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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청개명표(請改名表)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3. 23. 18:29

표전(表箋)
 
 
청개명표(請改名表)
 

물(物)을 명(命)함은 같은 종류로써 하오며 마땅히 스스로 겸손하는 것보다 더함이 없사온데, 이름이 조정에 들렸사옵거늘 감히 까닭없이 고치기를 청하겠사옵니까. 그러므로 아뢰옴에 당하여, 더욱 송구한 마음 간절하옵니다. 적이 생각하옵건대, 소국의 풍속이 으레 그 옛을 인습하는 것은, 대개 세황(世皇)의 조서에, “처음을 변치 말라.” 는 데서 말미암은 것이어니와, 신의 이름을 기(祺)라 하여 대국에 봉습됨으로부터 크게는 관청의 문안과 작게는 향리의 서사(書詞)에 있어, 무릇 글자 된 것이 보일 시(示) 변에 그 기(其)자를 붙였는데, 그 기(其)자가 음이 서로 같고 모양도 서로 근사하다 해서 모두 다 휘피(諱避)하며, 이렇게 함이 떳떳한 것이라 이르옵니다. 신은 오랜 후에야 일에 구애됨이 많음을 알았사오나, 뭇 사람의 뜻을 무시할 수는 없사옵고, 오직 자신이 고치는 것이 편할 따름이옵니다. 신의 증조부 충렬왕의 휘(諱)는 심(諶)이었는데 거(?)로 고쳤고, 조부 충선왕의 휘는 원(源)이었는데 장(璋)으로 고쳤으니, 그 유래를 상고하오면 모두 이런 까닭이 있기에 신도 지금 전(?)으로 이름을 고치려 하온즉 행여 총청(聰聽)을 기울여, 마음대로 고치게 하여 주시오면 신은 삼가 한결같은 절개로 동방을 다스려 시종을 입양(立揚 입신양명의 준말)할 것이오며 북궐(北闕)에 마음을 오로지하여 생성(生成)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맹서하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