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중(仲)의 시를 논한 전으로써 또 한마디 말을 붙여 달라고 청해 왔다. 6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8:39
중(仲)의 시를 논한 전으로써 또 한마디 말을 붙여 달라고 청해 왔다. 근일 말류의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으므로 창졸히 쓰기를 이와 같이 하니 다만 건상에 거두어 두는 것이 가할 따름이다[念以仲論詩卷 又要一轉語 近日末流之弊極矣 率題如此 只可收之巾箱而已] 6수

두 말이 필요찮은 충효의 뜻은 / 斷斷忠孝旨
그 법이 유가에서 전해진 건데 / 法本自儒家
어찌하여 선리로 비유를 삼아 / 胡爲禪理喩
물 달과 거울 꽃을 치켜드는지 / 標水月鏡花
하의 주에 노니는 저구새 울음 / 關關河洲雎
관목에 모여드는 꾀꼬리 노래 / 灌木黃鳥喈
뭇 사람을 일으킴이 이와 같으니 / 興衆乃如此
옛 정풍(正風)은 생각이 사가 없다네 / 古正無邪哇
왕완정은 신운을 이야기하고 / 阮亭說神韻
소동파 미원장(米元章)도 들어보였네 / 蘇米亦擧似
동쪽 사람 그릇 안 것 하 창피하니 / 東訛太猖被
말하여 무엇하리 그렇고 그래 / 咄咄彼哉彼
주객도를 또다시 만들었으니 / 重修主客圖
십동은 시폐를 구제한 사람 / 十桐救時者
붉은 깃발 정히도 번쩍거리니 / 紅旗正閃爍
이 일을 불가불 알아야 하오 / 不可不知也
한 글자에 한 번씩 구르는 뜻은 / 一字一頓義
선락같이 깊이 아는 사람이 없네 / 無如仙
옛 율은 서곡에도 조화가 되고 / 古律諧黍谷
맛 달라도 태잠과 한가지라네 / 異味同苔岑
아우의 시 평정타 이를 만하니 / 仲詩頗平正
네 마땅히 정훈(庭訓)을 받들어야 해 / 汝奉庭誥宜
늙은이 말이 무슨 도움되랴만 / 耄言亦何補
네게 바라는 건 시만이겠나 / 望汝不止詩

[주D-001]하의……울음 : 《시경(詩經)》 주남(周南) 관저(關雎)에 "關關雎鳩 在河之洲"라 하였음.
[주D-002]관목에……노래 : 《시경(詩經)》 주남(周南) 갈탐((葛覃)에 "黃鳥于飛 集于灌木 其鳴喈喈"라 하였음.
[주D-003]왕완정 : 청 나라 시인 왕사정을 말함.
[주D-004]창피 : 《이소경(離騷經)》 주에 "창피는 옷 입고 띠를 묶지 않은 것과 같다." 하였음.
[주D-005]주객도 : 《당시기사(唐詩紀事)》에 "장위(張爲)가 시인주객도(詩人主客圖)를 만들었는데 그 서(序)에 "以白居易爲廣大敎化主 孟雲卿爲高古奧逸主 李益爲淸奇雅正主 孟郊爲淸奇僻苦主 鮑溶爲博解宏拔主 武元衡爲瑰奇美麗主 客附以上入室 入室升堂及門若而人焉"이라 하였음.
[주D-006]십동 : 청 나라 고밀(高密) 사람 이희민(李懷民)의 호인데, 그는 장위(張爲) 주객도의 예에 따라 원화(元和) 이후 제가(諸家)의 오율(五律)을 수집하여 장적(張籍)·가도(賈島)를 받들어 주인으로 삼고 중만당(中晩唐)의 주객도를 증정(增訂)한 일이 있음. 저술로는《십동초당집(十桐草堂集)》이 있음. 《淸史列傳》
[주D-007]서곡 : 중국 하북(河北) 밀운현(密雲縣)에 있음. 서곡은 땅이 아름다우나 너무 차서 오곡이 나지 않는데 추연(鄒衍)이 살면서 율(律)을 불어 따뜻하게 하여 화서(禾黍)가 자식(滋殖)했다고 함. 《列子 湯問》 주희의 매화시(梅花詩)에 "自欣羌笛娛夜永 未要鄒律回春溫"의 구가 있음.
[주D-008]맛……한가지라네 : 주 5)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