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이종학 ▒

정도전은 도은 이숭인이 지은 오호도(嗚呼島)를 보고 목은이 칭찬하자 도은을 시기하여...-동사강목-

천하한량 2007. 3. 7. 18:47

야사(野史)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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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陶隱)과 정도전은 다같이 목은(牧隱) 문하에서 나왔는데

 

목은이, 도은이 지은 7언 장편시 ‘오호도(嗚呼島)’를 보고 칭찬하기를 마지않자

 

정도전이 시기하였다.

 

뒤에 도전이 사신으로 중국에 갔다 와서 오호도 시를 지어 중국인의 시 속에 섞어 목은에게 보이자

 

목은이 보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도전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크게 칭찬하자 목은이 말하기를,


“이 시편은 좋기는 좋으나 그대들도 지을 수 있는 것들이다.”하였다.

 

도전이 이 뒤부터 더욱 자기의 재주가 도은만 못함을 알고 꼭 죽이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오호도(嗚呼島)    이숭인(李崇仁)


오호도 어디메뇨, 동해바다 한복판 / 嗚呼島在東溟中
아득한 창파 속에 새파란 한 점 / 滄波渺然一點碧
무엇이 날 시켜 두 줄 눈물 흘리게 하나 / 夫何使我雙涕零
제 전횡과 그 문객들 때문이로세 / 祇爲哀此田橫客
전횡의 기개가 가을인 듯 시원하고 엄숙해 / 田橫氣槪橫素秋
심복한 장사들이 자그마치 5백 명 / 壯士歸心實五百
함양의 코 큰 분은 하늘에서 내린 사람 / 咸陽隆準眞天人
손으로 은하를 당겨 진의 학정 씻고 나서 / 手注天潢洗秦虐
횡은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고 / 橫何爲哉不歸來
원통히도 그만 보검으로 자결하고 말았나니 / 冤血自汚蓮花鍔
객들이 그 기별 들었으나 어찌할 것인가 / 客雖聞之爭奈何
나는 새가 이제는 의탁할 곳 없어졌네 / 飛鳥依依無處托
차라리 지하에 가 서로 추축할 것을 / 寧從地下共追隨
실낱 같은 목숨을 어찌 구구히 아끼리 / 軀命如絲安足惜
모두 같이 목을 찔러 외로운 섬에 쓸어지니 / 同將一刎寄孤嶼
산도 설고, 개도 시름, 지는 해 뉘엿뉘엿 / 山哀浦思日色薄
아아, 천추 또 만고에 / 嗚呼千秋與萬古
맺힌 이 마음 뉘라서 알리 / 此心菀結誰能識
뇌성 벽력이 되어서 이 기운 풀지 못하면 / 不爲轟霆有所洩
뻗친 무지개 되어서 하늘을 붉게 쏘리 / 定作長虹射天赤
그대는 못 보았나, 고금의 하고많은 경박한 아이놈들 / 君不見古今多少輕薄兒
아침엔 죽자사자 하다가 저녁에는 원수일세 / 朝爲同袍暮仇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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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도에서 전횡을 조상하며[嗚呼島弔田橫]


정도전(鄭道傳)

새벽 해가 바다에서 붉게 솟아 / 曉日出海赤
바로 의로운 섬 가운데 비치니 / 直照孤島中
부자의 한 조각 마음이 / 夫子一片心
바로 이 해와 같도다 / 正與此日同
시대가 서로 떨어지기 천 년이 넘었는데 / 相去曠千載
슬프게 내 마음에 느껴진다 / 嗚呼感予衷
모발은 대 같이 일어서고 / 毛髮豎如竹
영풍이 늠름하게 불어온다 / 凜凜吹英風


 

[주C-001]오호도(嗚呼島) : 한 고조(漢高祖)가 항우(項羽)를 죽이고 천하를 통일하자 제왕(齊王) 전횡(田橫)이 손 5백 명을 데리고 동해 바다의 섬 속에 들어가 있었다. 고조가 사람을 보내어 전횡을 부르기를, “오면 왕후(王侯)로 봉할 것이요, 오지 않으면 군사를 보내어 쳐서 죽이리라.” 하니, 전횡이 오다가 낙양(洛陽 한(漢)의 초기 수도)에 30리를 못 미쳐서 말하기를, “내가 한왕(漢王)과 같이 왕이라고 칭하다가 이제 와서 한왕의 신하가 될 수 없다.” 하고, 목을 찔러 자살하니, 섬 속에 남아 있던 손 5백 명이 그 소식을 듣고 일시에 모두 자살하였다. 그러므로 그 섬을 오호도(嗚呼島)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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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도(嗚呼島)를 지나면서    권근(權近)


자주 : 세상에서 반양산(半洋山)이라 이른다.
창창한 저 바다 가운데 산을 보소 / 蒼蒼海中山
만고에 푸른 빛이 둥둥 떴다오 / 萬古浮翠色
보는 자는 저마다 슬퍼를 하며 / 觀者盡嗚呼
전횡의 손을 위해 조문하누나 / 爲弔田橫客
선비 하나 잘 얻으면 왕도 되는데 / 一士足可王
요란스레 오백이나 되었다니 원
/ 擾擾多五百
천명이 갈 곳이 정해 있으니 / 天命已有歸
사람의 힘으로는 정히 어려워 / 人固難容力
진실로 작게나마 후(候)만 얻어도 / 苟得小者侯
오히려 종묘 사직 보존할 텐데 / 猶可存宗祏
어찌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 / 如何却自裁
구독에 목맨 자와 견주었는고 / 以比經溝瀆
죽음이란 경한 거라 생각되지만 / 死輕尙能堪
의는 중하니 어찌 저버릴쏜가 / 義重寧屈辱
전씨의 종족은 다 멸망했으니 / 田宗旣已亡
까마귀 누구의 집에 그칠는지 / 烏止干誰屋
평소의 은덕을 보답하자면 / 欲報平生恩
순신이 바로 그 직분이로세 / 殉身是其職
열렬한 지사의 마음을 보소 / 烈烈志士心
물 구름과 함게 길이 희고 희리다 / 永與雲水白
오늘에도 슬픔이 남아 있으니 / 至今有遺哀
늠름히 쌓여진 저 마을 기운 / 凜凜秋氣積
산이 날고 바다 다 마른다 해도 / 山飛海亦枯
충분은 그칠 날 없으오리다 / 忠憤無終極


 

[주D-001]전횡(田橫) : 제(齊) 나라 종실로 제왕(齊王) 전광(田廣)이 한신(韓信)에게 패망하자, 스스로 제왕이 되었다. 뒤에 유방(劉邦)이 천하를 통일하자 도속(徒屬) 5백 명과 함께 이 오호도(嗚呼島)로 도망했었는데, 유방은 사람을 보내어 부르기를 "전횡아 오너라, 오면 크면 왕을, 작으면 후(侯)를 봉해주겠다. 그러나 만일 오지 않으면 군사를 보내어 전멸시키겠다." 하였다. 전횡은 두 객(客)과 함께 낙양(洛陽) 30리 밖까지 와서 자살하니 두 객도 따라 죽었으며, 이 소식을 들은 도속 5백 명도 자살했다. 이 때문에 비참하다는 뜻으로 오호도라 불렀다 한다.
[주D-002]선비……되었나니 원 : 훌륭한 선비 한 명만 있어도 천자가 될 수 있는데, 어찌 5백 명이나 되는 도속이 있었으면서도 망하고 말았느냐는 뜻. 당(唐) 나라 한유(韓愈)의 제전횡묘문(祭田橫墓文)에 "진(秦) 나라가 망할 때를 당하여 한 명의 선비만 있어도 천하에 왕노릇 할 수 있었는데, 어찌 5백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으로서 부자(夫子 : 전횡)를 칼 끝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하였나.[當秦氏之敗亂 得一士而可王 何五百人之擾擾 而不能脫夫子於劍鋩]"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韓昌黎集 卷二十二》
[주D-003]구독(溝瀆)에 목맨 자 : 개천에서 목매어 자살한 자를 가리킨다. 공자는 제(齊)의 공자(公子) 자규(子糾)가 죽었으나 그의 스승이었던 관중(管仲)이 죽지 않은 사실을 논하면서 "어찌 필부(匹夫)·필부(匹婦)의 조그만 신의를 지키듯 스스로 구독에 목매어 남들이 알아주지 않게 하겠는가." 하였다.《論語 憲問》
[주D-004]까마귀……그칠는지 : 《시경》 소아 정월(正月)에 "가련한 우리들 누구에게서 녹을 받으려나, 저 까마귀 누구의 집에 앉을는지.[哀我人斯 于何從祿 瞻烏爰止 于誰之屋]" 하였는데, 이는 장차 나라를 잃게 된 신민(臣民)들이 슬퍼하여 지은 시로서, 누구의 집에 앉을지 모르는 까마귀처럼 누구를 따라 살게 될지 모르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