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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10대들의 '연예인 중독'

천하한량 2007. 3. 21. 18:49



대학 1년생 민모(19)양은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다. 댄스그룹 ‘동방신기’ 멤버 외의 다른 남자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동아리에도 관심이 없다. 팬클럽 활동하면서 ‘오빠들’ 스케줄 따라다니기도 바쁘다. 숙소 앞에서 멤버들을 기다리다가 새벽 2~3시에 집에 들어간 일도 많다. 민 양은 중3때부터 동방신기를 따라다녔다. 팬클럽을 중간에 그만둔 친구들을 “배신자”라고 욕했다. 그녀는 동방신기 멤버들끼리 동성애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팬픽(fan fiction·팬들이 쓰는 소설)에 그렇게 나오고 멤버들끼리 친밀한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 양은 국문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동방신기에 대한 팬픽을 더 잘 쓰기 위해서다. ‘동방신기 중독’에 빠진 것이다.

◆심각한 연예인 중독

10대들의 연예인 중독 현상이 심각하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인기 댄스그룹 멤버의 이름·생일과 같은 글자나 숫자가 교과서에 나오면 그 부분만 색연필로 칠하거나 아예 오려 붙여 책을 만드는 게 유행이다. 인터넷 포털에는 초등학생들이 연예인 이야기로만 꾸미는 일기장들이 수두룩하다. 작년 말 서울 한 초등학교 운동장엔 5학년 학생 8명이 모였다. 다들 야구 방망이나 막대기를 들었고, 쌍절곤을 든 아이도 있었다. 두 그룹이 패싸움을 하려고 모인 것이다. ‘결투’의 이유는 한쪽 아이들이 좋아하는 댄스그룹을 다른 쪽 아이들이 무시했다는 것. 다행히 아이들은 당직 교사 호통에 흩어졌다.



 

스스로 연예인이 되고픈 아이들도 계속 늘고 있다. 연예 기획사들의 신인 오디션에는 매번 학생들이 수백 명씩 찾아오고, 자녀를 연예인으로 키우려는 부모들이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여든다. 지난 9일 낮 서울 여의도 한 연기학원. 5~7세 어린이 50여명이 5개 반으로 나뉘어 연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매주 월·수·금요일에 아들(7)과 함께 전주에서 버스를 타고 이 학원에 온다는 30대 주부는 “수강료는 월 35만원이지만 버스비와 점심값을 합치면 100만원 가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G초등학교 5학년 담임 김모 교사는 “장래 희망이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 ‘과학자’나 ‘대통령’이 되겠다던 아이들이 ‘연예인’이 되겠다는 셈”이라고 했다. 2005년엔 케이블채널 ‘투니버스’가 12세 이하 어린이 47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가 67%나 됐다.

◆연예인 사기 피해 속출

10대들을 노리는 사이비 기획사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작년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접수된 피해사례만 60여건에 달한다. 사이비 기획사들은 서울 신촌이나 강남, 경기도 분당의 길거리에서 “모델하면 될 것 같다”며 주로 여중생들에게 접근, 수업료(3개월)조로 개인당 최고 600만원까지 뜯어냈다. 연예제작자협회 이명길 부장은 “캐스팅하겠다면서 돈을 요구하면 무조건 사이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여자 중고생 300여명이 “모델시켜 주겠다”는 사기꾼의 꾐에 넘어가 하체 사진을 찍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10대들이 연예인을 선망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중독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초기 청소년기(초등6~중3)에는 아이의 공책이나 대화내용 등을 살펴 중독 정도를 항상 점검해야 한다. 신석호소아청소년정신과 신석호 원장은 “아이들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을 강제로 못하게 하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운동이나 다른 취미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