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울에서 전북의 한 시골로 귀농한 김모(56)씨는 최근 정든 마을을 떠났다. 김씨는 귀농의 귀자만 들어도 혀를 내두른다. 지난해 봄 동네 한 주민이 갑자기 김씨 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창고를 짓기 시작하면서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이 주민은 김씨가 귀농한 첫해부터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골목길이 자신의 땅이라는 이유로 차량과 트랙터로 가로막아 김씨가 한동안 집을 드나들지 못했다. 김씨도 이 주민의 불법건축행위를 트집잡아 군에 신고하는 등 맞대응하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결국 김씨는 주민과 화해를 하지 못하고 3년 만에 귀농을 포기했다. 정부 및 전국의 지자체가 2009년부터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본격적인 귀농·귀촌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해마다 귀농·귀촌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지 토박이 주민들과의 갈등을 비롯해 사전준비 소홀, 힘든 노동 등의 이유로 역귀농도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세밀한 제도적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재경광주전남향우회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귀농귀촌박람회에서 한 귀농 희망자가 상담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
◆5년새 10배 증가… 주민 갈등 역귀농도 급증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귀농·귀촌 인구는 4만4586가구(8만855명)로 전년 3만2424가구(5만6267명)보다 37.5%(인구 43.7%) 늘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5만가구(10만명)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전인 2010년 4067가구와 비교하면 10배 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한 데는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책이 큰 영향을 줬다. 또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시행되면서 국가의 지원정책이 체계화됐다. 지자체는 매년 귀농·귀촌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귀농·귀촌의 창업자금과 주택구입, 지역주민 융화 시책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경남 고성군은 귀농 가구당 최대 1000만원의 정착 지원금으로 귀농인 교육과 벤치마킹에 사용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과 익산시는 농가에 남아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월 10만원에 임대하거나 집 수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다양한 지원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일부 귀농·귀촌인들이 정착을 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역귀농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귀농·귀촌 10명 중 2∼3명이 역귀농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귀농·귀촌 인구는 4만4586가구(8만855명)로 전년 3만2424가구(5만6267명)보다 37.5%(인구 43.7%) 늘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5만가구(10만명)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전인 2010년 4067가구와 비교하면 10배 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한 데는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책이 큰 영향을 줬다. 또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시행되면서 국가의 지원정책이 체계화됐다. 지자체는 매년 귀농·귀촌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귀농·귀촌의 창업자금과 주택구입, 지역주민 융화 시책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경남 고성군은 귀농 가구당 최대 1000만원의 정착 지원금으로 귀농인 교육과 벤치마킹에 사용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과 익산시는 농가에 남아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월 10만원에 임대하거나 집 수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다양한 지원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일부 귀농·귀촌인들이 정착을 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역귀농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귀농·귀촌 10명 중 2∼3명이 역귀농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에서 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상위권인 전북도는 역귀농이 꾸준히 늘면서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전북도의 최근 3년간 역귀농·귀촌 가구는 365가구(750명)로 귀농·귀촌 인구 4411가구의 10%에 달한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는 2011∼2013년 귀농한 5921가구 가운데 6.3%인 372가구가 역귀농했다. 이 같은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역귀농의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주민들과의 갈등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마을 주민들의 텃세를 견디지 못하고 짐을 싸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또 현지 주민들은 귀농·귀촌인에게 각종 혜택을 주지만 정작 수십년간 마을을 지켜온 자신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4년도 귀농 실태조사를 보면 귀농·귀촌인들의 33.9%가 ‘마을 주민들의 곱지 않은 선입견과 텃세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
광주에서 교사를 하다 퇴임한 이모씨 부부는 3년 전 전남 담양으로 귀농을 했지만 세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이씨가 귀농할 때 신축한 전원주택이 주민들의 입살에 오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동네의 기와집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괜한 트집을 잡으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이씨는 귀농 6개월 만에 다른 마을로 옮겼지만 주민들의 텃세는 계속됐다. 이씨는 결국 외지인들만 모여사는 전원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초기 3년이 정착 성공 좌우… 이 기간 집중 지원해야
귀농·귀촌인의 정착 성공 여부는 이주 초기 3년에 결정된다. 귀농·귀촌인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다. 이때만 잘 넘기면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해 정부의 지원도 이 기간에 집중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기도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던 박모씨는 5년 전 전북 순창군으로 내려와 복분자 재배를 했다. 귀농에 자산을 모두 투입했지만 복분자 농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년 후에나 수확이 가능했다. 박씨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손에 돈을 쥐었지만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었다.
박씨는 “초기에 복분자 수확을 하지 못하면서 수천만원의 빚을 안게 됐다”며 “귀농 초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과 영농을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 정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귀농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며 “정책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귀농·귀촌인의 개별적인 지원보다는 귀농·귀촌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의 육성 등 시스템 구축이 더 필요하다. 아직도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의 상세한 정보와 관련 프로그램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에서 학원강사를 하던 이모씨 부부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귀농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씨 부부는 귀농할 지역의 부동산업체를 통해 전답과 주택을 구입했다. 하지만 막상 귀농해 보니 밭이 아닌 임야인 데다 주택은 공사장 현장사무소 창고였다. 부동산업체에 속아 귀농의 발을 떼보지도 못하고 수억원의 재산만 날려버렸다.
상당수 귀농·귀촌인들은 농촌 현실이 아직 외지인들을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되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남 영광군 귀농·귀촌협의회 박남주 회장은 “무작정 성공사례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귀농정책이 현실에 맞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광주·전주=한현묵·김동욱 기자 hanshim@segye.com
역귀농의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주민들과의 갈등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마을 주민들의 텃세를 견디지 못하고 짐을 싸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또 현지 주민들은 귀농·귀촌인에게 각종 혜택을 주지만 정작 수십년간 마을을 지켜온 자신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4년도 귀농 실태조사를 보면 귀농·귀촌인들의 33.9%가 ‘마을 주민들의 곱지 않은 선입견과 텃세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
광주에서 교사를 하다 퇴임한 이모씨 부부는 3년 전 전남 담양으로 귀농을 했지만 세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이씨가 귀농할 때 신축한 전원주택이 주민들의 입살에 오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동네의 기와집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괜한 트집을 잡으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이씨는 귀농 6개월 만에 다른 마을로 옮겼지만 주민들의 텃세는 계속됐다. 이씨는 결국 외지인들만 모여사는 전원주택 단지로 이사를 했다.
◆초기 3년이 정착 성공 좌우… 이 기간 집중 지원해야
귀농·귀촌인의 정착 성공 여부는 이주 초기 3년에 결정된다. 귀농·귀촌인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다. 이때만 잘 넘기면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해 정부의 지원도 이 기간에 집중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기도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던 박모씨는 5년 전 전북 순창군으로 내려와 복분자 재배를 했다. 귀농에 자산을 모두 투입했지만 복분자 농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년 후에나 수확이 가능했다. 박씨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손에 돈을 쥐었지만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었다.
박씨는 “초기에 복분자 수확을 하지 못하면서 수천만원의 빚을 안게 됐다”며 “귀농 초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과 영농을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 정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귀농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며 “정책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귀농·귀촌인의 개별적인 지원보다는 귀농·귀촌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의 육성 등 시스템 구축이 더 필요하다. 아직도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의 상세한 정보와 관련 프로그램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에서 학원강사를 하던 이모씨 부부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귀농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씨 부부는 귀농할 지역의 부동산업체를 통해 전답과 주택을 구입했다. 하지만 막상 귀농해 보니 밭이 아닌 임야인 데다 주택은 공사장 현장사무소 창고였다. 부동산업체에 속아 귀농의 발을 떼보지도 못하고 수억원의 재산만 날려버렸다.
상당수 귀농·귀촌인들은 농촌 현실이 아직 외지인들을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되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남 영광군 귀농·귀촌협의회 박남주 회장은 “무작정 성공사례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귀농정책이 현실에 맞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광주·전주=한현묵·김동욱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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