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이종학 ▒

치제문(致祭文) ,절행에 뛰어나긴 인옹이 있네 節行麟翁-이현영(李顯英) -

천하한량 2007. 3. 7. 21:07

잠곡유고 제10권   
 
 
 치제문(致祭文)
 
 
판서 이현영(李顯英)의 치제문
 

왕은 이르노라 / 王若曰
생각건대 한산이라 이씨 집안은 / 惟韓之李
우리 나라 동방의 명문대가네 / 族大於東
뛰어난 후손들이 잇달아 나와 / 胤?蟬聯
거경과 명공들이 줄을 이었네 / 鉅卿名公
문장에 뛰어나긴 목로가 있고 / 文章牧老
절행에 뛰어나긴 인옹이 있네 / 節行麟翁
경은 능히 아름다움 이어받아서 / 卿能趾美
종족을 더욱더 빛나게 했네 / 有耀其宗
약관의 나이에 날개를 펼쳐 / 弱歲舒翅
과거장서 채찍을 먼저 잡았네 / 詞場著鞭
높다라니 단계를 휘어잡았고 / 高攀丹桂
저 멀리 홍련에 배를 띄웠네 / 遠泛紅蓮
혼탁한 시절을 만나게 되자 / 遭時昏濁실의한 채 고생하며 떠돌았지 / 失意屯?
자신이 지키는 바 변치를 않아 / 不變所守
몸과 이름 온전하게 보전하였지 / 身與名全
평탄하고 험난함에 절개 같아서 / 夷險一節
피하지 않은 채 용감히 갔지 / 勇往不避
황제에게 조회하러 한 돛배 타고 / 朝天一帆만 리 먼 바닷길을 건너서 갔지 / 越海萬里
내가 왕위 즉위함에 미치어서는 / 逮予嗣服
뭇 현인들 울연히 일어들 났지 / 群賢蔚起
경은 나와 옛날의 친구 사이로 / 卿惟舊人
나를 도와 새로운 다스림 폈지 / 助我新理
사간원과 사헌부에 재직하면서 / 薇垣柏府
올곧다는 명성을 크게 떨쳤지 / 大振直聲
홍문관과 승정원에 있으면서는 / 玉堂銀臺
또다시 깊은 정성 드러내었지 / 又著深誠
잠시 동안 감사 되어 수고하다가 / 暫勞方岳
끝내는 전형권을 잡게 되었지 / 終秉銓衡
주사와 옥척을 손에 잡으매 / 朱絲玉尺
인재를 감별함이 아주 밝았지 / 藻鑑精明
나라가 양구의 운세 만나서 / 邦家陽九
여러 차례 힐책하는 말을 들었지 / 屢被?言
삼 년이란 세월을 지나는 동안 / 三歲之中
두 차례나 서쪽으로 수레 몰았지 / 再啓西轅
눈 속에서 밥을 먹고 사막에서 자며 / 雪?沙宿
말 달려서 하루에 이틀 길 갔지 / 兼程疾馳
젊은이도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 少壯難堪
늙은 몸이 그 어찌 지탱했으리 / 衰老奚支
한 귀신은 녹지를 아니하였고 / 一鬼不銷
이수는 치료하기 어려웠지 / 二竪難醫
약물이 아무런 효험 없었고 / 藥物無良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지 / ?食失宜
형체와 그림자가 외로운 속에 / 形單影隻
눈을 감고 영원히 떠나갔구나 / 瞑然長辭
여러 신하 모두들 돌아왔는데 / 諸臣皆返
경은 홀로 그 어디로 떠나갔는가 / 卿獨何之
장차 높은 대신 자리 등용하여서 / 將登玉鉉
보필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 冀以輔台
이처럼 빠르게도 빼앗아 가서 / 奪之斯速
하늘은 어찌하여 안 남겨 줬나 / 天何不遺
갈 때는 수레 타고 떠나갔는데 / 去也?傳
올 때는 상여 타고 돌아왔구나 / 來則靈?
어느날 구슬 먹는 꿈 한번 꾸자 / 瓊?一夢
행로에 눈물 콧물 흘러내리네 / 行路涕?
그대를 이 지경에 빠뜨린 것이 / 使卿至此
그 어찌 나의 탓이 아니겠는가 / 豈非緣我
철조하고 마음 깊이 통곡노라니 / 輟朝深慟
눈물 방울 쏟아지듯 흘러내리네 / 有?如瀉
계모 비록 박하기는 하겠지만 / 溪毛雖薄
정성스런 마음으로 제사 올리니 / 誠以爲享
혼령이 혹 아는 것이 있다고 하면 / 靈或有知
내려와서 흠향함이 있을 것이리 / 庶幾來饗


[주D-001]목로(牧老) : 고려 때의 문신인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가리킨다.
[주D-002]인옹(麟翁) : 고려 때의 문신인 인재(麟齋) 이종학(李種學)을 가리킨다.
[주D-003]채찍을 먼저 잡았네 : 공을 세우는 것이 남보다 뒤질까 걱정한다는 뜻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상예(賞譽)에, “유곤(劉琨)이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를, ‘내가 창을 베고 자면서 역로(逆虜)의 목을 효시(梟示)할 뜻이 있는데, 항상 조적(祖?)이 나보다 먼저 채찍을 잡을까 두렵다.’ 하였다.” 하였다.
[주D-004]단계(丹桂) : 옛날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계수나무를 꺾었다.’고 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현영은 선조 28년(1595)의 별시 문과(別試文科)의 병과(丙科)에 급제하였다.
[주D-005]홍련(紅蓮) : 홍련막(紅蓮幕)으로 막부(幕府)를 말한다. 《남사(南史)》 유호지전(庾?之傳)에, “왕검(王儉)이 유호지를 위장군 장사(衛將軍長史)로 삼으니, 안륙후(安陸侯) 소면(蕭緬)이 왕검에게 편지를 보내어서 말하기를, ‘막부의 원료(元僚)는 참으로 선발하기가 어려운데 유호지가 푸른 물을 떠가다가 부용꽃에 의지하게 되었으니,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왕검의 막부를 연화지(蓮花池)라고 하였으므로 소면이 글을 보내 아름답게 여긴 것이다.” 하였는데, 후대에는 홍련막을 막부의 미칭으로 쓰게 되었다. 여기서는 이현영이 평안도 평사(平安道評事)를 지낸 것을 가리킨다.
[주D-006]혼탁한 …… 떠돌았지 : 이현영은 교동 현감(喬桐縣監)으로 있을 적에 이이첨(李爾瞻)으로부터 교동에 귀양와 있던 임해군(臨海君)의 암살을 종용받았으나, 이에 불응하였다가 미움을 받아 투옥되었다.
[주D-007]황제에게 …… 갔지 : 이현영은 광해군 12년(1620)에 성절사(聖節使)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왔다.
[주D-008]주사(朱絲)와 옥척(玉尺) : 주사는 붉은 실이고 옥척은 옥으로 만든 자인데, 인재의 선발을 공평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9]양구(陽九)의 운세 : 양구는 술수가(術數家)에서 쓰는 말로, 재난(災難)과 액운(厄運)을 만난 것을 말한다. 하늘의 재앙인 양구는 3천 3백 년마다 소양구가 되고, 9천 9백 년마다 대양구가 된다고 한다.
[주D-010]두 차례나 …… 몰았지 : 인조 20년(1642)에 용골대(龍骨大)가 소현세자(昭顯世子)를 심양(瀋陽)에 볼모로 잡아 놓고 대신(大臣)이 심양으로 올 것을 요구하자, 김상헌(金尙憲)과 함께 심양에 가 한 달 동안 구금되어 있다가 돌아오던 중 평양(平壤)에서 병사하였다.
[주D-011]한 귀신 : 학질(?疾)을 말한다. 두보(杜甫)의 ‘팽주고삼십오사군(彭州高三十五使君)’ 시에, “삼 년 동안 학질을 앓았는데도 한 귀신은 녹아 없어지지 아니하였네[三年猶?疾 一鬼不銷亡].” 하였다.
[주D-012]이수(李竪) : 병마(病魔)를 가리킨다. 《춘추좌씨전》 성공(成公) 10년 조에, “진후(晉侯)가 병이 나서 진(秦)나라에서 의원을 구하였는데, 진백(秦伯)이 의원을 보내었다. 의원이 도착하기 전에 진후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병이 두 어린아이[二竪]로 화해 서로 말하기를, ‘저 뛰어난 의원이 우리를 해칠까 두렵다.’ 하니, ‘황(?)의 위, 고(膏)의 아래에 숨으면 우리를 어쩌겠는가.’ 하였다. 의원이 이르러서는 말하기를, ‘병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병이 황의 위, 고의 아래에 숨어 있어서 공격하려 해도 할 수가 없고 도달하려 해도 할 수가 없어 약이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니 고칠 수가 없습니다.’ 하였다.” 하였다.
[주D-013]구슬 먹는 꿈 : 죽는 꿈을 말한다. 춘추 시대 때 노(魯)나라 사람 공손영제(公孫?齊)가 정(鄭)나라를 쳤는데, 어느날 밤 꿈속에서 어떤 사람이 그에게 구슬을 먹였으므로 그가 울었다. 그러자 눈물 방울이 구슬이 되어 가슴속에 가득 찼다. 이에 노래를 부르기를, ‘원수(洹水)를 건널 때 누가 나에게 구슬을 주었네. 돌아가세, 어서 돌아가. 구슬이 가슴속에 가득하다네.’ 하였다. 공손영제는 꿈에서 깨어나 불길한 생각이 들어 길흉을 점쳐 보지 않았다. 그 뒤에 정나라를 치고서 돌아오는 길에 그 꿈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날 저녁에 죽었다. 《春秋左氏傳 成公下 17年》
[주D-014]계모(溪毛) : 시냇가에 자라는 나물로, 제수(祭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