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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까지 간 회계투명성.. 한국, 61개국 중 꼴찌

천하한량 2016. 6. 3. 14:50
동아일보]
‘세계 최하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의 회계(會計) 부문 순위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의혹 등으로 회계법인들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회계업계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제경쟁력 평가 세부 항목에서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은 조사 대상 61개국 중 61위였다. 2014년 59위에서 지난해 60위로 내려간 뒤 이번에 또 한 계단 하락한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몽골, 베네수엘라 등 개발도상국들도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금융 당국과 회계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인과 주한 외국 기업인들의 설문조사에 기반을 둔 순위라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회계법인에 대한 자국 기업인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일 뿐이지, 순위가 최하위라고 해서 한국이 개도국보다 회계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회계사들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서도 한국은 151개국 중 72위로 하위권이었다”며 “주한 외국 기업인들이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들뿐만 아니라 회계투명성을 경시해 온 한국의 기업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최근 회계업계는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이 대규모 부실을 발견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 감리를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고위급 임원들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부실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 회계법인도 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 투입 인원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사 보수를 2∼3배 늘려야 하며, 금융 당국이 기업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감사인 지정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면 분식회계를 눈감아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