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홍소화 낙유 에게 주다[與洪小華 樂有]

천하한량 2007. 3. 9. 04:39
홍소화 낙유 에게 주다[與洪小華 樂有]

가는 곳마다 만나서 소회를 편 것은 이야말로 우연이라 더욱더 아름답게 여겨지네. 이는 바로 천연(天緣)이요, 인합(人合)으로는 능히 판별할 바가 아니지 않은가.
새벽에 일어나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매 정 가는 곳이 멀지 않더니 거듭 지함(芝緘)을 펴 보니 색소(色笑)를 친히 접한 것 같네.
그윽이 생각하면 임림총총(林林葱葱)한 속에 사주(蛇珠)를 쥐고 수진(隋珍)을 품을 자가 하 많은데 반드시 꼭 저산(樗散)와력(瓦礫)을 취하여 빛나게 수식하고 잘 가차(假借)하여 그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하늘 사다리를 오르게 한다면 함구납오(含垢納汚)하는 거룩한 도량은 진실로 흠앙(欽仰)하는 바이나 부유의상(蜉蝣衣裳)은 시인이 경계한 일이니 어찌 감히 승당(承當)할 수 있겠는가.
오늘에 과연 수레를 돌려 산중으로 떠나는지요. 눈 뒤의 전원은 풍치가 극히 아름다울 터인데 숲 아래 물가로 청진(淸塵)을 뒤따라 밟지 못함이 한스러울 따름이로세. 곧 문채 다복하시기를 빌며, 이만. 줄이외다.

[주D-001]색소(色笑) : 화열(和悅)한 얼굴을 이름. 《시경(詩經)》노송(魯頌) 반수(泮水)에 "載色載笑 匪怒伊敎"라 하였고 그 전(箋)에 "희공(僖公)이 반궁(泮宮)에 와서 안색을 평화롭게 하고 소어(笑語)를 하며 성내는 바가 있지 않다. 그래서 교화가 있는 것이다."라 하였다.
[주D-002]임림총총(林林葱葱) : 임림은 번성한 모양으로서 유종원(柳宗元)의 정부(貞符)에 "林林而群"이 있고, 총총은 기가(氣佳)의 모양으로 《후한서(後漢書)》광무제기론(光武帝紀論)에 "鬱鬱葱葱然"이 있는데 대개 숲이 성한 것을 임림, 풀이 성한 것을 총총이라 함.
[주D-003]사주(蛇珠) : 《수신기(搜神記)》에 "수후(隋侯)가 출행하다가 큰 뱀이 상처를 입어 중간이 끊어진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서 약을 발라 싸매주게 하니, 뱀이 기어갔다. 해가 지난 뒤에 그 뱀이 명주(明珠)을 입에 물고 와서 은혜에 보답하였는데 그 구슬이 직경 한 치가 넘으며 순백(純白)하여 밤에도 빛이 나 달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을 수후주(隋侯珠) 또는 명월주(明月珠)라고 한다." 하였음.
[주D-004]저산(樗散) : 저력(樗櫟)의 산재(散材)의 약칭으로서 세상의 쓰임이 되지 못함을 이름. 저력은 본디 부재(不材)의 나무임.《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吾有大樹 人謂之樗 其大本擁瘇而不中繩墨 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라 하였음.
[주D-005]와력(瓦礫) : 가볍고 천한 물건에 비유한 것임.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에 "好之則貴於金玉 不好則賤於瓦礫"이라 하였음.
[주D-006]함구납오(含垢納汚) : 능히 물(物)을 용납하고 욕(辱)을 참는 것을 말함. 《좌전(左傳)》선공(宣公) 15년에 "川澤納汚 山藪藏疾 瑾瑜匿瑕 國君含垢"라 하였음. 주 227)참조.
[주D-007]부유의상(蜉蝣衣裳) : 《시경(詩經)》조풍(曹風) 부유(蜉蝣)의 "蜉蝣之羽 衣裳楚楚"에서 나온 것으로 그 주에 "부유는 소충(小蟲)으로 그와 같은 날개를 지닌 것과 같이 임금과 신하가 덕은 없으면서 청초한 의복으로 꾸미고 있다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하였음. 여기서는 실속은 없이 겉치레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