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銘)
연복사 신주종 명 병서(演福寺新鑄鍾銘幷序)
이곡(李穀)
지정(至正) 6년 봄에 자정원사(資政院使) 강공(姜公) 금강(金剛)과 좌장고부사(左藏庫副使) 신후(辛侯) 예(裔)가 천자(天子)의 명령을 받들어 금폐(金幣)를 가지고 와서 종을 금강산(金剛山)에다 만드는데 그 때에 산 근방에 있는 여러 고을이 흉년이 들어서 그 백성들이 다투어 이 공사(工事)에 달려와 생활을 유지하였다. 종(鍾)은 이루어진 뒤에 공(公)이 조정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국왕(國王)과 공주(公主)가 신하들에게 이르기를, “금강산이 우리 나라 역내에 있는데 이제 성천자(聖天子)가 근신(近臣)을 보내어 불사(佛事)를 크게 하여 영원히 전하도록 한 것이 이와 같은데 나는 실끝만큼 털끝만큼도 도움이 없이 어찌 천자의 은혜에 보답할 바를 생각않으랴.” 하니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연복사(演福寺)에 있는 큰 종이 오래도록 폐치하여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 훌륭한 불무장이 온 김에 다시 만든다면 또한 천자의 뜻을 본받아 영원히 썩지 않는 공덕이 될 것입니다.” 하였다. 드디어 강공(姜公)에게 말하였다. 공(公)이 즐겁게 승낙하고 갈 길을 멈추고 이루어 주었다. 임금이 신(臣) 곡(穀)에게 명하여 명(銘)을 지으라 하였다. 명(銘)에 이르기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듣게 하자면 금(金)소리를 울려야 한다. 삼군(三軍)을 정제(整齊)하게 하기도 하고 팔음(八音)을 조화(調和)하게 한다. 부처 말씀이 너무나 깊은데 땅 밑에 옥(獄)이 있어 얼마나 어두울꼬, 만생만사(萬生萬死)에 고통을 견디기가 어렵고 술 취한 듯 꿈꾸는 듯 귀먹고 말 못하다가 한 번 종(鍾)소리 들으면 모두 마음이 깨치게 된다. 왕성(王城)에 있는 연복사(演福寺)는 크나큰 사찰이다. 새 종(鍾)이 한 번 울리니 남염부주(南閻浮州)가 진동한다. 위로는 허공에 사무치고 아래로는 지옥까지 모두 청정한 복을 받는다. 우리 나라 군신(君臣)들이 세 번 축원하기를, 천자는 만년토록 수하고 아들도 많이 낳으소서. 한량없는 아름다움이 이웃나라와 같이 하기를 신에게 명하여 명(銘)을 지어 종(鍾)에다 새기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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