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떨어진 상자 속의 망가진 초고는 옛날의 작품인가 하면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고 ... 4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3. 18:38
떨어진 상자 속의 망가진 초고는 옛날의 작품인가 하면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고 이제의 작품인가 하면 또 그도 아니다. 이제와 옛의 사이에 나는 나의 작품으로 삼아도 역시 가하다[弊篋敗藁 古之作耶 不知爲誰 今之作耶 又不是也 今古之間 吾以爲吾作亦可] 4수

마음이 한가하니 도도 한가해 / 心閒道亦閒
이렇듯 남은 해를 버티어 가네 / 如此支殘年
말은 싱거워 물에 붙지 않는데 / 語淡不着物
차는 향그뤄라 별로 샘이 있구려 / 茶香別有泉
뜰가에 푸르른 저 오동나무를 / 庭畔梧桐樹
앉아서 보니 꽃도 다 푸르르네 / 坐看花盡碧
집은 늙어 여기저기 쥐구멍 많고 / 屋老多鼠窠
창은 낮아 산등성이 드러나누나 / 窓卑露山脊
한마디 좋은 말이 입에 나오면 / 口出一善言
온 천지에 가득한 향기와 향기 / 馨香滿九垓
단 수수와 쓰디쓴 황련의 맛은 / 甘蔗黃連味
철척으로 비틀어도 열리지 않네 / 鐵尺拗不開
오립의 소나무가 꽃은 있으나 / 五粒松有花
있다는 꽃 없는 것만 같지 못하네 / 有花不如無
섬 뜰이 날로 더욱 빛나고 성해 / 階庭日華滋
난두가 미무에 뒤섞였구려 / 蘭杜錯蘼蕪

[주D-001]오립의 소나무 : 오엽송(五葉松)임. 육구몽(陸龜蒙)의 시에 "松齌一夜懷貞白 霜外空聞五粒松"의 글귀가 있음.
[주D-002]난두가 미무 : 난두는 향초의 이름인데 흔히 사람의 아름다운 자질에 비유함. 미무는 야생초로 여름에 작은 꽃이 피고 맑은 향기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