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 37개국 88명 참가
(베네치아=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리는 건축이 대응해야 하는 쟁점의 범위를 넓히고자 합니다. 또 건축이 여러 가지 문제를 통합해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총감독을 맡은 칠레 출신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이번 전시의 주안점을 이같이 밝혔다. 그가 기획한 건축전 본전시의 주제는 '전선(前線)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로, 37개국 88명의 예술가와 건축가가 참가했다.
건축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아라베나는 젊고 신선한 건축가들을 많이 초대했다. 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각) 둘러본 전시장에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현안을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본전시가 열리는 베네치아 아르세날레에 들어서면 천장에는 철제 기둥들이 빽빽하게 매달려 있고, 벽에는 석고에 톱밥 등을 넣어 만든 플라스터보드가 쌓여 있다. 철제 기둥과 플라스터보드는 모두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나온 건축자재다.
건물을 짓는 데 많은 양의 자원이 필요하고, 건물을 헐었을 때도 적지 않은 자재가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는 공간이다.
이처럼 아르세날레의 본전시 작품들은 지속가능성, 이주, 불평등, 공해, 차별, 쓰레기, 자연재해, 주택 부족 등 사회 문제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보여준다.
예컨대 한 작품은 변의 길이가 1m인 정사각형 안에 동전을 담은 꾸러미를 놓았다. 이를 통해 건축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이 많다고 해서 과연 좋은 건축물이 나오는지 묻는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인 '용적률 게임'처럼 인도의 도시화를 영상과 사진, 표로 설명한 작품이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는 작품은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건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어두컴컴한 실내에 광선을 비추는 '라이트스케이프'(Lightscapes)와 스위스의 블록 연구소가 선보인 '돔을 넘어서'(Beyond the Dome)처럼 건축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시각적으로 자극되는 작품도 있다.
이번 본전시에는 설치미술가 최재은과 일본인 건축가 반 시게루가 협업한 '꿈의 정원'도 출품됐다. 이 작품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높이 3∼6m의 목제 보행로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모형으로 제작한 것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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