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오난설 숭량의 기유십육도에 제하다[題吳蘭雪 嵩梁 紀遊十六圖] 병서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8:36
오난설 숭량의 기유십육도에 제하다[題吳蘭雪 嵩梁 紀遊十六圖] 병서

을유년 삼월 이십 오일이 오난설의 육십초도가 된다. 그는 평생에 공극이 미친 산수를 들어 우인에게 부탁하여 기유십육도를 만들고 아울러 소서까지 붙이고서 시를 지어 그 전을 오래 가게 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제십육도서에 이르기를 ‘추사ㆍ산천이 나를 위해 이 그림을 그리고 스스로 한 감을 만들어 내 시를 공양하고 감의 밖에는 다 매화를 심고 시를 붙여 왔다.’라고 했으니, 대개 실사를 기록한 것이다. 나는 십육도의 시에 역시 이 뜻을 비쳤으니 만리의 묵연이라 하겠다.

계산제죽(稽山題竹)
육십 년을 지났어라 묵연을 들면 / 六十年墨緣
아득아득 죽림을 위시해설세 / 依依竹林自
시험삼아 균상의 시를 뽑으니 / 試拈筠上詩
천연스런 금석의 글자로구려 / 天然金石字
원서에 이르기를 ‘산에 죽림칠현의 유적이 있는데 젊어서 선대부를 따라 여기에 노닐면서 글귀를 뽑아 대게 새겼는데 글자가 구비의 첩본같아서 반란하여 사랑스럽다.’고 하였음.

서하헌부(棲霞獻賦)
구름을 능지르는 우뚝한 뜻은 / 卓犖凌雲志
소년의 시절부터 품고 있었네 / 乃在英妙歲
설흔 해가 지나간 매화의 꿈은 / 梅花卅載夢
천불암 게(偈)노래 밝은 달 아래 / 明月千佛偈
원서에 이르기를 ‘나이 십구 세에 섭산에서 부를 드렸다. 가경 병자에 천불암의 홍매화 아래서 묵었는데 밤에 일어나 달을 밟았다.’고 하였음.

한강려박(漢江旅泊)
화원이라 한정없는 축수 술잔을 / 華院無疆壽
황학루에 올라서 또 베풀었네 / 又於黃鶴樓
저 발택한 자에게 물어보노라 / 問他拔宅者
무창의 배와 비해 어떠한지를 / 何似武昌舟
난설의 신전십억도(新田十憶圖)에 화원봉상(華院奉觴)이 있다. 원서에 이르기를 ‘을사년에 남으로 돌아와 모친을 받들고 황학루에 올랐다.’ 하였음.

대악관운(垈岳觀雲)
진 나라 솔 한 나라 잣 그 사이에서 / 秦松漢柏間
옹담계 늙은이를 처음 뵈었네 / 初謁覃溪老
홍일이라 오운이라 옛사람 꿈은 / 紅日與烏雲
그대의 판향임을 진작 알았네 / 知君瓣香早
원서에 이르기를 ‘계축년 오월에 옹 담계(翁覃溪) 선생을 태안(泰安) 사원에서 뵙고 함께 동악(東岳)에 노닐며 봉선대(封禪臺)에 올라 구름 그림자를 굽어 보고
절정에서 밤중에 갓 돋는 해를 보았다.‘고 하였음.


강산추연(康山秋醼)
내 일찍이 이씨(李氏)의 진돈재에서 / 曾於螴蜳齋
맨 처음 제금집을 읽어보았네 / 一讀題襟集
나는 이 심재(李心齋)의 진돈재(螴蜳齋)에서 간상제금집(刊上題襟集)을 처음 보았다.
붉고 푸른 은사배 그 술잔이여 / 朱碧銀槎杯
만리라 남은 향기 흠뻑 젖었네 / 萬里餘香浥
원서에 이르기를 ‘증빈곡(曾賓谷)이 나를 위해 잔치를 벌이고 은사배로 술을 돌렸다. 명류들이 뒤따라 와서 창화(唱和)가 날마다 많았으므로 마침내 소작으로써 《간상제금집(刊上題襟集)》을 만들었다.’ 하였음.

호부희춘(虎阜嬉春)
천인석 돌위의 옥란(玉蘭)을 보소 / 千人石上樹
상기도 송 나라 때 향길 풍기네 / 猶作宋時香
남송 때의 옥란(玉蘭)이 있음.
왕순의 글자마저 거슬려가니 / 更溯王珣字
고택의 꽃다움을 유전하였네 / 流傳古宅芳
호부사(虎阜寺)는 진(晉) 나라 왕순(王珣)의 고택이었는데 왕순의 유묵은 상기도 진적이 유전하며 근자에 내부(內府)로 들어가 쾌설(快雪)의 진본과 더불어 함께 수장되었음.

영암답우(靈巖踏雨)
천기가 맑고도 묘한 이곳엔 / 天機淸妙處
산빛이 푸르러라 사람을 향해 / 山色向人靑
모를괘라 선관은 어드메 있노 / 仙館知何在
응당 자조 우극을 멈추었으리 / 應煩雨屐停
영암선관(靈岩仙舘)은 필추범(畢秋帆)의 소거임.

과려심비(瓜廬尋碑)
고래를 끌어내는 왕몽루 솜씨 / 夢樓掣鯨手
시와 글씨 구미산에 펼쳐져 있네 / 詩筆遍久米
구미(久米)는 유구(琉球)의 이름. 왕몽루(王夢樓)는 일찍이 유구(流球)를 보았음.
어찌 헤아렸으랴 초산의 먹이 / 豈料焦山墨
또한 능히 압록강 건너올 줄을 / 亦能過鴨水
원서에 이르기를 ‘몽루(夢樓)가 나의 경구삼산시비(京口三山詩碑)를 썼는데 거공(巨公)들이 탑본하여 주고 또 요청하여 구경시켰다’ 하였음.

도광망해(韜光望海)
도광암을 상상한 지 오래였는데 / 夙想弢光庵
그림 속에 잠깐 눈을 붙였더라네 / 圖中暫寓目
한 시대 이름 날린 추약의 시는 / 缺缺秋葯詩
역시 운대로부터 받아 읽었네 / 亦從芸臺讀
원서에 이르기를 ‘나는 마추약(馬秋葯)옹과 더불어 두루 놀았는데 추약의 시는 일대의 석장이라 이를 만하다.’라 하였음. 내가 연경에 들어갔을 때 완운대(阮芸臺)를 상종하여 추약의 시를 얻어 보았음.

묘호화별(泖湖話別)
삼묘라 오호라 그 사이 있는 / 三泖五湖間
어장은 천하에 소문이 났네 / 漁莊聞天下
빌리어 묻노라 정학의 당에 / 借問鄭學堂
입실한 사람은 그 누구이뇨 / 誰復入室者
왕술암(王述痷)이 삼묘어장도(三泖漁莊圖)의 제영(題詠)이 있어 거의 천하에 펼쳐졌다. 술암은 정학을 숭상하여 마침내 정학이라 자편(自扁)하였다.

혜산철명(惠山啜茗)
천하에 둘째 가는 제이천에다 / 天下第二泉
진공(秦公)과 홍군(洪君)까지 거듭하다니 / 又重之秦洪
샘물은 얻어마실 수가 있지만 / 飮泉猶可得
이묘와 함께 하긴 참 어려운 일 / 二妙眞難同
원서에 이르기를 ‘혜산천(惠山泉)은 제이천(第二泉)이 된다. 문득 진공 소현(秦公小峴)과 홍군 치존(洪君稚存)과 함께 좋은 차를 가지고 가 그 샘에 끓여 홀짝홀짝 마셨다.’ 했음.

무이범월(武夷泛月)
무이군 영정을 찾아와 뵈니 / 來謁武夷君
백운이라 숙세(夙世) 인연 원만하구려 / 白雲圓夙因
백운동(白雲洞)에 백옥섬(白玉蟾)의 소상이 있는데 난설(蘭雪)이 동경하여 마치 자기의 전신임을 깨친 듯하였음.
차근히 이봉 저봉 달을 또 보니 / 且看峯峯月
서른여섯 화신이 이 아니겠나 / 三十六化身

황암간폭(黃巖看瀑)
팔만이라 사천의 게노래에다 / 八萬四千偈
아흔이라 아홉 봉의 폭포로구려 / 九十九峯瀑
전현이 후생을 두려워하니 / 前賢畏後生
쳐다봄이 굽어봄에 진 셈이로세 / 仰觀輸俯矚
원서에 이르기를 ‘황암폭(黃巖瀑)이 제일 거려(鉅麗)한 구경거리가 된다. 개선(開先)ㆍ서현(棲賢)은 모두 쳐다보고 얻었기에 그 웅하고 쾌함에 부족하다. 이태
백ㆍ소동파가 다 와보지 못한 곳이다.'라 하였음.


포간청천(蒲磵聽泉)
정사라 달 밝은 밤 시내 들으니 / 鄭祠聽月時
훨훨나는 칠원의 나비꿈일레 / 栩栩漆園夢
나부산 오색의 누에고치는 / 羅浮五色繭
해외라 선종을 기다린다오 / 海外竚仙種
나부산(羅浮山)의 선접(仙蝶)은 상기도 연경(燕京)의 태상(太常)에 있는데 명 나라 시대의 구물(舊物)로써 노도인(老道人)이라 이른다. 제영(題詠)한 자가 매우 많다. 나부견(羅浮繭)은 혹 더러 전종(傳種)이 있다. 원서(原序)에 이르기를 ‘무인년에 광주에 나그네 되어 정선사(鄭仙祠) 아래서 자는데 포간(蒲磵)의 콸콸 흐르는 샘 소리가 저녁내내 그치지 않았다. 꿈에 선접을 탔는데 그 날개가 수레바퀴와 같아서 화수대(花首臺)ㆍ황룡동(黃龍洞) 등 여러 승지(勝地)를 실컷 노닐었다.’고 하였음.

정업연인(淨業蓮因)
시 읊자면 어느 곳이 제일 좋은가 / 吟詩何處好
시경이라 꿈조차 가이 없구려 / 詩境夢無邊
천상의 저 기름진 벼슬을 보소 / 天上眞腴宦
시 세받고 아울러 연을 세받네 / 稅詩兼稅蓮
원서에 이르기를 ‘나는 법시범(法時帆)과 더불어 을축년에 교분을 정하고 시감(詩龕)에 탑(榻) 자리를 내렸는데 정업호(淨業湖)의 꽃일이 더욱 성하여 드디어 방옹(放翁)의 말을 써서 연화박사(蓮花博士)로써 스스로 서명하였다.’고 하였음.

부춘매은(富春梅隱)
차서로 따지자면 제 십육 도라 / 圖之第十六
만리 밖에 초고를 전해왔구려 / 萬里傳藁那
동수는 그대의 인이라면는 / 桐水君之因
매감은 내가 바로 과 아니겠소 / 梅龕我卽果
원서에 이르기를 ‘구리주(九里洲)는 부춘(富春)의 산수 아름다운 곳에 있는데 이랑을 헤아려 매화를 심으면 삼십만 그루는 얻을 수 있으므로 이곳에 와서 늙으려니 하고 인하여 매은중서(梅隱中書)라는 사인(私印)을 각했다. 조선(朝鮮) 김추사(金秋史)가 그 아우 산천(山泉)과 더불어 이 그림을 부탁해 그려 스스로 한 감실로써 내 시를 공양하고 감실 밖에는 모두 매화를 심고 시를 붙여 화답을 구했다.’고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