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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집권당 다수 불구 연정 구성 불투명..안갯속으로

천하한량 2015. 12. 21. 17:54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스페인 총선에서 좌·우 신생 정당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30여년간 지속된 양당체제가 무너졌다. 집권 국민당(PP)은 제1당 자리를 수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서 연정 파트너 찾기에 돌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집권 국민당이 총 350석의 하원 의석 중 123석을 차지하며 1당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득표율은 28.7%에 불과했으며 의석수도 지난 2011년 총선의 186석과 비교했을 때 63석이나 줄어들면서 단독 과반(176석)에 실패했다.

© 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 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국민당과 오랜 양당체제를 구축해왔던 사회당(PSOE)도 의석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총선에서 110석으로 제1 야당이 됐던 사회당은 90석, 22.0%의 지지율을 얻어 2위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신생 정당임에도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급진좌파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좌파 연합에 참여해 스페인 제1, 제2의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모두에서 시장을 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 포데모스는 처음으로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60석, 20.6%의 지지율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단숨에 제3당으로 부상한 포데모스는 향후 정부 구성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신생정당인 중도우파 '시우다다노스(Ciudadanos·시민) 또한 포데모스와 함께 대형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우다다노스는 40석, 13.9%의 득표율을 얻으며 제4당에 올랐다.

이로써 지난 1978년 스페인에 민주화가 이뤄진 후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했던 국민당과 사회당의 양당 체제는 30여년 만에 마무리됐고 누가 차기 정부 수반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총선 후 국민당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낸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AFP=뉴스1
총선 후 국민당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낸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AFP=뉴스1

국민당은 선거에 승리했다면서도 당장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해 연정 구성에 나서야 하는 현실을 직시했다. 국민당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쉽지 않은 시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협정과 합의가 필요하며 곧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 정당인 국민당의 연정 상대로는 친 시장 성향의 시우다다노스가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두 정당의 의석을 모두 합해도 163석에 불과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라호이 총리를 비롯한 국민당 고위 인사들이 정치자금 수수 등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알베르트 리베라 시우다다노스 대표는 "현 정치권을 부패하게 만든 사람들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국민당 비리 연루 인사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물론 총리로 라호이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다음으로 유력한 국민당의 연정 대상은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당이다.

양당체제 당시에는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라이벌이었지만 신생 정당들의 약진으로 인해 모두 구(舊)시대 정당이 됐으며 중도 성향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기성 거대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게 되면 213석을 확보하게 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반면 성향 차가 뚜렷한 급진좌파인 포데모스나 공산당 주도의 좌파연합(IU)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총선 후 지지자들 앞에 선 알베르트 리베라 스페인 시우다다노스 대표.© AFP=뉴스1
총선 후 지지자들 앞에 선 알베르트 리베라 스페인 시우다다노스 대표.© AFP=뉴스1

국민당이 과반 연정을 구성하지 못한 가운데 좌파가 먼저 과반 연정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회당이 포데모스와 손을 잡은 후 국민당 정권에 염증을 느껴온 IU(4석)를 비롯한 군소 정당들을 설득한다면 국민당을 제치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분리독립을 원하고 있는 카탈루냐 지방 정당에 더 많은 자치권 등을 약속해야 하기 때문에 순탄하게 연정이 이뤄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내달 13일 새 의회 출범에 맞춰 정부를 출범시키려면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는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펠리페 6세는 각 정당이 내세운 총리 후보(대개는 당 대표)를 만난 후 국회의장과 논의해 이 중 1명을 지명하게 된다.

지명된 후보자가 의회 신임투표에서 과반 득표(176표 이상)에 실패할 경우 48시간 이내에 2차 투표가 진행되는데, 이 때는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기만 하면 신임이 이뤄지는 것으로 요건이 완화된다. 후보자가 여기서도 신임에 실패할 경우 국왕은 다른 당의 새 총리 후보를 지명하게 된다.

다만 연정 구성기간은 협상의 어려움을 고려해 마감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어떤 후보도 의회 신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2개월 이내에 조기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총리 후보에 대한 자격 규정은 없지만 1977년 이후 치러진 11차례의 총선에서는 모두 제1당의 후보가 후보자로 지명됐다. 아울러 모든 총리 후보가 지명 1개월이 지난 후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리 신임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험로를 예고했다.

제3당 확정 소식에 주먹 불끈 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 AFP=뉴스1
제3당 확정 소식에 주먹 불끈 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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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PP)이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비해 좌파 신생 정당 ‘포데모스’와 중도 우파 신생정당 ‘시우다다노스’는 약진했다. 이에 따라 30년간 이어온 국민당과 사회당(PSOE)의 양당정치는 무너졌다. 스페인 정치를 주도할 정치세력이 사라지면서 스페인 정국은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년만에 양당체제 붕괴‥신생정당 약진

이날 총선 최종 개표 결과 국민당은 의석 수별로 총 350석인 의회에서 12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의석수로 1위를 지켰지만 과반(176석)에는 크게 못 미친다. 또한 현재 의석인 186석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중도 좌파 제1야당인 사회당도 죽을 쒔다. 110석이던 의석수가 이번 선거결과 90석으로 의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좌파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와 중도 우파 신생 정당인 시우다다노스는 각각 69석, 4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로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30년간 유지해온 양당체제가 붕괴되고 사실상 4당 체제로 재편됐다.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총통 사망으로 민주화가 시작된 뒤 중도 우파 국민당과 중도 좌파 사회당이 권력을 주고받아 왔다. 최근 들어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대처에 실패한 사회당에 이어 2011년 총선에서 국민당이 압승해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집권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국민당은 연립 정부를 구성하지 않으면 불안한 소수 정부로 남아야 할 처지가 됐다.

◇경제난과 부정부패 탓에 기성정치 심판

스페인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2012년 7월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스페인은 2013년 말 구제금융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경제개혁과 강도 높은 긴축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켰다. 지난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일궈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3.1%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커졌고 고질적인 실업문제는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의 현재 실업률은 22% 수준이다. 국민 5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실업자라는 얘기다. 또 10명 중 3명은 빈곤선 근처의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라호이 총리를 비롯해 국민당 유력 정치인들이 건설업자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 받았다는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거 직전인 지난 16일에는 총선 유세에 나섰던 라호이 총리가 친척인 10대 소년으로부터 주먹으로 머리를 맞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소년은 경찰에서 라호이 총리가 “두 개의 월급을 받아서” 때렸다면서 집권당의 부정부패를 폭력 행사의 이유로 댔다.

파이년셜타임스(FT)는 연정이 구성될 때 까지 당분간 정당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해져 정치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젊은 정치지도자가 신생정당 약진 이끌어

신생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30대 당 대표들이었다.

돌풍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은 올해 37살인 포데모스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다. 포데모스는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연좌농성을 벌였던 ‘분노하라’ 시위 지도자들이 설립한 정당이다. 말총머리를 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매력적인 외모와 교수 출신의 해박한 지식과 논리 정연함을 무기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이글레시아스는 2012년 스페인의 은행 구제금융 채무 경감을 위한 국제채권단과 재협상을 주장해 왔으며 반부패와 긴축 반대를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혔다.

또 다른 신생 정당인 시우다다노스의 알베르트 리베라(36) 대표도 젊음과 기성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시우다다노스를 단숨에 중앙 정치권에 입성시켰다.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젊은 당수인 리베라는 수영선수 출신으로 법률가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집권 국민당의 부패에 실망한 이들에게 부패 척결을 약속하면서 유권자의 호감을 샀다. 시우다다노스는 카탈루냐주(州)의 분리독립에 반대해 2006년 만들어진 신생 정당이다.

장순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