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유절단에게 답하다[答柳節端]

천하한량 2007. 3. 9. 04:38
유절단에게 답하다[答柳節端]

전자의 사서(謝書)는 지체되거나 착오됨이 없이 바로 곧 수납하였고 현재 또 진필(珍畢)을 보내주어 성문(聲聞)이 서로 계속되니 혜화도방(蕙華都房)의 느낌은 때를 대해 서글퍼지기만 하네.
요즈음 신상은 날로 아름다우며 남방의 순찰에는 수행을 하지 아니하는가? 궁금증이 나네. 이곳은 가아(家兒)가 장차 돌아가게 되니 늙은 가슴이 강하고 모질지를 못하여 스스로 연민을 느끼네. 아마 지나는 길이라서 서로 찾아 볼 게고 또 수고를 끼칠 일도 있을 것 같으니 행여 편의를 도모해 주었으면 하네.
연탁(硯拓)은 바로 오악(五嶽)의 진형도(眞形圖)인데 자체(字體)가 너무도 변경되어 "숭산(崇山)은 앉은 것 같고 화산(華山)은 누운 것 같다."라는 것은 도무지 변증할 길이 없네. 송이버섯은 굶주린 창자가 향기로운 맛으로 채우게 되었으니 감사하외다.

[주D-001]진필(珍畢) : 필은 점필(佔畢)의 필(畢)로서 수간(手簡)을 말함.
[주D-002]혜화도방(蕙華都房) : 《초서(楚辭)》구변(九辯)에 "竊悲夫蕙華之曾敷兮 紛旖旎乎都房"에서 나온 것으로 그 주에 "기이(旖旎)는 성모(盛貌)요, 도방(都房)의 도는 크다는 뜻이요 방은 북당(北堂)을 말함이니 대개 옛사람이 화초를 심는 곳이다." 하였음. 여기서는 가을이 닥쳐 시물(時物)이 변해감을 탄식하는 뜻으로 쓴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