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스페인 법원이 내전 당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에게 처형된 후 프랑코와 함께 '전몰자의 계곡'에 묻혀 있는 희생자를 이장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1936∼1939년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군대에 붙잡혀 즉결 처형된 라페냐 형제를 프랑코의 무덤이 있는 '전몰자의 계곡' 기념관에서 다른 곳으로 이장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45㎞ 떨어진 '전몰자의 계곡' 기념관엔 내전 당시 숨진 좌·우파 양측 군인 등 3만4천 명이 묻혀 있다.
이중 좌파인 공화파 군인과 무정부주의자들의 유해는 우파인 팔랑헤당의 프랑코 정권이 유가족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본래 무덤에서 파헤쳐 이 기념관으로 이장했다.
무정부주의 운동 창립 멤버인 라페냐 형제도 애초 다른 지역에 묻혔다가 프랑코 정부 당시인 1959년 '전몰자의 계곡'으로 옮겨졌다.
프랑코가 내전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명목으로 공화파 포로들을 동원해 건설한 이 기념관은 1958년 완공됐으며, 프랑코가 1975년 사망 후 묻히면서 프랑코 지지자들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내전에서 희생된 전몰자 유족들은 내전의 당사자인 프랑코의 유해가 내전의 희생자들과 같은 장소에 안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전몰자의 계곡'에 묻힌 희생자 유해 발굴이 허락된 것은 라페냐 형제가 첫 사례다.
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프랑코에 의해 처형된 공화파 정부 지지자들과 팔랑헤당 지지자들의 유해를 구별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전몰자의 계곡 보전 협회는 "이들 형제의 유해가 이곳에 묻혔는지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소송이 잇따르면 전몰자의 계곡에 묻힌 다른 유해를 온전하게 보전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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