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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화력발전소서 나온 미세먼지, 북서풍 영향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가

천하한량 2016. 6. 20. 19:05
동아일보]
올봄 초미세먼지(PM2.5)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은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서해 지역에서 동쪽으로, 차량이 많은 서울 도심에서 남쪽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의 전국적 확산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로 구성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연구진은 5월 2일∼6월 12일 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을 포함한 항공기 3대와 인공위성 5기 등을 총동원해 한국 대기 질을 처음으로 조사했다. 동아일보는 미국 측 연구진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했다.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연구진이 5월 1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서해 화력발전소 지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전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왼쪽). 서울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충북 일대와 강원, 경북으로 퍼져나갔다.

초미세먼지는 특히 서해안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대거 발생했다. 연구진이 5월 21일과 6월 5일 각각 인천∼태안, 당진∼서천 인근 앞바다를 날며 대기 질을 관측하자 초미세먼지의 주된 성분 중 하나인 고체 상태의 황산화물(SO4)을 만드는 아황산가스(SO2)의 수치가 10∼60ppb(ppb는 1000분의 1ppm)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시각 서울은 1∼3ppb 수준에 불과했다.

연기 내뿜는 화력발전소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 5월 2일∼6월 12일 한국의 대기 질을
관측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KORUS-AQ)’ 연구진의 미국 측 운영위원인 김세웅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서해 지역
화력발전소의 아황산가스(SO2) 등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1990년대 후반 미국 남부 화력발전소에서 관측된 수준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DB
KORUS-AQ의 미국 측 운영위원인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서해 화력발전소 지역의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1990년대 후반 미국 남부 화력발전소에서 관측된 수준만큼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화력발전소 지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봄철 북서풍에 실려 한국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점. 루이자 에먼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대기성분 원격탐사 및 예측단장은 서해 화력발전소 5곳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동쪽으로 퍼지면서 남한 전체로 뻗어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오염물질이 다른 성분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2차 초미세먼지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 상공의 초미세먼지 성분은 유기물질이 약 50%로 가장 많았고, 고체 상태인 질소산화물(NO3)과 SO4는 각각 20% 수준이었다. 유기물질의 대부분은 자동차 매연과 유기용제 사용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물질(VOCs)의 산화물이다. 단일 성분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NO3 역시 주된 배출원은 자동차 배기가스다.

잭 딥 미국 햄프셔대 교수는 “서울 초미세먼지의 성분은 부산 등 다른 도시의 초미세먼지보다 NO3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서울에 밀집돼 있는 교통량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도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딥 교수는 “대체로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높은 고도의 기류를 타고 넘어왔지만, 국내 발생 초미세먼지는 우리가 숨 쉬는 지표면 가까이에 낮게 깔린 채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한국의 대기 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배리 레퍼 NASA 본원 대기연구 임무 총괄책임자는 “ 한국 대기 질을 6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관측한 것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결론에 이르기 위해선 수년 동안 여러 계절에 걸쳐 반복해 관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