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 다니는 39세 한 과장은 최근 팀원들에게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ㅇㅈ'이라는 메시지 뜻을 물었다가 망신을 당했다. 한 팀원이 "'인정'의 자음만 따서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오래전에 나온 신조어인데 과장님도 '아재'시네요"라고 말한 것이다. 이 과장은 "스스로 젊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재(아저씨의 낮춤말)'의 범주에 들어가다니 충격받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그날 퇴근한 뒤 인터넷으로 'ㅇㄱㄹㅇ(이거레알·이거 진짜)' 'ㅈㄱㄴ(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자)' '사바사(사람by사람·사람마다 다르다)'등 '신조어'들을 검색해 공부했다고 한다.
최신 젊은 트렌드에 뒤떨어진 사람을 희화화(戱畵化)해 '아재'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하면서, 중장년층들이 아재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세대와 구세대를 가르는 기준인 '아재'는 다양하게 쓰인다. 한물 지난 개그를 하면 바로 '아재 개그', 중·장년층의 입맛·패션 취향을 드러내면 '아재 입맛'이나 '아재 패션'으로 놀림받기 쉽다. 이런 중·장년층의 스트레스를 '아재 공포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기업 연모(55) 부장은 "인터넷에서 '아재 입맛 검사표'를 본 뒤부터 점심 메뉴 고를 때마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 검사표는 내장탕, 천엽, 생간 등 '아재'들이 좋아할 만한 34개의 음식 이름을 적어 놓고, 이 중 몇 개나 먹을 수 있는지에 따라 '일반인' '아재' '뼛속까지 아재' 등 등급을 나누어 놓고 있다. '뼛속까지 아재' 등급을 받은 연씨는 "젊은 부하 직원들이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는 것을 슬슬 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청바지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입는 옷을 입고 출근하는 중년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무역업체를 다니는 백모(29)씨는 "40대인 과장님이 청바지를 입고 왔는데, 유행이 한참 지난 폭이 넓은 청바지여서 한참 웃었다"며 "그래도 젊은 팀원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40~50대 남성의 청바지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모자가 달린 티셔츠는 세 배 가까이, 젊은 취향의 스니커즈 운동화도 판매량이 6배 늘었다. 인터넷에는 아이돌 이름 공부하기나 신조어 학습하기 같은 '아재 탈출 비법'이 많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일하기도 바쁜데 이런 것까지 일부러 공부해야 하나"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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