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若鏞 정약용 1762~1836
1.
樓犁嶺上石漸漸 누리령상석점점 樓犁嶺 잿마루에 바위가 우뚝한데
長得行人淚灑沾 장득행인류쇄첨 길손이 눈물뿌려 사시사철 젖어 있다
莫向月南瞻月出 막향월남첨월출 월남을 향하여 월출산을 보지 마소
峰峰都似道峯尖 봉봉도사도봉첨 봉우리마다 모두가 도봉산 모양이라네
2.
山茶接葉冷童童 산다접엽냉동동 동백나무 잎들은 얼어도 무성하고
雪裏花開鶴頂紅 설리화개학정홍 눈 속에 꽃이 피면 붉기가 학 이마 같아
一自甲寅鹽雨後 일자갑인염우후 갑인년 어느날에 소금비가 내린 후로
朱欒黃柚盡枯叢 주란황유진고총 유하나무 감귤나무도 모두 말라 없어졌다네
3.
海岸篔簹百尺高 해안운당백척고 바닷가 왕대나무 키가 커서 百尺나 되니
如今不中釣船篙 여금불중조선고 지금은 낚싯배 상앗대로도 못 쓴다네
園丁日日培新笋 원정일일배신순 정원지기가 날마다 새 죽순를 가꾸어서
留作朱門竹瀝膏 유작주문죽력고 竹瀝 내내 권문세가에 바치기 때문이야
4.
崩城敗壁枕寒丘 붕성패벽침한구 성벽은 다 무너져 언덕받이 설렁한데
鐃吹黃昏古礎頭 요취황혼고초두 해가 지면 징소리만 주춧돌을 울린다네
諸島年年空斫木 제도년년공작목 해마다 모든 섬에 나무들을 베어만 내지
無人重建聽潮樓 무인중건청조누 聽潮樓를 重建하는 사람은 없다네
5.
水田風起麥波長 수전풍기맥파장 무논에 바람 불면 보리물결 장관이고
麥上場時稻揷秧 맥상장시도삽앙 보리타작 할 무렵에 모를 게다 꽂는다
菘菜雪天新葉綠 숭채설무신엽록 배추는 눈 속에서 새로 잎이 파랗고
鷄雛蜡月嫩毛黃 계추사월눈모황 병아리는 섣달에 솜털이 노랗다네
6.
石梯院北路多岐 석제원북로다기 石梯院 북쪽에는 갈림길도 많아서
終古娘娘此別離 종고낭낭차별이 옛부터 낭자들이 이별하는 곳이라네
恨殺門前楊柳樹 한살문전양류수 恨 많은 문 앞의 수양버들 나무들은
炎霜 折少餘枝 염상 절소여기 그통에 다 꺾이고 남은 가지 몇 개 없어
7.
棉布新治雪樣鮮 면포신치설양선 눈처럼 새하얀 새로 짜낸 무명베를
黃頭來博吏房錢 황두래박이방전 이방에 낼 돈이라고 졸개가 와 뺏는구나
漏田督稅如星火 누전독세여성화 누전의 조세를 星火같이 독촉하여
三月中旬道發船 삼월중순도발선 삼월 중순이면 稅穀船을 띄운다네
8.
莞洲黃漆瀅琉璃 완주황칠형유리 莞洲의 황옻칠은 맑기가 유리 같아
天下皆聞此樹奇 천하개문차수기 그 나무가 진기한 것 천하가 다 알고 있지
聖旨前年足貢額 성지전년족공액 작년에 성상께서 세액을 견감했더니
春風 蘖又生枝 춘풍 얼우생기 봄바람에 밑둥에서 가지가 또 났다네
9.
烏蠻總角髮如雲 오만총각발여설 오만족 총각인지 머리털은 더부룩한데
寫出三倉法外文 사출삼창법외문 써내는 글씨 보니 중국 문자 아니로세
不是瓜 應呂宋 불시과 응여송 자바섬이 아니면 루손섬에서 왔으렷다
薔薇玉盒潑奇芬 장미옥합발기분 장미빛 옥합에서 야릇한 향내 풍기네
10.
蓮寺樓前水一規 련사루전수일부 백련사 누대 앞에 둥그렇게 비친 물결
春潮如雪上門楣 춘조여설상문미 봄이면 눈 같은 조수 문중방까지 오른다네
名藍總隸頭輪寺 명감총예두륜사 유명한 절 살펴봐야 頭輪寺가 으뜸이지
爲有西山御製碑 위유서산어제비 서산대사 공적 기린 御製碑 있으니까
11.
村童書法苦支離 촌동서법고지리 시골 애들 습자법이 어찌 그리 엉망인지
點劃戈波箇箇 점획과파개개 점,획,과,파 모두가 낱낱이 비뚤어져
筆苑舊開薪智島 필원구개신지도 글씨방이 옛날에 薪智島에 열려 있어
房皆祖李匡師 방개조이광사 아전들 모두가 李匡師에게 배웠었는데
12.
荊棘何年一路開 형극하년일로개 가시밭길 어느 때나 앞길이 트일는지
黃茅苦竹似珠雷 황모고죽사주뇌 누른 띠밭 참대나무 주릿대 비슷하네
刑房小吏傳呼急 형방소사전호급 형방의 아전들이 소란 떠는 것이
知是京城謫客來 지시경성적객래 서울에서 누가 또 귀양을 왔군 그래
13.
三月松池馬市開 삼월송지마시개 三月이면 松池에 말시장에 열리는데
一駒五百揀天才 일구오백간천재 오백 푼만 집어주면 천재마를 고르게 되지
白 子烏 帽 백 자오 모 흰말총 체라던지 검은 말총 갓이랑은
都自拏山牧裏來 도자나산목리래 그 모두가 한라산 목장에서 온 거라오
14.
自古漸臺嗜鰒魚 자고점대기복어 전복이야 옛날부터 점대에서도 즐겼지만
山茶濯식語非虛 산다탁식어비허 동백기름이 창자 훑어낸다는 것 헛말이 아니로세
城中小吏房窓內 성중소사방총내 성 안의 아전들 들창문 안에는
揷奎瀛學士書 삽규영학서서 규장각 학사들의 서찰이 다 꽂혔네
15.
都督開營二百年 도독개영이백년 都督 營門 둔 지가 이백 년이 되었는데
皐夷不復繫倭船 고이불복계왜선 두부에는 왜놈 배를 다시 매지 못했었지
陳璘廟裏生春草 진린묘리생춘초 봄풀 우거진 陳璘의 사당안에
漁女時投乞子錢 어녀시투걸자전 아낙들이 돌을 던져 아들 점지 해달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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