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자료실 ▒

30년간 모시짜며 온가족 병수발

천하한량 2007. 1. 12. 03:11
30년간 모시짜며 온가족 병수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 부끄럽네요.”

제31회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정순준(여·50·충남 서천군 화양면 대하리·사진)씨는 자신의 효행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30년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20세의 꽃다운 나이에 1급 척추 지체장애인인 남편 황사권(50)씨를 만난 이후 그는 평생을 남편과 시부모의 병수발에 바쳤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남편은 하루종일 앉아 생활하다 보니 항상 갖가지 질환에 시달려 끊임없이 군산 등지로 통원치료와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선천적인 청각장애와 당뇨, 고혈압,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 김인순(82)씨와 돌아가시기 전까지 식도암으로 긴 투병생활을 했던 시아버지의 간병도 정씨가 도맡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도 정씨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이렇다할 농토도 없는 가난한 형편인 그는 낮에는 가족들의 병수발로 바빴고 밤에는 지역특산물인 한산모시를 짜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림을 꾸렸다.

한달에 짜내는 모시는 2필 정도. 판로도 없고 가격도 떨어져 한달 수입이 고작 15만원밖에 안돼 생활이 쪼들리는 가운데서도 가족들에게 언제나 꿋꿋한 아내요 며느리였다.

“무릎이 좋지 않아 1년동안 거동을 못하던 시어머니가 요즘 다시 일어나 행복해요. 가난으로 11살짜리 늦둥이 딸을 어떻게 교육할지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건강이 최고지요.”

지난 3월말에는 이런 정씨의 효행에 감복한 마을주민들과 집안어른들이 마을 어귀에 ‘열녀효부비’를 세워주기도 했다.

요즘도 한달에 20여일은 시어머니와 남편을 모시고 병원을 오가는 정씨는 “몸은 불편하지만 30년간 곁에 있어준 남편의 사랑에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