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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귀사(佛歸寺)벽에 작은 굴이 있는데 성류굴이라 한다. (강원도 울진)-이곡(李穀)-

천하한량 2007. 3. 2. 21:17

불귀사(佛歸寺) 백암산(白岩山)에 있는데 신라 중 의상(義湘)이 창건하였다. 천량암(天糧菴) 백련산(白蓮山)에 있다. 민간에서 전하여 오는 말이, “원효(元曉)가 이절에 거주할 때, 바윗돌 사이에 구멍이 있고 쌀이 나왔기 때문에 이름하였다.” 한다. 진관사(眞觀寺) 백암산에 있다. 검산사(劒山寺) 백련산에 있다. 정림사(淨林寺) 비봉산(飛鳳山)에 있다.
성류사(聖留寺) 백련산에 있다. 고을과의 거리는 남쪽으로 17리이니 곧 성류굴(聖留窟)이며 옛날 이름은 탱천굴(撑天窟)이다.

 

 

이곡(李穀)의 기에,

 

“절이 돌벼랑 아래 긴 시내 위에 있는데, 벼랑 돌이 벽처럼 천 자는 섰으며 벽에 작은 굴이 있는데 성류굴이라 한다. 굴의 깊이를 알 수 없으며 또 으슥하고 깊어서 촛불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절의 중으로 하여금 횃불을 들고 인도하게 한다. 또 뱃사람 중 출입하기에 익숙한 이로 앞서고 뒤서게 하고 들어간다. 구멍 아구리가 좁아서 무릎으로 4, 5보(步)를 가야 좀 넓고, 일어서서 또 두어 보를 가면 끊어진 벼랑이 세 길은 된다. 사다리를 놓고 내려가면 점점 평탄하고, 높고 넓어지는데 수십 보를 가면 평지가 있어 두어 묘(畝)는 되고, 좌우쪽으로 돌 형상이 기이하다. 또 열 보쯤 가면 구멍이 있는데 북쪽 구멍 아구리가 더욱 좁아서, 엎드려 나가는데 아래는 진흙물이므로 자리를 깔아서 젖는 것을 방지한다. 7, 8보를 가면 좀 트이고 넓어지는데 좌우쪽이 더욱 기이하여 혹은 깃발 같기도 하고 혹은 부처 같기도 하다. 또 십수 보를 가면 돌들이 더욱 기괴하고 그 형상을 무엇인지 모를 것이 더욱 많으며, 그 깃발 같고, 부처 같은 것이 더욱 길고 넓고, 높고 크다. 또 4, 5보를 가면 불상 같은 자도 있고, 고승(高僧) 같은 자도 있으며 또 못물이 있는데 매우 맑고 넓이가 두어 묘(畝)는 될 만하며, 그 가운데 돌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수레바퀴 같고, 하나는 물병 같은데 그 위와 곁에 드리운 깃발이나 일산 같은 것이 모두 오색이 영롱하다. 처음에는 돌젖[鍾乳]이 엉긴 것으로 그렇게 굳지 않았는가 생각되어 지팡이로 두드리니 모두 소리가 나며 그 모양이 길고 짧은데 따라서 맑고 흐린 것이 편경(編磬) 같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못을 따라 들어가면 더욱 기괴하다.’ 하는데, 나는, ‘이것이 세속 사람으로서 함부로 구경할 것이 아니라.’ 하며, 재촉하여 나왔다. 그 양쪽에는 또 구멍이 많은데 사람들이 잘못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 ‘굴의 깊이가 얼마나 되느냐.’ 물으니, 대답이, ‘아무도 그 끝에까지 가본 사람이 없다.’ 하며, 혹은, ‘평해군(平海郡) 바닷가에 이를 수 있다.’ 하니, 대개 여기서 20여 리이다. 처음에는 연기 묻고 더러워질까 해서 하인들의 의복과 수건을 빌려가지고 들어갔는데 나와서 옷을 갈아 입고, 세수 양치질하고 보니 꿈에 화서국(華胥國)에 가서 놀다가 문득 깨달은 것 같았다. 일찍이 생각해 보니 조물(造物)의 묘함을 헤아려 알 수 없는 것이 많은데 내가 국도(國島) 및 이 섬에서 더욱 많이 보았다. 그것이 정말 자연히 이루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짐짓 만든 것인가. 그것을 자연히 된 것이라고 한다면 어찌도 그 형체 변화의 교묘함이 이렇게까지 되는 것인가. 그것이 또 짐짓 만든 것이라면 귀신의 공력으로 천만세를 두고 두고 할지라도 또한 어찌 이렇게까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