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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반포보은(反哺報恩)의 새

천하한량 2007. 3. 29. 16:52
까마귀-반포보은(反哺報恩)의 새
 
 
1, 반포지효 (反哺之孝)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 중에 까마귀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 색으로 뒤덮인 외모와까아악, 까르르하는 독특한 울음소리 때문에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이 새는 예로부터 많은 전설과 속설을 만들어 내며 우리 주변에서 살아왔다.

()나라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새끼가 먹이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리는 데는 까마귀만한 놈도 없다. 그래서 이름도 '자오(慈烏)'라고 했다.
곧 까마귀의 되 먹이는 습성(習性)에서 '반포(反哺
안갚음)'라는 말이 나왔으며 이는 '지극한 효도(孝道)'를 의미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까마귀는 '효조(孝鳥)'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 선현들은 이런 까마귀의 미덕을 찬양하여 다수의 효행시를 남기고 있다.
 
 
가마귀 검다한들 속까지 검을쏘냐. 
자오반포(慈烏反哺)라 하니 새 중에 효자로다. 
사람이 그 안 같으면 가마귀엔들 비하리. 
지덕봉 
 
가마귀 열 두 소리 사람마다 꾸짖어도 
그 삿기 밥을 물어 그 어미를 먹이나니 
아마도 조중증자(鳥中曾子)는 가마귄가 하노라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박효관
 
어버이와 자식 사이 하늘 삼긴 지친(至親)이라 
부모 곧 아니면 이 몸이 있을 소냐 
까마귀 반포(反哺)를 하니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여라.
 
연로한 어버이 진수성찬도 대접 못해 드리네
미물(微物)도 사람을 감동시키련만

숲속의 까마귀 보면 눈물 흘리네
박장원(朴長遠)
 
 
2.  포란기에 아내를 먹여 살리는 남편
 
까마귀는 한국의 전역에 걸쳐 번식하는 흔한 텃새이다. 평지에서 심산에 이르기까지 도처의 침엽수에서 번식한다. 번식기에는 1~2쌍의 작은 무리를 이루며, 번식 후의 월동기에는 큰 무리를 이루어 남하한다. 농촌의 인가 부근, 산지, 해변 등의 큰 나무의 가지 위에 마른 가지를 모아 지름 약 30 cm의 둥지를 튼다. 산란기는 3월 하순~6월 하순이고, 1회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포란하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먹인다. 포란 기간 19~20, 포육 기간 30~35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유조는 둥지를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어미 새와 함께 지낸다. 번식기인 2~3월에 둥지를 만들기 시작하고 지난해 것은 다시 수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둥지는 점점 커진다.
 
까마귀의 집단에는 기러기류처럼 리더가 없이 단순한 집합의 생활인데, 이런 연유로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동물생태학의 권위자인 오스트리아의 로렌츠 박사는까마귀는 리더가 없어도 나름의 사회적 질서와 법칙을 가진 사회적 동물”라고 말한다
 
기억력이 좋지 않거나 잘 잊어먹는 사람들에게 흔히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나하고 핀잔을 주지만, 앞으론 이 말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최근 캐나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까마귀는 먹이를 먹기 위해 나무 막대기나 고리 같은 도구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필요한 도구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지능지수(IQ)가 가장 높은 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를 찾는 까마귀들은 도시 개발로 예전에 삶의 둥지를 틀었던 그런 곳이 파 헤쳐져 우리 땅 어디에도 쉴 만한 피안의 땅이 남겨져 있지 않아 이들은 도심으로 날아든다. 태양의 정기를 상징하던 하늘의 서조(瑞鳥) 까마귀가 옛 모습을 잃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채 전깃줄에 앉아 아침을 맞는 현실이라는 소식이다.



 
3.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까마귀 얘기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신의 사자라 믿어 그 울음소리를 불길한 죽음의 징조라 여기기도 했다. 밤중에 울면 반란이나 살인이, 초저녁에는 화재가, 떼지어 울면 싸움이 일어난다거나 동쪽을 향해 울면 가난한 집에 손님이 오고 서쪽을 향하면 나쁜 소식이 들린다거나, 전염병이 돌 때 울면 병이 더욱 퍼지고 길 떠날 때 울면 고단한 길이 된다는 갖가지 속설이 생겨 나기도 하였다. 이광수는 소의 덕스러움을 쓴 <우덕송> 이라는 수필에서 검은 구름은 농부와 뱃사공이 무서워 하고, 검은 까마귀는 염병(染病)앓는 사람이 무서워 하고, 검은 돼지, 검은 벌레,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라고 했다.
 
이런 얘기들이 어떻게 하여 생기고 전해져 내려 오게 되었는지 잠깐 더듬어 보기로 하자.

<까마귀 밥>
 
《삼국유사》의 <사금갑조(射琴匣條)>에 의하면, 신라 제21대 소지왕 10년에 까마귀가 왕을 인도하여 궁주(宮主)와 내전에서 향을 사르는 중이 간통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 이들을 처치함으로써 모반을 막게 하여 주었다. 이로부터 까마귀날까마귀밥의 습속이 생겼는데 정월 대보름의 행사는 까마귀가 궁중의 변괴를 예고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따라서 까마귀는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사람이 해야 할 바를 인도하여 주는 신령스러운 새로 인식하였다.
 
<삼족오 三足烏> <연오랑세오녀설화(延烏郞細烏女說話)>

우리 선조들은 하늘을 상징하는 서조(瑞鳥)로 여겨 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새를 까마귀라고 믿어 삼족오라 하였다.
금오(金烏) ·준오( )라고도 한다. 태양에 까마귀가 산다는 신앙은 원래 중국《초사(楚辭)》 《산해경(山海經)》에서 볼 수 있는데, 세 발 달린 까마귀 설화는 전한(前漢) 시대부터 시작된 것 같다. 고유(高誘)가 쓴 《사기(史記)》나 《회남자(淮南子)》의 주석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이 하늘을 건너가기 때문에 조류와 관련시킨 얘기는 이집트나 한국의 고구려 벽화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나라 때의 책인 《춘추원명포(春秋元命包)》는 태양이 양()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태양에 사는 까마귀의 발이 세 개라고 풀이하고 있다.
태양의 정기가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로 형상화된 것으로 인식하여 신비한 새로 알려졌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도 태양신화라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의 이름에 까마귀 오()자가 들어 있다.
 
<차사본풀이>-제주도 신화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
                       
이 속담은 제주도에서 전하여져 내려온 것이다.
하루는 저승의 염라대왕이 까마귀 한 마리를 불러서 분부했다.
넌 이 글쪽지<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인간의 만사를 지배하는 강도령에게 전달해주라.
까마귀는 이 글쪽지를 물고 떠났다. 까마귀는 날아가다가 죽은 말 한 필을 보았다. 그냥 지나가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돌다가 끝내 밭에 내려와서 말고기를 뜯어먹기 시작하였다.
 
이때 갑자기 돌개바람이 일어서 그 글쪽지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까마귀가 배부르게 말고기를 먹고 나서 글쪽지를 찾으니 온데 간데 없었다. 그리하여 까마귀는 염라대왕의 징벌을 받을까 봐 강도령한테 가서,
 
대왕께서 아무 놈이나 지옥에 끌어들이라.
 
고 하였다고 전달하였다. 그 후부터 강도령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잡아서 지옥에 보냈다.
이 때문에 저승에 가는 길은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런 탓으로 그 뒤에는 까마귀가 울면 흉조로 보는 습속이 생기게 되었고 또 무엇을 잘 잊어버리는 경우에는 그때를 두고 까맣게 잊어버린다라고 하는 습속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설화 내용에 근거하여 사람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는 속담을 만들어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핀잔 주게 되었다.
 
 
4.   희랍신화 속의 까마귀
 
까마귀는 아폴로의 상징새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까마귀는 해의 신 아폴로가 키웠던 은색의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새였다고 한다.  이 까마귀가 하늘의 별자리가 된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해본다.
 
 아폴로 신의 애완조였던 까마귀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영리한 새였는데, 대단한 수다장이에다 거짓말쟁이었다.
 
어느날 아폴로는 그의 아내 코로니스가 간통하고 있다는 까마귀의 거짓 보고에 속아서 마중나온 코로니스를 죽이고 만다. 아내가 죽은 후에야 속은 것을 안 아폴로는 아름다운 까마귀를 새까맣게 바꿔 버리고 두 번 다시 인간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린 아폴로는 까마귀를 하늘에 매달아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하늘에서 까마귀는 컵자리 곁에 약간 떨어져 있는데 이것은 아폴로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컵의 물에 까마귀의 주둥이가 이르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화의 다른 이야기는 아폴로신이 멀리 있는 샘물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까마귀를 날려보낸 적이 있었다. 까마귀는 도중에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무화과 나무를 발견하고 아폴로신의 명령도 잊은 채 그 열매가 익을 때까지 무화과 나무의 그늘진 잎 속에서 기다렸다. 얼마 후 잘 익은 무화과를 먹어 치운 까마귀는 알폴로 신의 명령을 기억하고 변명할 방법을 궁리하였다. 마침내 까마귀는 샘 근처에서 물뱀 한 마리를 잡아 물컵과 함께 신에게 가지고 돌아왔다. 까마귀가 늦은 이유를 물뱀에게 돌리려고 하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아폴로 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들 셋-까마귀, 물뱀, 물컵-을 모두 하늘로 집어 던져 버렸다. 그래서 물뱀은 하늘에서 물컵을 보호하게 되었고 불쌍한 까마귀는 죄의 대가로 물컵을 옆에 놓고도 갈증을 풀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새들 과 달리 까마귀만이 그의 어린 새끼에게 물을 날라다 줄 수 없는 이유라고 한다. 이외에도 이 까마귀는 대홍수 때 노아가 날려 보낸 갈까마귀로 쉴 곳을 찾지 못해 물뱀 위에 내려앉아 있다고도 한다
 
 
5.  세계 각국의 까마귀 존재들
 
중국에서는 검은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지목하나, 붉은 색이나 금색으로 그린 까마귀는 태양, 효도를 뜻한다.
아랍인은 까마귀를 예조의 부()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나는 것을 보면 길조(吉鳥), 왼쪽으로는 흉조(凶鳥)로 믿었다. 아랍인들이 오른 손으로는 음식을 먹고 왼 손으로는 뒤를 닦는 습성을 지금까지 고집스레 지키는데, 이것은 곧 왼쪽(좌파)은 옳지 않고 좋지 않은 것이라는 사상과 무관치 않다. 
유럽에서도 까마귀는 일반적으로 불길한 새로 지목되고 있으나,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 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마의 새이다.
그리스의 종교에서는 예언하는 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가 신화적 존재이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안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創世神)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태양의 정령 즉 성령새인 가마귀 이야기들.

7만년 전의 인류조상 나반과 아만 즉 견우와 직녀이야기(오작교 : 가마귀와 까치가 만든 ---다리)
수메르족, 바빌론, 몽골족, 성경의 홍수설화에 가마귀 등장.
고구려 시조 주몽은 오이(烏伊), 백제시조 온조는 오간(烏干)을 대동했다.
일본에 가서 왕과 왕비가 된 연오랑(延烏郞), 세오녀(細烏女).
북유럽의 스웨덴, 네델란드, 아이슬란드 창조설화에 가마귀 등장.
왜국 초대임금 신무천황(가마귀가 길 안내).
중앙아시아 오손국왕(가마귀와 늑대가 아기를 키우다).
캄차카 반도 코락족, 축치족, 알래스카, 그린랜드, 카나다 북부(가마귀가 창조자, 첫조상, ---햇님, 햇님 후손으로 등장)
한국, 일본, 몽골, 아메리카 인디언의 솟대 위의 가마귀.
가마귀의 변형인 제비(중국), 기러기(중앙아시아 달단족), 오리(북유럽의 핀족, 시베리아), ---흉노의 일파인 중앙아시아 고차족(高車族)은 늑대와 공주가 결혼하여 고차족의 시조를 ---낳았다는 신화가 있다.

 
6.   까마귀와 비둘기
 
인류를 물로 심판하여 노아의 여덟 식구 외에는 이 지구상에서 모조리 쓸어버린 지 사십일이 지난 뒤에 노아가 자기가 만든 방주의 창을 열고 까마귀를 내보내매 까마귀가 물들이 땅에서 마르기까지 여기저기 오갔더라 그가 또 비둘기를 내보내어 지면에서 물들이 줄어들었는지 알아보고자 하매 온 지면에 물들이 있으므로 비둘기가 발 놓을 곳을 찾지 못하고 방주로 돌아와 그에게로 오므로 그가 손을 내밀어 비둘기를 붙들어 자기가 있는 방주 안으로 받아들이고 또 이레를 기다려 다시 비둘기를 방주에서 내보내매 저녁때에 비둘기가 그에게 돌아왔는데 보라 그 입에 잡아뜯은 올리브 잎사귀가 있더라 이에 노아가 땅에서 물들이 줄어든 줄 알았으며 또 이레를 기다려 비둘기를 내보내매 다시는 그에게 돌아오지 아니하였더라"(창세기 8:6-12)
 
이들은 모두 노아의 방주 안에서 심판은 면했지만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는데 있어서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까마귀는 썩은 고기를 먹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시체 곁을 맴돌며 다닌다. 죽음의 기미가 있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까마귀가 등장한다. 노아가 물의 감한 여부를 알기 위해 까마귀를 내어놓았지만 돌아오지 않은 이유도 즐비하게 널려 있는 썩은 양식(시체들) 때문이었다. 생명이 없는 것을 찾아 헤매는 짐승이 까마귀이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전해오는 민화와 희랍 신화 한 토막에서도 등장하지만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아 적패지를 가지고 강 도령한테 전달하러 가던 까마귀는 도중에 죽은 말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시체를 파먹느라고 염라대왕이 시킨 임무는 깡그리 잊어먹어 버렸고,  또 아폴로의 심부름을 가던 까마귀는 중간에 무화과 나무 열매를 발견하고 그 열매가 익기를 기다려따 먹느라고 아폴로가 시킨 일을 까맣게 잊어버려 아폴로의 진노를 사고 있다.
 
노아의 방주로 돌아오지 않은 까마귀는 희랍신화에서 아폴로의 진노를 두려워한 까마귀가 거짓말로 변명거리를 만들려고 물뱀이 방해를 해서 심부름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노라고 책임을 덤테기 씌웠던 그 물뱀이 아직 물이 빠지지않은 물바다에 떠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등어리에 올라타서 물이 빠질 때까지 머물렀다고 한다.
 
덧붙이면 노아의 방주를 떠난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자 노아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하고 까마귀의 건망증에다 까마귀의 불귀(不歸)를 탓하는 것과는 달리 노아는 그 때 하나님께서 물 속에 살던 물고기나 물뱀 같은 수중 동물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구상의 동물을 다 죽이고자 홍수를 일으키신 것은 결국 땅 위의 생물과 공중의 새를 모두 없이하겠다는 것이었지 물고기나 물 속의 생물까지 없이할 계획이 아니었던 것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노아 들어 땅 위의 생물의 각각 암수를 방주에 넣어 라고 하시면서  물고기나 물 속의 짐승을 넣어 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이런 사실에서 까마귀가 물 속에서 살아있는 물고기 뿐만 아니라 죽어서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와 육지 짐승들과 공중의 새들의 시체를 보고 그것들을 좇아 다니느라 방주로 돌아갈 염두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비둘기는 초식 동물로 썩은 것을 먹지 않는다. 동물로서 비둘기의 가장 큰 신체적 특성을 든다면 쓸개가 없다는 것이다. 쓸개는 몸 안에 있는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둘기는 독성이 있는 음식을 먹지도 않을 뿐 아니라, 먹게 되면 즉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새이다.
 
물론 이 얘기를 성경적으로 풀이한다면
물이 빠지기 전에 세상에 늘려진 죽은 시체를 먹을 것으로 삼아,  방주-안전하고 죄가 없는 깨끗한 곳으로 돌아가지 않고, 세상에 발을 붙여 썩어질 양식을 끝없이 찾아 헤매는 까마귀와는 반대로, 비둘기는 완전히 물이 빠지기 까지 세상에 늘려진 썩은 시체를 먹지 않고 방주의 주인이 주는 양식을 공급 받아 먹기 위해 돌아오고 있다. 주인이 주는 양식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물로 깨끗하게 씻어 놓은 홍수 후의 세상이 죄로부터 떠난 정결함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금방 죄로 물들여져 더럽혀진 데는 까마귀의 못된 죄성이 여직 남아 있음을 미쳐 알지 못했던 노아가 맨 먼저 방주의 문을 열고 그를 세상으로 내어 보낸 데 연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에덴 동산에서 인류의 조상을 파멸시켰던 것이 뱀 이였듯이  홍수 후의 새로운 세상에 맨 처음으로 나간 까마귀가  물 위에 떠있는 아폴로의 저주를 받은 물뱀을 만났고 이로서 하나님께서 죄를 쓸어버리고자 물로 씻어버렸지만 방주 속에 숨어 심판을 면했던 까마귀와 물뱀의 합작으로 된 죄성이 다시 세상을 죄로 덮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한 글 :  이종열의 새 이야기
             리춘학  <우물안 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