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소자키
"집·도시 어떻게 짓나" 고민 싹터
동·서양 문화 흡수하며 거장으로
지구촌 곳곳에 100여 작품 남겨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 재단은 5일(현지시간) “일본의 건축가이자 이론가, 도시 계획가인 이소자키 아라타를 올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그는 일본 건축가로는 여덟 번째 수상자가 됐으며, 일본과 미국은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이소자키는 건축사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진취적인 자세로 아방가르드를 포용했다”며 “그는 단순히 현상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건축을 탐색하며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그의 접근법은 항상 참신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또 “그의 건축은 철학, 역사, 이론,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동서양을 한데 모아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고 덧붙였다.
1954년 도쿄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탕게 겐조의 지도 아래 견습 생활을 마친 그는 1963년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차렸다. 오이타의료관(1960), 오이타현립도서관(1966)등을 설계했으며 후에 군마, 후쿠오카, 도쿄 등지로 작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 “변화가 내 일관성”=지난 50여 년간 그가 참여한 설계 프로젝트는 100여 개가 넘는다. 그러나 딱히 ‘이소자키 스타일’이라고 범주 짓기 어려운 것도 이소자키 건축의 특징이다. 그는 “환경과 상황에 적응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는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일관적인 것은 변화뿐이다. 역설적으로 이 변화가 나만의 스타일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심사위원단은 “이소자키는 건축에 진취적으로 접근했으며 각 환경에 물 흐르듯이 적응했다”라며 “그의 건축에는 환경, 사회적 요구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후현 도자기공원 미노(2002)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지역에서 난 돌로 만들어진 벽돌과 도자기로 만든 야외 테라스와 전망대가 인근의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인 팔라우 산 조디(1990)도 중요한 설계작으로 꼽힌다. 1만7000여 명을 수용하는 규모인데도 윤곽을 최소화해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부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80대의 나이에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카타르 컨벤션센터(2011)를 선보였고, 2014년엔 이탈리아 밀라노 알리안츠 타워, 중국 상하이 심포니 홀 등 파워풀하고 우아한 건축물을 선보여 왔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프리츠커상은 세계에 영향력 있는 거장 건축가들에게 주는 평생 공로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소자키의 수상은 그의 명성에 비해 매우 늦었지만, 일본 건축을 세계 건축과 연결하고, 공공성을 살린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한 그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건축가 승효상(이로재 대표)씨는 “이소자키는 일본 건축을 국제적으로 알린 사람이지만 ‘일본적 건축가’는 아니다”라며 “저는 2002년 이소자키의 초청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소자키는 후배 건축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으로 모범이 되는 분”이라고 했다.
한편 하얏트 재단은 “프리츠커상 시상식은 오는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며, 이소자키의 공개 강연도 함께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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