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銘)
영암사 신정 명(靈岩寺新井銘)
이곡(李穀)
누가 여기다 집을 지었던고, 부처님이 아니면 신선이다. 산은 푸른 옥이 둘렀고 땅에는 푸른 연꽃이 솟았다. 물이라는 것은 땅 가운데 있는 것이나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못하는 것은 하늘에 매인 것이다. 우물이 마르게 되는 것은 가뭄의 까닭이다. 산 밑에서 물을 구해 올리는데 나귀[驢] 등으로나 사람의 어깨로 하게 된다. 오고 가는 거리가 삼십 리나 되어서 물 한 말에 백전(百錢)이나 치인다. 사람들이 자기의 복을 구하여 복전(福田) 을 공양(供養)한다. 비록 복전(福田)이라 하나 이 어려운 공양이 어찌 목구멍에 넘어가겠느냐. 한 큰 시주가 이러한 줄을 알고 우물파는 기술자를 데리고 절의 동편에 우물터를 보았다. 그 밑은 돌인데 팔수록 더욱 단단하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웃기를 처마에 떨어진 물방울로 돌을 뚫는 것 같다고 하였다. 깊이 파기 백척(百尺)이요 세월이 이년동안 걸리어 어려운 일 하여내어 마침내 성공하니 차디찬 샘물일세. 원근(遠近)의 사람들이 모아들어 구경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름질 친다. 그 근원이 쉬지 않으니 그 흐름이 끊이지 않는다. 맑게 고여 천상에 별들이 비친다. 물(物)에 감춰 있다가 나타나는 것이 그 이치가 틀림이 없으니 앞만 어려운 일이 있고 뒤 성공없는 수는 없다. 파기를 구인(九?)에 이르러서 샘을 보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았다. 나의 명(銘)이 우물 벽돌에 있으니, 여러 사람들은 힘쓸지어다.
[주D-001]청련(靑蓮) : 인도(印度)에서는 청련(靑蓮)이 솟는다는 것은 상서롭다는 뜻으로 표현한다.
[주D-002]복전(福田) : 불경(佛經)에 말하기를, 사람들이 복(福)을 심을 수 있는 세 가지 밭이 있는데 부모를 잘 섬기면 복을 심나니 그것은 은전(恩田)이요, 불쌍한 사람을 구제하면 복을 심나니 그것은 비전(悲田)이요, 부처와 중을 공경하면 복을 심나니 그것은 경전(敬田)이라 하였다. 여기서는 중[僧]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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