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에서 마음을 전수했다는 것은 모두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두 발등을 보였다는 그 일도 적확(的確)한 것이 없으니 곧바로 의사로써 억조(臆造)한 것에 불과하다. 석란산(錫蘭山)에 진신(眞身)이 상기 보존되었다는 것은 논할 것이 없고 이를테면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에는 "여래가 열반한 뒤에 금비(金臂)를 들어 가섭(迦葉) 우사(牛呵) 두 사람을 찾으니 아난(阿難)이 있지 않다는 것으로써 대답하였다고 했다. 만약 쌍부(雙跗)의 한 예를 들어 말한다면 팔을 든 것이나 발등을 보인 것이 다름이 없을 것 같은데 모르괘라 이에서도 역시 마음을 전했는가? 그렇다면 가섭에게 전했는가 우사에게 전했는가?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지도론(智度論)에는 부처가 열반할 적에 무상(無上)의 법으로써 대아라한(大阿羅漢)에게 부쳐주고 멸도(滅度)를 하고자 아니하여 부처는 세 번이나 아난에게 물었는데 아난이 입다물고 대답하지 아니하여 마침내 열반했다."라 하였다. 아란의, 세 번 물어도 세 번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써 부처로 하여금 일찍 멸도를 하게 하였다 하여 돌길라(突吉羅)의 죄로써 참회하기를 구했으니, 만약 발등을 보인 것으로써 마음을 전한 것으로 삼는다면 가섭이 어찌하여 부처의 일찍 멸도에 나아간 것을 들어 아란에게 돌길라의 죄로 삼았겠는가. 무상의 법을 대아라한에게 넘겨 주었다면 또 가섭 한 사람뿐만 아닐 것이다. 또 이를테면 부처가 발등을 보인 뒤에 가섭이 설게(說偈)하기를 "나의 가는 길이 방향이 끊어졌으니 오직 부처를 뵙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로써 말하였으니, 그 게어(偈語)에는 마음을 전수 받은 영향(影響)이 없는데 마음을 전수 받은 것으로써 뇌불가파(牢不可破)의 큰 안으로 삼으며 심지어 살·활·제(殺活齊)라고 이렇고 저렇고 하였으니, 이는 과연 무슨 근거인가. 이 때문에 마음을 전했다는 것은 명증(明證)이 없다 이르는 것이다. 또 염화(拈花)와 같은 한 안은 혜천대사(慧泉大師) 같은 이는 대장경(大藏經)에서 보지 못한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과연 무엇을 근거함이며, 구곡(龜谷) 이하로는 칠갈팔등(七葛八藤)이 되어 오류를 계승하고 와전을 중첩하였는데도 하나의 정상안(頂上眼)을 가진 사람이 벽파한 바 없으니, 어찌 한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주D-001]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 : 경의 이름인데 보살이 도솔천(兜率天)으로부터 신모(神母)의 태(胎)를 내렸다는 설의 《광보경(廣普經)》의 이명. [주D-002]《지도론(智度論)》 : 서명으로 《대지도론(大智度論)》의 약칭인데 1백 권이다. 용수보살(龍樹菩薩)이 만들고 전진(前秦) 나십(羅什)의 역(譯)임. [주D-003]대아라한(大阿羅漢) : 아라한 중에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자를 이름. 《아미타경(阿彌陀經)》에 "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皆是大阿羅漢"이라 하였고, 《선견률(善見律)》에는 "승(僧) 가운데 공덕이 극히 큰 자를 대아라한이라 한다." 하였음. [주D-004]멸도(滅度) : 《열반경 29(涅槃經 二十九)》에 "滅生死故 名爲滅度"라 했고, 《법화경(法華經)》 서품(序品)에 "佛此夜滅度 如薪火滅"이라 하였음. [주D-005]돌길라(突吉羅) : 《계본소(戒本疏)》에 "돌길라라고 이름한 것은 율본(律本)에 이른바 악작(惡作)·악설(惡說)과 같은 것이다. 신구업(身口業)을 나누었기 때문에 이 목(目)이 있다. 명료론(明了論) 중에 이업(二業)·일명(一名)은 모두 악작(惡作)이 된다. 이는 신구(身口)가 잘못을 저질러 고동(鼓動)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였음. [주D-006]칠갈팔등(七葛八藤) : 번뇌에 비유한 것임. 《출요경 3(出曜經 三)》에 "其有衆生 墮愛網者 必敗正道 猶如葛藤纏拊枯樹"라 하였음. [주D-007]정상안(頂上眼) : 정문상안(頂門上眼)을 말함.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에 삼목(三目)이 있어 그 수(竪)의 한 척안(隻眼)을 정문안이라 이르는데 가장 상안(上眼)에 뛰어났다. 《벽암(碧巖)》 34clr 송고저어(三十四則 頌古著語)에 "頂門具一隻眼"이라 하였고, 《벽암(碧巖)》35칙 수시(垂示)에 "若不是頂門上有眼 肘臂下有符 往往當頭蹉過"라 하였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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