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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때릴 미사일 북한이 곧 개발한다

천하한량 2016. 10. 14. 14:28

북한이 9월20일 80t짜리 정지궤도 위성 발사체용 엔진 지상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논의가 분분했다. 한쪽에서는 80t 엔진 4개만 묶으면 핵탄두 소형화 없이도 미국 본토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북한 주장대로 정지궤도 위성 발사용이라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느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 북한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미사일 전문가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를 만났다.

ⓒ시사IN 신선영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국방광역감시 특화연구센터 소장, 미국 버지니아 공대 공학석사, 미국 테네시 대학 공학박사,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룹장 및 책임연구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방위사업청 정책자문위원.
ⓒ시사IN 신선영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국방광역감시 특화연구센터 소장, 미국 버지니아 공대 공학석사, 미국 테네시 대학 공학박사,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룹장 및 책임연구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방위사업청 정책자문위원.

9월20일 북한이 정지궤도 위성용 엔진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추력이 80tf(톤포스:80t의 추력)라는데 이 정도면 정지궤도 위성을 올릴 수 있나?

네 개 엔진을 묶으면 320t이 된다. 중소형 정지궤도 위성 발사용 1단 로켓으로 충분한 추력이다(정지궤도란 위도 0도인 적도 위 3만6000㎞ 상공의 원형 궤도를 말한다. 통신위성과 방송위성 등에 주로 이용된다). 2012년 4월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때 당시 평양에 있던 외신기자들에게 북한이 은하 9호라는 정지궤도 위성 발사체 모형을 보여주며 현재 개발 중이라고 한 적이 있다. 2013년 미국 언론매체 <워싱턴 프리 비컨>도 북한이 이란과 협력해 80t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따지면 만 4년 만에 그동안 개발해온 엔진의 지상 연소시험을 한 것이다.

80t 엔진을 200초간 연소시켰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기술인가?

우리가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의 1단 엔진 추력이 75t이다. 네 개를 묶어서 300t 엔진을 개발하는 데 연소 불안정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엔진의 연소가 불안정하면 비행 중에 폭발할 수 있다. 처음엔 1.5초 태우다 끝났고 다음에 35초, 그다음에 75초… 이렇게 증가시켜 나갔다. 그렇게 해서 지난 9월에 145초를 태웠다. 로켓 기술이라는 게 원리는 간단하다.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면 서로 충돌하며 불꽃이 일어나면서 연소된다. 이때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가스에 의해 추력이 형성돼 날아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굉장히 불안정하다. 태우는 시간을 늘리는 게 매우 어렵다. 장시간 태울수록 추력이 강해지는데 그게 바로 기술이다. 북한이 지난 3~4년간 획득한 200초 태우는 기술을 우리에게 과시한 측면도 있다.

북한은 정지궤도 위성을 쏘려는 것일까. 김정은 위원장이 몇 년 안에 정지위성 보유국이 되자고 했다는데?

북한의 위성 발사장인 서해발사장은 북위 39도39분에 위치한다. 정지궤도 위성을 높은 위도에서 발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구 관측 위성인 광명성은 남북 궤도를 돌기 때문에 남쪽으로 발사했다. 그런데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의 자전에 의한 기류를 이용하도록 서쪽에서 동쪽으로 발사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지궤도가 적도궤도(위도 0도)라는 점이다. 즉 북위 39도39분에서 적도로 궤도면 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때 연료가 엄청 든다. 비효율적이다. 북위 40도 정도에서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쏴야 하나?

가능하면 적도 밑에서 쏴야 한다. 유럽 우주국(ESA)에서 쏘는 아리안 발사체는 북위 5도에 있는 프랑스령 가이아나에서 쏜다. 5도에서 0도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료도 얼마 안 든다. 정지궤도 위성은 저궤도 위성 발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80t 엔진 4개를 묶으면 핵탄두 소형화 없이도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언론에 넘쳐났는데?

있을 수 없는 얘기다. 80t 엔진 네 개를 묶으면 320t인데 그 정도 크기 엔진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해 200초간 태우려면 1단 높이만 최소 30m가 돼야 한다. 위성 발사체라면 모를까 1단이 30m가 넘는 대륙간 탄도탄은 요즘 안 만든다. 보통 발사타워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바로 선제공격 대상이 된다. ICBM은 은밀성이 생명이다. 지하 사일로에서 바로 발사하거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싣고 쏜다. 길이가 길면 TEL에 실을 수조차 없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 실으려면 길이가 얼마 정도 되어야 하나?

통상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전체 길이가 20~ 22m 이상이어서는 곤란하다. 트럭에 탑재하지 못한다. 길이가 40m 정도면 축이 10축은 되어야 하는데 그런 트럭이 있지도 않을뿐더러 회전 반경이 길어 방향 전환도 어렵다. 북한이 개발 중인 이동식 ICBM KN-14의 TEL이 8축이다. 길이는 20~22m. 그 정도 돼야 그나마 기동력이 있다.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10일 이번에 시험한 엔진을 장착한 발사체를 쏠거라는 전망도 많은데?

정지궤도위성을 탑재한 발사체를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수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가능성은 80t 엔진 1기 또는 2기를 묶어 1단으로 쓰고 2단을 스커드나 보조엔진을 사용하는 KN-14 ICBM을 시험발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만일에 ICBM을 쏜다면 어디다 쏠 건가? 일본 열도를 넘어가 태평양에 떨어질 텐데 미국이 가만있을까? 김정은이 바보가 아니다. 90도 가까운 고각으로 올려서 쏘면 고도가 1만㎞ 이상 올라갈 수 있다. 미사일이 굉장히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위성 발사체의 위성 부분만 핵탄두로 바꾸면 ICBM이 된다는 주장은 맞는 얘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ICBM 의 1단 로켓은 공유할 수 있지만, 보통 위성 발사체의 2단과 3단 엔진은 훨씬 강력해야 한다. ICBM은 우주로 올라갔다가 자유낙하해 원하는 목표물을 타격하는 게 임무다. 상승하면서 연소가 끝나고 정점을 찍고 하강한다. 위성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서 추가의 동력 없이 계속 돌게 만들어야 한다. 통상 상단 또는 3단 로켓이 우주에 올라가서 위성이 궤도를 돌 수 있도록 초속도를 제공해준다. 즉 1단은 같을 수 있으나 2, 3단은 전혀 다른 기술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 시점에 80t 추력의 엔진 시험을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북한이 물론 강력한 위성 발사체를 개발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80t짜리 엔진 하나 또는 두 개를 묶어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이동식 ICBM KN-14 엔진으로 쓰려는 게 진짜 목표라고 본다.

어떻게 가능한가?

1단 로켓에 80t 엔진 하나를 넣으면 7~8m, 두 개 엔진을 묶으면 그만큼 연료와 산화제를 많이 실어야 하기 때문에 1단 높이가 15~16m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단 로켓 및 탄두를 포함하는 페어링(탄두 덮개)을 6~7m 정도로 만들면 20m 전후로 이동식 ICBM인 KN-14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2단 엔진의 조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대 사거리는 1만㎞ 이상 충분히 나온다. 지금 그 분석을 하고 있다. 그만큼 80t 추력이 큰 거다. 두 개면 160t이다. 2012년 12월에 발사한 은하 3호 위성은 노동 미사일 엔진 네 개를 클러스터링(clustering:추력을 높이기 위해 엔진 여러 개를 묶는 것)했다. 노동 엔진이 27t, 옆에 3t짜리 부스터(보조 엔진)를 합치면 30t, 곱하기 4하면 120t이다. 이걸로 위성을 500㎞ 올렸다. 결국 은하 3호 발사체보다도 추력이 크다는 의미다. 80t 엔진 두 개만 묶어도 상당한 사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4월9일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엔진에 대한 지상 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것과 이번 시험은 어떤 관계인가?

4월에 한 것은 무수단 미사일에 사용하는 옛 소련의 R-27(SS-N-6) 엔진을 모방 개발하여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엔진이다. 4월에 시험한 것은 노즐(분사구)이 밖에서 안 보이고 노즐과 엔진이 굉장히 뭉툭하며 짧은 잠입형이다. 이런 형상은 엔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탱크가 안쪽으로 파여 있다. R-27의 특징 그대로다. 이번에 시험한 것은 노즐이 뚜렷이 길게 나와 있다.

이번 시험의 엔진은 출처가 어딘가?

중국의 YF-20 엔진과 흡사하다. 중국의 롱마치(Long March:창정·長征)라는 우주 발사체의 엔진인데 그것을 모방한 것이다. 롱마치 1은 지금 폐기됐다. YF-20 엔진은 롱마치 2, 3, 4에 업그레이드돼서 메인 엔진 또는 3단 엔진으로 쓰인다. 우주정거장 ‘톈궁’, 통신위성 ‘둥방훙’, 유인우주선 ‘선저우’ 등을 쏘아 올리는 데 사용했다.

북한은 이 기술을 어떻게 획득했을까?

기본 제원은 어느 정도 공개돼 있으므로 인터넷을 뒤져 모방 설계를 했을 것이다. 또 미국의 정보대로 이란과 기술협력을 했을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한테는 주기를 꺼려해도 이란에는 석유를 받는 대신 기술을 많이 주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9월2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 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의 지상 분출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9월2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 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의 지상 분출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4월 무수단 시험의 경우, 무수단은 이미 실전 배치되어 있는데 구태여 엔진 시험을 다시 한 까닭이 뭘까?

1993년경에 북한이 러시아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용인 R-27 약 100기를 수입했다고 한다. 이것을 지상 발사용으로 개량해서 실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엔진은 그대로 두고 보조엔진과 방향 전환 및 자세 전환 장치 등만 지상용으로 개조했다. R-27 엔진은 신뢰도가 아주 높았기 때문에 시험발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북한이 국산화를 시도한 이유는?

이것도 바로 이동식 ICBM인 KN-14 개발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동식 ICBM을 만드는 것은 북한의 숙원사업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대포동 1호와 2호는 길이가 너무 커 무기체계로서 효용이 떨어진다. 대포동의 한계는 바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엔진의 한계에서 비롯한다.

어떤 점에서 한계가 있나?

대포동 1호는 스커드 엔진 4개를 붙여서 만들었고, 대포동 2호는 스커드와 노동 엔진을 결합해 만들었다. 스커드와 노동은 기본 기술과 추진제 및 산화제 등이 똑같다. 특히 등유(케로신) 80%와 휘발유 20%를 섞은 TM-185를 연료로 쓰고 적연질산(IRFNA)을 산화제로 사용하는데 효율이 낮은 게 문제다. 초기에는 탑재 중량을 줄이는 식으로 구조 중량비를 개선해서 사거리를 늘려왔는데, 성능의 한계로 일정 크기 이하로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엔진 조합을 아무리 해도 사거리가 7000㎞ 이상 안 나온다. 즉 미국 본토를 때릴 수가 없다.

그래서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인가?

그렇다. 북한이 이동식 ICBM으로 처음 추진한 게 KN-08이다. 2012년 4월15일 8축의 TEL에 실려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20m가 좀 넘었고 3단형이었다. 당시 모형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2013년 2월과 8월에 엔진 연소시험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노동 엔진 두 개를 붙여서 해보려고 한 것 같은데 나도 여러 엔진 조항으로 사거리 분석을 해왔지만 사거리가 6000~7000㎞밖에 안 나온다. 그래서 KN-08을 포기하고 KN-14로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N-08과 14의 외형적 차이점이 있나?

KN-14는 미국이 2014년에 포착했고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2단형으로 KN-08보다 길이가 짧고 앞부분이 뭉툭한 것이 특징이다. 핵탄두의 지구 대기권 재진입을 고려한 설계 변경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4월 무수단 엔진으로 신형 ICBM 엔진 시험을 한 것이나 이번에 정지위성 발사체용 엔진 시험을 한 것은 둘 다 KN-14에 적합한 엔진을 찾기 위함인가?

그렇다. 무수단 엔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실전 배치했던 무수단을 국산화하고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시험발사에 성공하기까지 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무수단 엔진은 스커드 계열과 족보가 다르다. 추진제가 비대칭디메틸하이드라진(UDMH) 이고 산화제가 사산화질소(N₂O₄)로 고에너지 추진제다. 80t 엔진에도 이 연료 조합을 썼을 것이다. 이 추진제 조합은 스커드 계열 추진제보다 비추력이 30% 이상 더 나온다. 구형의 스커드 및 노동 엔진에만 의존하다 고에너지 추진제를 국산화해서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니 좋아서 난리가 났던 것이다.

4월 무수단 엔진 시험에 성공했으면서 전혀 다른 계통의 엔진 시험을 또 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수단은 잠입형이라 제작 기술과 제작 공정이 어렵다. 대량생산이 어렵다. 반면 80t 엔진은 일반적인 형상이라 훨씬 쉽고, 많이 만들 수 있다. 8축의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도 짧게 만들 수 있다. 또 액체연료이지만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다니면 포착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소망은 원산에서 위싱턴 D.C., 즉 백악관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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