 것처럼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치아관리 소홀로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빠진 치아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엔 양 옆의 치아가 빈 공간으로 이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부정교합이 발생하게 된다.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外傷)도 두개골에 충격을 가해 턱관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두개골에 가해지는 외부 충격이 턱뼈의 인대를 상하게 하거나 턱관절의 위치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고로 목뼈를 다칠 경우 턱으로 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에 부정교합을 일으키거나 턱관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활습관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평소 이를 악물거나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게 되면 근육이 한쪽만 과도하게 긴장함으로써 턱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옆으로 자거나 턱을 괴는 습관 등이 턱관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최근엔 성형수술이 턱관절 장애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턱을 깎는 경우는 물론, 코나 광대뼈 등을 수술하면서 전체적인 얼굴 균형이 깨지면 턱관절이 움직이게 된다.


턱관절 장애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평소 생활에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치아가 빠졌을 때는 신속하게 조치함으로써 부정교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턱을 괴거나 손으로 머리를 받치지 않도록 하고 옆으로 자는 습관 등도 교정한다. 또 지나치게 딱딱한 음식은 피하고 과도하게 입을 벌리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턱관절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선 턱관절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음으로써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턱관절이 원래 위치를 찾아가도록 하는 데는 스플린트라는 교합 안정장치를 사용한다. 마우스피스처럼 입안에 착용하는 스플린트는 턱관절 이상과 부정교합을 치료하는 데 필요하다. 심한 주걱턱일 경우에는 턱관절 교정과 수술을 병행할 수도 있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