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로 구성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연구진은 5월 2일∼6월 12일 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을 포함한 항공기 3대와 인공위성 5기 등을 총동원해 한국 대기 질을 처음으로 조사했다. 동아일보는 미국 측 연구진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했다.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연구진이 5월 1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서해 화력발전소 지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전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왼쪽). 서울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충북 일대와 강원, 경북으로 퍼져나갔다. |
초미세먼지는 특히 서해안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대거 발생했다. 연구진이 5월 21일과 6월 5일 각각 인천∼태안, 당진∼서천 인근 앞바다를 날며 대기 질을 관측하자 초미세먼지의 주된 성분 중 하나인 고체 상태의 황산화물(SO4)을 만드는 아황산가스(SO2)의 수치가 10∼60ppb(ppb는 1000분의 1ppm)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시각 서울은 1∼3ppb 수준에 불과했다.
연기 내뿜는 화력발전소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 5월 2일∼6월 12일 한국의 대기 질을 관측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연구진의 미국 측 운영위원인 김세웅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서해 지역 화력발전소의 아황산가스(SO2) 등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1990년대 후반 미국 남부 화력발전소에서 관측된 수준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DB |
더 큰 문제는 화력발전소 지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봄철 북서풍에 실려 한국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점. 루이자 에먼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대기성분 원격탐사 및 예측단장은 서해 화력발전소 5곳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동쪽으로 퍼지면서 남한 전체로 뻗어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오염물질이 다른 성분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2차 초미세먼지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 상공의 초미세먼지 성분은 유기물질이 약 50%로 가장 많았고, 고체 상태인 질소산화물(NO3)과 SO4는 각각 20% 수준이었다. 유기물질의 대부분은 자동차 매연과 유기용제 사용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물질(VOCs)의 산화물이다. 단일 성분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NO3 역시 주된 배출원은 자동차 배기가스다.
잭 딥 미국 햄프셔대 교수는 “서울 초미세먼지의 성분은 부산 등 다른 도시의 초미세먼지보다 NO3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서울에 밀집돼 있는 교통량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도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딥 교수는 “대체로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높은 고도의 기류를 타고 넘어왔지만, 국내 발생 초미세먼지는 우리가 숨 쉬는 지표면 가까이에 낮게 깔린 채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한국의 대기 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배리 레퍼 NASA 본원 대기연구 임무 총괄책임자는 “ 한국 대기 질을 6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관측한 것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결론에 이르기 위해선 수년 동안 여러 계절에 걸쳐 반복해 관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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