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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탐구 (13)]신장에 이상 생기면 체내에 노폐물 쌓여

천하한량 2007. 4. 6. 01:05
[질병 탐구 (13)]신장에 이상 생기면 체내에 노폐물 쌓여
만성신부전증(慢性腎不全症)
[인터뷰] 김도균혈관외과 김도균 원장

신장(腎臟)은 흔히 정수기의 필터에 비유된다. 하지만 신장의 역할은 단순히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혈압 및 수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혈액 생산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구루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D를 생산하기도 한다.


몸에 있는 2개의 신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만성신부전증이라 한다. 급성신부전증의 경우 일시적으로 신장의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데 반해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해 신장이 나빠지면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 조기에 발견해 식이요법 등을 통해 관리해주지 않으면 대부분 신장이식이나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말기 단계로 진행된다.


만성신부전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된다. 말기에 이를 때까지 별다른 고통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신장이 필터 기능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사구체 여과율이 정상의 35~50% 정도까지 떨어져도 야뇨증이나 다뇨증 외에는 특별한 증세를 자각하지 못한다. 심지어 신장 기능의 80% 정도가 훼손될 때까지 이상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신장기능 검사를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신부전증이 진행되면 우선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여과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몸 안의 노폐물이 쌓이는 요독(尿毒)증상이 나타나면서 식욕이 감소하고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몸 속에 쌓이기 때문에 체내 수분이 증가한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수분으로 인해 다리에 부종이 생기고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가빠진다.


신부전증을 불러오는 대표적인 요인은 당뇨다.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신장은 일종의 사구체 덩어리다. 요산은 내보내고 필요한 영양분은 흡수하는 기능을 하는 사구체는 모세혈관으로 이뤄져 있다. 당뇨는 말초혈관에 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혈관으로 이뤄진 신장은 당뇨에 쉽게 타격을 입는다.


고혈압도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고혈압은 일차적으로 혈관을 세게 때려 손상시키는 한편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고혈압이 신장의 모세혈관에 동맥경화를 불러와 신장기능에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 외에도 사구체염, 결석, 다낭성 신증 등이 신부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한번 망가진 신장은 기능이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 신장 기능이 정상의 10%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신장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수기의 필터를 새 것으로 갈아주듯 기존의 신장이 했던 기능을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해 줘야 한다. 신장 대체요법에는 신장이식, 혈액투석, 복막투석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신장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치 못하고 이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 현재 신장 대체요법을 받은 환자 중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전체의 약 20% 정도로 알려졌다.


신장이식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인위적으로 몸 속의 노폐물을 걸러줘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복막투석(腹膜透析)과 혈액투석(血液透析)이 있다. 복막투석이란 뱃속의 장기(臟器)를 둘러싸고 있는 복막 안에 부드러운 관을 삽입하고 관을 통해 투석액을 넣어주는 방법을 말한다. 투석액이 주입되면 삼투압 작용을 통해 체내의 노폐물이 투석액 쪽으로 모인다. 이를 다시 관을 통해 배출하면 된다. 보통 하루에 4차례 정도 투석액을 갈아줘야 한다.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환자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다만 자칫 관리를 소홀히 하면 복막에 연결된 관에 균이 들어가 복막염에 걸릴 위험이 있다.


복막투석이 체내에서 노폐물을 걸러주는 방식이라면 혈액투석은 몸 안의 혈액을 체외로 빼낸 다음 투석기를 거치게 함으로써 노폐물을 걸러내는 방법이다. 혈관 두 곳에 주사바늘을 꽂고 그 사이에 투석기를 설치함으로써 한쪽에서 나온 혈액이 투석기를 거친 후 다시 몸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이를 위해선 정맥과 동맥을 이어주는 동정맥루 수술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몸 안의 혈액이 한 바퀴 돌아나가도록 해야 하는데, 혈류량이 적고 혈류 속도가 느린 정맥에 주사바늘을 꽂을 경우 한번 투석을 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게 된다. 동맥은 혈류량이 많고 혈류 속도가 빠른 대신 직접 주사바늘을 꽂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 따라서 동맥을 정맥에 연결시켜주는 동정맥루 수술을 해줌으로써 특정 구간의 정맥을 동맥처럼 굵고 혈류 속도가 빠르게 만들어준다. 혈액투석은 1회 4시간씩, 주 3회 병원에 내원해서 받는 것이 보통이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