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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총리' 메르켈의 경고.."코로나 위기, 이제 시작"

천하한량 2020. 4. 24. 18:02

과학자 총리' 메르켈의 경고.."코로나 위기, 이제 시작"

이윤정 기자 입력 2020.04.24. 16:03 https://news.v.daum.net/v/20200424160353202

[경향신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연방하원 연설을 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과학자 출신답게 늘 ‘팩트’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코로나19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면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지방정부가 서서히 공공생활 제한 완화 조치에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험에서 안심할 시기가 아니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화상 회의를 앞두고 연방하원 연설을 통해 “우리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도박으로 날려 후퇴하도록 위험을 무릅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는 팬데믹의 마지막 국면에 놓여 있지 않고 시작 국면에 있다”며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은 지난 20일부터 소규모 상점 문을 열 수 있도록 연방정부와 연방 16개 주 정부가 합의했다. 또 제한 조치가 풀리는 5월 4일부터 학교도 단계적으로 개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봉쇄 완화 조치가 코로나19의 2차, 3차 유행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도 늘 논리적인 사실에 의존했다. 그 자신 또한 양자 화학(quantum chemistry) 박사여서 ‘과학자 총리’로 불렸다. 메르켈 총리의 학문적 배경은 팬데믹 위기에 빛을 발했다.

지난 15일 메르켈 총리는 국민들 앞에서 점진적 봉쇄 해제를 발표했는데, 이때도 과학적 설명을 덧붙였다. ‘기초감염재생산수(R0)’ 논리를 국민들에게 설명한 것이다. R0는 감염자 1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의 수다. 이 수치가 1 이하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 감염 건수는 크게 줄고, 1이면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메르켈 총리는 “지금 독일 R0는 1이지만, 이게 1.1만 돼도 독일 의료시설은 10월에 포화상태에 도달한다”면서 “1.2가 되면 7월에, 1,3이 되면 6월에 의료시설은 한계 상황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섣부른 봉쇄 해제가 의료체계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이면서도 논리적인 근거로 설명한 것이다.

한편 이날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내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연대의 정신 속에서 독일이 EU 예산에 대한 기여를 상당히 높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임무를 지지한다”면서 미국이 WHO에 자금을 중단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독일의 과학자들이 바이러스를 시급히 연구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과학은 국가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 치료제나 백신이 만들어지고, 시험 되고, 사용을 위한 준비가 될 때 전 세계가 이용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