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양좌전 월이 쓴 법시범의 서애시권 뒤에 제하다. 좌전은 바로 옹담계 선생의 사위인데 서법이 너무도 담계의 풍치를 닮았음-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18:30
양좌전 이 쓴 법시범의 서애시권 뒤에 제하다. 좌전은 바로 옹담계 선생의 사위인데 서법이 너무도 담계의 풍치를 닮았음[題梁左田書 法時帆西涯詩卷後 左田是翁覃溪先生壻也 書法大有覃溪風致]

서애의 시권에 쓴 좌전의 글씨 / 左田西涯卷
훌륭히 옹담계의 실에 들었네 / 優入覃溪室
더욱이 그 사위가 되는 까닭에 / 爲其甥館故
법ㆍ율을 어렴없이 배웠드라오 / 頗能學法律
무르익고 고운 점은 다 족하지만 / 濃麗則具足
창고와 변화는 좀 손색이 있네 / 但少蒼而遹
담옹은 그야말로 하늘이 낸 분 / 覃翁眞天人
소동파가 오늘에 다시 났구려 / 坡公生今日
한평생에 해나온 모든 일들이 / 平生所爲事
하나같이 동파와 맞들어서네 / 一與坡公匹
운회가 돌고 돌아 되풀이한단 / 運會反復過
장수동의 말이 어찌 넘친다 하리 / 瘦銅辭匪溢
장수동이 지은 담계상찬(覃溪像贊)의 말을 인용하였음.
심지어는 모양마저 거의 같아서 / 以至相貌末
혹을 덮는 옷조차 깃이 넓네 / 蓋癭衣領闊
파공(坡公)의 시에 ‘넓은 깃의 혹 덮는 옷을 새로 만들었다.’라 하였는데, 담계의 왼쪽 목에 또한 혹이 있음.
붓과 벼루 상서로운 빛을 발하니 / 筆硯發瑞光
천개의 등 그림자 하나로 모여 / 千燈影集一
시범은 바깥 나라 사람으로서 / 時帆外國人
몽고(蒙古)
공경히 판향을 불태우누나 / 敬爲瓣香爇
소재 문하 제자라 일컬을진대 / 蘇門稱弟子
알괘라 이는 바로 뒷부처로세 / 知伊是後佛
다릉이라 물이 쌓인 못 위 옛집은 / 潭上茶陵宅
풍류 문채 상기도 닦여질세라 / 文彩尙不沫
서애의 구택이 지금 적수담(積水潭)이 되었는데 시범의 시감(詩龕)이 지금 이곳에 있음.
바람 앞에 하늘대는 만 그루 연은 / 風荷一萬柄
푸른 숲이 파란 울에 으리비치네 / 靑林映翠樾
청림취월(靑林翠樾)은 요맹장(姚孟長)의 말임.
십우도 그림 속에 나타난 상을 / 十友圖中像
시감에다 죽순 포육 진설했구려 / 筍脯詩龕設
고증 분변 몹시도 크고 넓어서 / 攷辨甚宏博
잘못된 다리 이름 바로잡았네 / 溪橋剖舊失
다리 이름을 이광교(李廣橋)라 하였는데 시범이 이공교(李公橋)라 단정하여 그 고증이 심히 해박함.
날을 가려 명류들을 불러 모이니 / 選日招勝流
엄연히도 죽계의 육일(六逸)이로세 / 儼然竹溪逸
시범ㆍ양봉(兩峯)ㆍ치존(稚存)ㆍ입지(立之)ㆍ정헌(定軒)ㆍ운야(雲野)임.
한 폭의 서애도를 만들었는데 / 作爲西涯圖
옹공이 문필을 도맡았거든 / 翁公主文筆
옛날이라 문수의 모임에 올라 / 昔登文殊會
묘지를 남김없이 참문했더니 / 妙旨叅纖悉
너무도 서글퍼라 반묘원이여 / 惆悵半畝園
가엽게도 설창에 병을 앓다니 / 雪窓憐臥疾
내가 연경(燕京)에 들어갔을 때 시범이 병이 들어 보지 못했다. 반묘원은 시범의 호임. 또 설창과독도(雪窓課讀圖)가 있음.
만리라 비추이는 푸른 눈동자 / 萬里照靑眼
꿈 생각이 어울려 답답만 하네 / 夢想長交鬱
이태란 말을 마소 지금은 동잠 / 異苔今同岑
연업이 맺혀 있음 알고 남으리 / 緣業知有結

[주C-001]양좌전……닮았음 : 양월은 옹방강(翁方綱)의 사위로서 서법이 유명하였음. 시범(時帆)은 청 나라 법식선(法式善)의 호인데 원명(原名)은 운창(運昌)이고 자는 개문(開文)이며, 또 서애(西涯)라 하였음. 그의 오문서옥(梧門書屋)에는 법서와 명화를 많이 수장하였으며 시단(詩壇)의 웅진(雄鎭)이요 당대의 명가였음. 양월이 시범을 위하여 그 시권을 손수 쓴 것임. 옹담계는 청 나라 대흥(大興)인인데 이름은 방강(方綱)이고 자는 정삼(正三)이며 담계는 호임. 건륭(建隆) 때 진사로 벼슬은 내각학사(內閣學士)에 이르렀으며, 금석·보록(譜錄)·서화·사장(詞章)의 학이 다 정심(精審)하였고, 서법은 더욱 일시에 관절(冠絶)하여 청조(淸朝) 사대가의 하나임. 저술로는 《양한금석기(兩漢金石記)》·《정의고보(精義考補)》·《복초재전집(復初齋全集)》이 있음.
[주D-001]장수동 : 수동은 장훈(張塤)의 호인데 청 나라 오현(吳縣) 사람으로 자는 상언(商言)임. 건륭 때 진사로 벼슬은 내각중서(內閣中書)임. 저술로는 《죽엽암집(竹葉庵集)》이 있음.
[주D-002]판향 : 도가어(道家語)인데 다른 사람을 흠앙하는 뜻을 기술하는 데 쓰는 용어임. 진사도(陳師道)의 시에 "平生一瓣香 敬爲曾南豐"이라 하였음.
[주D-003]죽계의 육일(六逸) : 당 나라 문장 이백(李白)이 소시적에 공소보(孔巢父)·한준(韓準)·배정(裵亭)·장숙명(張叔明)·도면(陶沔)과 함께 조래산(徂徠山)에 있으면서 날마다 침취(沈醉)하며 호를 죽계육일이라 하였음. 원주(原注)에 의하면 시범의 종유(從遊)도 다섯 사람이므로 비유하여 쓴 것임.
[주D-004]문수의 모임 : 문수는 보살 이름. 문수의 행사를 말함.
[주D-005]이태란……동잠[異苔同岑] : 곽박(郭璞)의 증온교시(贈溫喬詩)에 "人亦有言 松竹有林 及爾臭味異苔同岑"이라 하였는데, 지금 동지(同志)의 벗을 태잠이라 하는 것은 그에 근본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