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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은 자충수"..스페인 경제장관 '겁주기' 통할까

천하한량 2017. 9. 19. 14:31

"카탈루냐 독립은 자충수"..스페인 경제장관 '겁주기' 통할까

김신회 기자 
독립 카탈루냐 'GDP 30%↓ 실업률 2배↑' 경고..10월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 '촉각'
지난 16일(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주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한 남성이 오는 10월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에서 쓸 투표용지를 확대한 모양의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스페인 카탈루냐주가 오는 10월1일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 투표를 할 예정인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의 독립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촉발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방송과 회견에서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면 지역 사회·경제에 잔인할 정도의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카탈루냐 GDP(국내총생산)가 25~30% 쪼그라들고 실업률이 2배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데 귄도스 장관은 카탈루냐의 독립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퇴출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탈루냐 생산물의 75%가 수출관세를 물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데 귄도스 장관은 또 카탈루냐의 자체 통화 가치는 유로화에 비해 30~50%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카탈루냐의 은행들이 스페인으로 거점을 옮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주민투표가 스페인 경제나 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카탈루냐의 독립이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주민투표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 동시에 독립은 결국 '실수'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데 귄도스의 이날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투표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헌법재판소도 카탈루냐주 의회가 승인한 분리독립 주민투표 실시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스페인 검찰은 지난주 주민투표를 지지한 카탈루냐주 시장 700여 명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소환에 불응하는 이는 경찰이 체포하도록 했다. 지난 주말에는 스페인 무장경찰이 분리독립 관련 유인물 130만장 이상을 압수했다.

스페인 정부의 위협에도 카탈루냐 주정부는 주민투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분리독립이 장기적으로 카탈루냐에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현지 정치인들도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으면 더 부유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드리드(스페인 수도)가 우리를 약탈한다'가 분리독립 지지자들이 흔히 쓰는 구호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또 분리독립 결정을 근거로 EU, 유로존과 논의에 나설 수 있다며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벗어나는 게 꼭 EU와 유로존 퇴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독립 카탈루냐가 EU에 들어오려면 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카탈루냐의 EU 가입 시도는 스페인의 반대로 무산될 공산이 크다.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로 유명한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스페인 GDP(국내총생산)의 5분의 1을 책임진다. 인구는 덴마크, 스위스와 맞먹는다.

카탈루냐는 2014년에도 헌법재판소의 제동으로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비공식 주민투표를 했다. 당시 주민투표는 '카탈루냐가 국가가 되기를 바랍니까', '국가라면 독립국가가 되길 바랍니까' 라는 2개의 질문에 각각 찬성과 반대를 밝히는 식이었다. 81%가량이 두 물음에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수를 중앙정부와 공유하는 데 대한 반감이 컸다.

이번 투표에서는 '카탈루냐가 공화국 형태의 독립 국가가 되길 바랍니까'라는 질문에 찬반을 묻게 된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