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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마전(모시를 삶아서 표백을 하는 것)한 모시적삼은 잠자리 날개처럼 송송 뚫린 올과 올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가 땀이 날 틈을 주지 않는다. 속살이 보일 듯 말 듯한 세모시 저고리를 입은 아낙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시원함을 준다. 쌀 풀물을 들여 다듬이로 두드린 모시 바지저고리는 선비의 기상이 물씬 배어 있다. 모시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모시풀의 속껍질로 만든 직물이다. 저마라고도 하는데, 삼베인 대마와는 전혀 다른 종자다. 한국,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재배하고 있다. 한국의 모시는 키가 180cm 정도까지 자라며 다른 나라의 모시에 비해 질기며 윤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품질이 월등하다.
모시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우리 조상들의 여름철 옷감으로 각광을 받았다. 우리 한민족의 삶과 함께 한 천연섬유다. 아마 우리 한민족을 일컬어 '백의민족'이라는데 모시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모시 재배지로 유명한 곳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한산모시가 가장 유명하고, 충남 청양군의 청양저, 전남 장성의 장성저, 충남 부여군 홍산저 등이 유명하다. 모시의 직조과정은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꾸리기 ▲모시 짜기 등으로 되었다. 이처럼 모시 한 필이 나오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모시 재배하는 사람, 태모시를 만드는 사람, 모시 째기와 모시삼기까지의 모시원사를 제공하는 사람, 모시원사를 사다가 모시를 짜는 사람 등 완전히 분업화되었다. 모시 한 필이 나오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태모시 만들기 모시나무를 베어 모시의 겉껍질을 벗기는 과정이다. 모시나무에서 겉껍질을 벗긴 후 다시 부드러운 속살만을 골라내는데, 낫과 같이 생긴 손가락 크기의 특수한 칼로 훑어서 겉껍질과 속살을 분리시킨다. 벗겨낸 속살을 한주먹의 다발로 묶어서 4~5회 물을 반복해서 적시며 양지에 말린다.
② 모시째기 잘 말린 태모시를 이와 입술을 이용해 쪼개는 과정인데, 이때 모시의 굵기가 결정된다. 모시는 굵기에 따라 올의 굵기가 가장 가는 상저(세모시), 중간 정도 중저, 가장 굵은 막저로 구분한다. 따라서 모시의 품질은 바로 우리 어머니의 입술에 달려 있다.
③ 모시삼기 모시째기가 끝난 모시는 '쩐지'라는 틀에 걸쳐놓고 한 올씩 입술의 침을 이용해 이어붙이는 과정이다. 한 주먹 정도의 모시 한 타래를 '한 굿'이라고 한다. 10굿 정도가 돼야 한 필의 모시를 짤 수 있다. 숙련된 사람이 이틀에 한 굿씩 삼을 수 있을 정도니까 한 필의 모시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인네의 수고가 있는지 짐작이 간다. ④ 모시날기 모시째기가 끝난 모시는 '젖을대'라는 틀에 매어 한필의 모시를 짤 만큼의 실을 감는 과정이다. 실이 엉키지 않도록 쌀겨를 뿌려 놓고 작업을 하는 지혜가 돋보이는 과정이다. 모시날기를 할 때 실이 엉키지 않게 잘 해야 모시를 잘 맬 수 있다.
⑤ 모시매기 모시날기가 끝난 모시를 모시짜기에 앞서 날실을 부드럽고 보푸라기가 생기지 않도록 콩풀을 먹이면서 모시베틀에 얹을 '도투마리'라는 틀에 감는 과정이다. 이때 왕겨불로 콩풀을 말리면서 작업을 한다. 한여름 찜통더위에서 왕겨불을 가까이서 모시를 짜는 수고를 거쳐야 시원한 세모시가 태어난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한 것이,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해산의 고통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모시나무에서 처음 겉껍질을 벗겨낸 것을 '태모시(胎毛施)라고 하는가 보다.
⑥ 꾸리감기 모시는 날줄과 씨줄로 엮는다. 모시매기는 날줄로 쓸 모시원사이고, 씨줄로 쓸 모시를 고무신 모양의 '북'이라고 하는 곳에 감는 과정을 꾸리감기라고 한다. 모시굿 10개로 한 필을 짤 수 있다.
⑦ 모시짜기 모시매기 과정을 거쳐 날실이 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의 누운 다리 위에 올리고 바디를 끼운 날실을 빼어 각각의 잉아에 번갈아 끼운다. 다음에는 날실을 바디에 끼워 '매듭대'에 매어 팽팽하게 감아 놓는다. 베틀의 '쇠꼬리채'를 발로 밟아 잡아당기며 날실을 벌리고 씨실이 담긴 북을 좌우로 움직이며 엮어 짠다. 기가 막힌 음양의 상생이요, 조화다. 이렇게 해서 천지자연의 이치대로 한 필의 모시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마치 갓난아이가 태어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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