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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악은 오지 않았다.. 2차 대유행 독감 겹치면 치명타

천하한량 2020. 4. 24. 15:28

코로나, 최악은 오지 않았다.. 2차 대유행 독감 겹치면 치명타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0.04.23. 18:06 https://news.v.daum.net/v/20200423180647948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겨울에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 방역당국이 코로나19의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데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19가 독감(인플루엔자)시즌과 겹치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 겨울철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와 공존이 장기간 지속되면 인간이 입는 피해는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의학계에선 코로나19가 겨울에 2차 파도(wave)를 일으킬 경우 터줏대감인 인플루엔자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숙주인 사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력 다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인간 사회에 오랜 세월 자리잡아온 인플루엔자의 아성이 워낙 견고해 코로나19의 재유행이 일어나더라도 ‘독감 시즌’을 피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23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높은 전파력과 추운 날씨에 잘 퍼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 실내 환경까지 3박자가 갖춰지면 겨울에 2차 대유행이 벌어질 수 있다. 즉 코로나19의 유행이 종식되기 보다는 여름철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다 겨울철 다시 몸집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날씨가 추워지는 남반구 국가로 유행이 옮겨갔다가 계절이 바뀌면 북반구 국가에 다시 상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1918년 50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그해 봄(3~5월)에 1차 파도가 있었고 여름에 거의 발생하지 않다가 가을(9~11월)에 2차 파도가 몰아쳤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당시 1차 유행 보다 가을 2차 파도때 환자 발생과 사망이 4~5배 많았다”면서 “최근 유럽 연구진의 수학적 모델링 결과 코로나19도 스페인 독감과 비슷하게 11월에 2차 웨이브가 올 것으로 예측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상시적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계절병으로 정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일 겨울에 유행하면 인플루엔자와의 공존이 상당 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출현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이른바 ‘코로나X(이를테면 코로나21, 코로나22)’가 계절독감처럼 매년 찾아올 수도 있다.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미국에서는 총 인구의 5~20%가 매년 계절독감에 걸리고 크게 유행할 때는 최대 5만명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인플루엔자 때문에 매년 2000명 안팎이 사망한다.

인플루엔자에 더해 코로나19 감염까지 이뤄지면 숙주인 인간에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인 성백린 연세대 교수는 “스페인독감의 사망률이 높았던 이유도 인플루엔자 자체 보다는 동반된 세균 감염에 의한 폐렴이 인플루엔자의 독성을 더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토착화돼 있는 인플루엔자와 생존 경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둘 다 급성 호흡기감염병으로 폐를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 폐라는 공통 영역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류 센터장은 “둘 중 어느 쪽이 더 셀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학적 숙제가 될 것”이라면서 “사람 입장에선 두 바이러스에 다 걸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전세계 치명률은 23일 기준 7% 수준(한국 2.2%)이다. 치명률 0.1% 정도인 계절독감에 비하면 훨씬 높다.

바이러스 특성상 인플루엔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는 모두 RNA(리보핵산)기반 바이러스로 유전적 변이가 잦으나 인플루엔자가 훨씬 더 많다. 인플루엔자는 8개의 RNA조각을 갖고 있어 동시에 2개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256개(2의 8승)의 변종이 가능하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가닥의 RNA조각으로 돼 있다. 성 교수는 “이런 이유로 만일 코로나와 인플루엔자의 세력 다툼이 일어난다면 인플루엔자가 더 화려한 변장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러스는 또 세포감염이 되면 먼저 들어온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의 침투 통로를 막는데, 인플루엔자의 이런 ‘선점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인플루엔자 우세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인플루엔자는 코로나에 비해 고온다습한 환경에 약하다. 바이러스 특성상 한여름에는 기세가 덜 하더라도 늦봄이나 초여름, 가을에는 인플루엔자보다 코로나 세력이 더 강해져 유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성 교수는 “겨울에는 독감이 왕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른 계절에 코로나가 독감과 사이클을 이루면서 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행성 독감처럼 매년 코로나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재유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개인위생 철저,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독감 예방주사도 필히 맞아야 독감 환자로 인한 입원 환자를 줄여 코로나19 환자들의 병원 수용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병원 내에서 호흡기감염병과 그 외 질환 진료를 분리하는 시스템도 하루빨리 갖출 필요가 있다. 류 센터장은 “아울러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났을 때 상호작용이나 역학적 구도 등에 대한 중장기적 실험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