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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교사 75세 김인겸씨 10년째 한산 장날마다 한글교실 열어

천하한량 2007. 1. 12. 03:04
10년째 장날마다 한글교실 열어
서천 전직교사 75세 김인겸씨 "가르치는 것이 평생의 보람"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배움의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칠순의 전직 교사가 농촌지역 문맹 퇴치를 위해 10년 동안 무료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인겸(75)씨가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유림회관에 한글학교를 연 것은 40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정년퇴임한 지난 96년.

한글교실은 이후 매월 ‘한산 5일장’이 서는 날이면 한글을 깨치고 싶은 농촌 주부 등이 반드시 찾는 곳으로 변했다.

9일 오전10시쯤 한산면 지현리 유림회관의 한글교실도 50∼60대의 만학도들이 뿜어내는 배움의 열기로 초봄의 꽃샘 추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자 따라 읽으세요, ‘아 름 다 운 우 리 강 산’.”

“아 름 다 운 우 리 강 산.”(모두 함께)

“372 나누기 3은?”

“그건 암산으로 해두 되것네유. 124.”(모두 웃음)

‘한산 5일장’ 한글교실은 매번 30∼40여명이 꾸준히 찾아 정규학교 못지않은 향학열이 타오르고 있다. 김씨는 “올해로 개설 10년째를 맞았다”며 “1년 과정의 한글교실을 무사히 마친 졸업생만 벌써 500여명이 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한산 5일장’이면 오전10시부터 낮12시까지 한글교육을, 이후 오후1시까지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기본셈법을 가르치고 있다. 김씨는 “손을 꼽아 계산하던 아주머니들이 계산법을 배운 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때보다 보람을 느낀다”며 “몸이 고단해도 배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나이 지긋한 만학도들 때문에 한글교실은 휴교를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년째 한글교실에 다니고 있는 장월순(여·69)씨는 “뒤늦게 선생님에게 글과 셈법을 익혀 이제 버스 승강장의 이정표를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서울 딸집에 혼자서도 갈 수 있고, 은행에 가서 돈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최금녀(여·68)씨도 “한글교실에 나온 후 취미가 책읽기로 변했다”며 “책읽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지 평생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한글교실을 열고 교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째를 맞았다”며 “나이는 많지만 가르치는 것을 내 평생의 보람으로 삼아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