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선생글 ▒

표전(表箋) 사표(謝表)-이곡(利穀) -

천하한량 2007. 2. 10. 06:16

표전(表箋)
 
 
사표(謝表)


 이곡(利穀)

조령(詔令)이 뇌성처럼 행하옴에 만방(萬方)이 경화(更化)되오며, 덕음(德音)이 하늘에서 내리옴에 일국이 생광(生光)이옵니다. 우러러 은혜를 입사옴에 엎드려 감개하여 부끄럼이 더하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이 근일에 제후(諸侯)의 직무를 받들어 다행히 들어가 조회하였사온대 마침 황극(皇極)을 펴심으로 지원(至元) 3년 4월 3일에 공경히 조서를 받들었사옵니다. 그 중에 한인(漢人)과 남인(南人)과 고려(高麗)는 군기(軍器)를 감추거나 궁전(弓箭)을 가지거나 하지 못하며, 관원이 가진 말[馬]을 제외하고는 그 나머지는 모두 찾아내라 하셨나이다. 소국이 동방에 멀리 있사옴에 풍속이 자못 중원(中原)과 달랐사오나, 태조가 창업(創業)하실 처음에 실로 먼저 귀부하였으며, 세황(世皇)의 용비(龍飛)하실 즈음에 더욱 공로를 나타내어 말[馬]을 주고 하루 세 번 접견하는 영광이 있었으며, 이실(貳室)에 사위를 머무르게 하는 경사가 남아서, 약속은 비록 성제(聖制)에 따르나 법도는 조풍(祖風)을 변함이 없게 하였사오니, 만일 하루에 변경하오면 삼한(三韓)이 경동(驚動)할까 염려되오며, 또 복종하지 않는 오랑캐와 이웃하였음에 방비 없는 나라를 엿볼까 염려되옵니다.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음에 이 백성들이 어찌 제(帝)의 힘을 아오리까. 말을 달리며 칼을 시험함에 먼 지방이 마땅히 황제의 위엄을 빛낼 것입니다. 이러므로 부르짖어 하소연하였었던 것이온대 과연 허락하심을 얻었사오니, 이는 대개 운운. 건곤의 도량을 넓히시며 일월의 밝음을 드리우시어 신이 대대로 충성에 돈독하다 이르시고, 신이 몸소 조회한 것을 어여삐 여기시어 모두 전례대로 하여 크게 덮어 주시오니, 신은 감히 삼가 봉강(封疆)을 지키고 조공하는 직분을 정성스럽고 부지런히 하여, 동방을 다스리라는 명령에 공경히 복종하여 더욱 임금에게 보답하는 충성을 어찌 바치지 아니하오리까.


[주D-001]말[馬]을……접견하는 : 《주역》 〈진괘(晉卦)〉에서 나온 말인데, 천자가 제후를 후대함을 말한 것이다.
[주D-002]우물을……아오리까 : 요(堯)의 시대가 천하에 태평하므로 한 노인이 격양(擊壤)하면서 노래하기를, “제(帝)의 은덕으로 편안히 살면서 임금의 은덕인 줄도 모르는 것이 참으로 태평시대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