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강추금 호 에게 주다[與姜秋琴 浩][1]

천하한량 2007. 3. 9. 04:37
강추금 에게 주다[與姜秋琴 ][1]

자기(慈屺 강호의 일호임)군! 객중에 편안한가? 여러분들 모인 저녁에 무슨 좋은 일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일었으며, 무슨 아름다운 말이 깨 쏟아지듯 이어이어 끊임없었으며, 무슨 연꽃을 모아 바지를 만들고, 흰 깁을 꿰매어 갖옷을 만들었으며, 무슨 총채를 비껴 흔들어 대었으며, 무슨 여의(如意)를 말없이 두들겨 대었는지, 마음이 끌리어 견디지 못하겠네.
소장의 시절에는 모이고 어울림이 아주 쉬운 것 같더니만, 중년 이래로는 이합집산이 무상하고, 늙어 백발이 난 후로는 옛 친구들이 하나하나 다 없어지고 멈추었던 구름[停雲]도 바람결에 휘날려 가버렸으니, 매양 남피(南皮)의 고사봉래(蓬萊)의 전진(前塵)을 생각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서글픔만 더하게 하네.
좌우의 여러분들은 단지 이 즐거움이 있는 줄을 알 뿐이요 또한 이 괴로움이 따른다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러기에 눈이 말똥말똥하여 부질없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게 되네그려. 때 낀 옷은 이미 세탁에 들어갔는지? 나머지는 뒤로 미루고 식을 갖추지 않네.

[주D-001]아름다운……쏟아지듯 : 《진서(晉書)》호모보지전(胡母輔之傳)에 "언국(彦國 : 호모지의 자)은 좋은 말 뱉기를 톱질을 받은 나뭇가리가 쏟아지는 것 같다. 진실로 후진(後進)의 영수가 될 만하다." 하였음. 그래서 담설(談屑)이란 용어가 생기게 된 것임. 소식의 차운전목보회음시(次韻錢穆父會飮詩)에 "君談似落屑"이라 하였음.
[주D-002]연꽃을……만들고 : 굴원(屈原)의 이소경(離騷經)에 "製芰荷而爲衣兮 集芙蓉而爲裳"이라 하였음.
[주D-003]흰 깁을……만들었으며 : 철백구(綴白裘)는 전기(傳記)의 이름인데 원서(原序)에 완화주인편(玩花主人編)이라 일렀음. 전폐사(錢沛思)가 그것을 산보(刪補)하였는데 명극(名劇)의 정화를 채집하여 곡마다 1결(闋)로부터 수결(數闋)에까지 이르러 채척(採摭)이 자못 갖추어졌음.
[주D-004]총채를……대었으며 : 주미(麈尾)를 잡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름. 《진서(晉書)》왕연전(王演傳)에 "현언(玄言)을 잘하여 오직 노장(老莊)의 이야기를 일로 삼으며 매양 옥병(玉柄)의 주미를 잡고 손짓하며 말하였다."라 하였음.
[주D-005]여의(如意) : 물명(物名)으로 인도에서 나왔는데 범어(梵語)로 말하면 아라율(阿刺律)의 뜻이다. 자루 끝에 수지(手指)의 형상을 만들어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그것을 이용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의라고 이름.
[주D-006]멈추었던 구름[停雲] : 도잠(陶潛)의 정운시(停雲詩) 4수가 있는데, 그 서(序)에 "停雲思親友也"라 하였음.
[주D-007]남피(南皮)의 고사 : 남피는 지명임. 위 문제(魏文帝)의 여오질서(與吳質書)에 "昔南皮之遊 誠不可忘"이라 하였음. 여기서는 서로 노닐던 곳을 회상하여 한 말임.
[주D-008]봉래(蓬萊)의 전진(前塵) : 봉래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며, 진(塵)은 사(事)의 뜻임. 여기서는 승지(勝地)에서 노닐던 과거 일을 말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