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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월단 가능'..국기원 특별심사에 태권도계 '부글부글'

천하한량 2015. 12. 4. 15:45

■ ‘국기원 특별심사’ : 이례적인 승단 기회 제공

"태권도계에 덕망과 명성을 갖추고, 태권도 발전을 위해 공헌한 자, 그리고 승단 기회를 놓쳐 제자들보다 저(低)단증을 보유해 태권도인으로서의 가치가 폄하돼 있는 자들에게 승단 기회를 부여한다."
국기원이 지난 10월 2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5년 국내 특별심사 응시 접수 공고'의 내용이다. 다시 말해 태권도를 위해 몸 바친 분들을 위해 특별히 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이 안에 따르면 태권도 4단 보유자는 8단까지, 5단 보유자는 9단까지 승단할 수 있다. 최대 4단을 월단할 수 있는 것이다. 1단에서 9단까지 오르려면 평균적으로 4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피나는 수련과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이례적인 심사라고 할 수 있다.

■ 논란의 핵심…‘기금’

국기원은 승단 대상자에게 심사비와 일종의 기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심사비는 수십만 원대, 기금은 백만 원에서 2백만 원 사이로 정해졌다. 심사비는 승단을 위해 원래 내야 할 금액이라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기금이었다. 특별심사 대상자에게 기금을 걷는 방안이 공개되자 태권도계 안팎에서 반대가 빗발쳤다. 돈을 받고 단증을 파냐는, 이른바 '단증 장사'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 태권도계, “단증 가치 훼손”

기금 문제와 별개로 태권도계 내부는 특별심사를 통한 월단 자체를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특별심사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승단은 정해진 심사와 규정에 따라 획득돼야지, '태권도를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로 월단을 하는 것은 평등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둘째, 특별심사는 태권도의 '무예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 9단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숫자 9가 아니라 태권도에서 궁극의 경지에 오른 최고의 단인데, 특별심사를 통해 손쉽게 9단을 딸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 세계 태권도 수련생 930만 명 중 600여 명만 9단의 영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는, 단증에 대해 이미 대중의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특별심사를 강행할 경우 태권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는 주장을 한다. 심사 대상을 선정하는 것도 자의적인 데다, 돈만 주면 누구나 9단이 될 수 있다는 이미지가 박히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즉, 단증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 원로급 인사도 반발

일선 태권도 도장 관장과 태권도 사범 등 900여 명의 태권도 지도자들이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고, 해외 태권도인까지 특별심사를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 국기원 교육처장을 지낸 이종관 사범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9단 보유자인 이종관 사범은 국기원이 특별심사를 끝까지 추진한다면 본인의 단증을 반납하고 태권도계를 떠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교적 젊은 층인 태권도 학과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미 전국 5개 대학 6개 학과 학생 대표단이 반대 성명을 국기원에 전달한 바 있다. 또 특별심사 반대 집회를 열고,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국기원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국기원, “4중 장치 마련…철저히 심사하겠다”

태권도계의 거센 반발에 국기원은 일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나씩 해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돈만 내면 바로 9단을 딸 수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일단 특별심사 대상자 선정부터 4단계에 걸쳐 깐깐하게 할 예정이기 때문에 '단증 장사'는 악의적인 비난이라는 것이다.

4단계 절차는 9단 보유자 2명의 추천, 심의, 연수교육, 고단자 심사로 나눠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특별심사 신청 시 기본 요건으로 응시 대상자에게 9단 보유자 2명의 추천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그다음 태권도 발전을 위한 공헌도 등을 살펴보기 위해 '특별심사 심의위원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고, 4박 5일간의 강도 높은 연수교육을 받도록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친 대상자들에게 최종적으로 고단자 심사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현미경 검증을 통해 승단 기회를 제공한다면 단증 가치가 훼손되는 등의 문제가 될 건 없다는 게 국기원의 입장이다.

■ 기금안은 철회?

그러나 국기원은,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기금안'은 철회할 뜻을 슬쩍 내비쳤다. '돈=월단'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심사비만 받고 기금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철회한다고는 밝히지 않아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모든 것이 유동적인 상황이다.

■ 정치권까지 번진 ‘특별심사’ 논란

특별심사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까지 확산되는 조짐이다. 특별심사를 반대하는 태권도계 인사들은 지난 2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반대 성명서를 전달했다. 성명서를 받은 김무성 대표는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같은 당 문대성 의원에게 국기원 특별심사의 문제점을 검토한 뒤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기원 측은 일부 보완을 거쳐 특별심사를 실시하겠다면서 특별심사안을 고수하고 있다. 당분간 태권도계의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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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기자 (mcpar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