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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회]당신, 절친 있는가..관계 꽉 막힌 '외톨인생' 급증

천하한량 2016. 11. 2. 20:05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 이와 관련해, 비선 정치를 택하게된 대통령의 '심리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대통령의 영애로서 부모를 잃으면서 겪게된 '배신 트라우마'와 의지할데 없는 고독감이 지금의 기형적인 형태의 통치를 낳게된 심리학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현 사태의 한 원인이라면 대통령이 지녀야할 공평무사하고 포용력 있는 태도를 원천적으로 결여한 경우로 지도자로서는 중대한 결격사유에 해당되겠죠. 대통령 뿐 아니라 보통사람들 또한 인간관계가 갈수록 황폐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고, 소통할 이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 '고독사회'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오성수
그림=오성수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녀 전체 10명 중 8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찾을 만한 사람을 다섯 손가락 정도만 꼽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 만 19세~5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몇 명 정도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 1~2명(27.2%) 또는 3~4명(33.7%)이라고 응답했다. 5~6명 정도라고 대답한 사람은 17.7%였다.

"어렵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결국 돈과 나 자신뿐이다."

섬유업계 대기업 부장 정모(51)씨는 말했다. 정씨는 3년 전 카센터 사업을 제안한 사촌에게 4000만원을 투자했다가 그 돈을 고스란히 날렸다. 정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척이기에 믿고 투자 했다. 노후자금으로 붓고 있던 적금까지 깨가면서 마련한 돈이었는데 고스란히 날렸다. 괘씸한 생각에 사기혐의로 고소를 했지만 친척지간에 너무 매정하다 싶어 결국 고소를 취하했다"며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사라졌다"며 씁쓸해 했다.

힘든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동성친구(58%, 중복응답)와 어머니(4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어려울 때 친구(20대 74.7%, 30대 61.8%, 40대 47.8%, 50대 46.8%)와 어머니(20대 61.6%, 30대 54.4%, 40대 47.5%, 50대 24.4%)에게 의지하는 성향이 강한 특징을 보였다. 또한 형제/자매 (41.3%)와 배우자(40.1%)에게 의지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다른 연령에 비해 50대가 형제/자매(45%)와 배우자(60.4%)에게 많이 의지하는 모습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은 NO!"=누군가와 멀어지거나, 연락이 끊긴 경험도 거의 대다수(86.1%)가 한번쯤은 가지고 있었다. 동성 친구(49.5%, 중복응답)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특히 여성(남성 43%, 여성 56%)과 젊은 세대(20대 57.4%, 30 대 56%, 40대 47.2%, 50대 37.4%)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부침이 큰 모습이었다.

홍보업계에 종사하는 박모(28)씨는 "졸업 후 정말 어쩌다가 한 두 번씩 카톡이 오는 대학 동기가 있었는데 안부를 묻는 것처럼 하지만 결국은 회사 정보를 묻거나 다른 동기들의 연락처를 물어보려고 연락하는 게 대부분이고, 정작 내 이야기를 하면 계속 흘려들었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동기들의 연락처 물은 것 역시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려고 한 것이었다. 그 동기가 얄미워서 카톡이 와도 답장을 대충했더니 저절로 연락이 끊겼다"며 학을 뗐다.

박씨처럼 학교 동기 및 선후배(30.2%), 직장동료(22.7%)와 관계가 끊어진 경우도 많은 편이었으며, 이성친구(17.3%) 및 연인(11.6%)과의 이별이 그 뒤를 이었다. 인연이 끊어진 이유를 살펴보면, 연락을 자주 하지 않게 된 것이 공통적인 이유였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는 것 같다는 것도 연락이 소원해진 중요한 이유였으며, 연락처가 없어져서 사이가 멀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이제 옛말=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친구의 숫자로는 최소 3~4명(36.5%)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5~6명(21.5%), 1~2명(16.1%)을 주로 꼽았다. 대부분이 인생에 필요한 친구의 숫자로 1명~6명 정도를 꼽는 것으로, 친구의 숫자가 그렇게 많을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그만큼 크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누군가를 지인이 아닌 ‘친구’로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60.8%, 중복응답), 서로 마음이 통하는지(60.7%)의 여부였다. 20대는 편안함(65.6%)을, 50대는 마음이 통하는지(68%)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보다 뚜렷했다. 또한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56.7%),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44.5%), 공유할 추억이 있는지(41.4%)도 친구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이런 ‘친구’는 대체로 학창시절,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인간관계 중에서 '절친한 친구'와 '친구','지인'을 나누는 구분은 소통방식보다는 상황에 대한 공유와 관련이 깊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초대를 하느냐가 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였다. 상대방의 가족 장례식이 생기면 참석할 것 같은지를 묻는 질문에, 절친한 친구라면 참석할 것이라는 의견이 91.1%에 이른 반면, 친구와 지인일 경우에 참석할 것이라는 의견은 69.8%와 49%에 머물렀다. 상대방의 결혼식에 참석하며(절친한 친구 88.1%, 친구 74.8%, 지인 54.7%) 내 가족 장례식에 부를 것 같다(절친한 친구 87%, 친구 61.5%, 지인 37.6%)는 의견 역시 친한 정도에 따라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