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스페인 축구 유학비용을 대폭 줄여보겠다며 현지 유학 전문가와 국내 유소년 축구선수 학부모가 뭉쳤다.
지난 4일 경기도 김포 모처에서 만난 이들은 "가격 거품이 심한 스페인 축구 유학비용을 깨보겠다"며 "실력만 있으면 유학을 꿈꿀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인공은 이상재(42) 스페인 유소년 축구 매니저와 인천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의 유망주 이동호(15)의 아버지 이윤재(57) 학부모다.
이상재 매니저는 1988년에 부모님을 따라 스페인으로 이민을 가서 결혼까지 했다. 지금은 FC바르셀로나와 협업 중인 워스팍(WOSPAC)이란 업체에서 스페인 축구 유학 관련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1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이상 바르셀로나) 같은 선수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도 스페인 유학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비용 문제가 학부모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부분을 좋은 일 한다는 생각으로 해결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상재 매니저에게 아들 이동호 군을 맡긴 이가 이윤재 학부모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인천 지역 유망주로 불렸던 아들을 뒷바라지해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계속되는 어린 아들의 부상과 그 안에서 느껴온 다소 강압적인 국내 유소년 축구 문화를 고려해 스페인 유학 준비를 했다"며 "현지에서 가격 뻥튀기도 당하는 등 고생 끝에 뜻이 맞는 이 매니저를 알았다. 한국에 있는 유소년 축구 학부모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고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물꼬를 터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다음은 이상재 매니저(이하 매니저)와 이윤재 학부모(이하 학부모)의 인터뷰 전문.
-스페인 축구라면 선진 축구 문화를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다. 큰 관심이 쏠릴 수 있기에 인터뷰에 앞서 독자분들의 이해를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매니저)스페인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축구 유학을 위해 유소년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저는 1988년부터 그곳에 이민을 가서 살고 있으며 11년 만에 업무차 한국에 들어왔다. 현재 워스팍(WOSPAC)이란 회사의 한국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FC바르셀로나와 협업을 맺어 여러 클럽팀의 선수 관리와 유치를 하고 있다. 잘하는 선수는 더 높은 단계로 올리고 하는 식이다. 스페인에 오려는 전 세계 축구 유소년들의 유학을 돕는 사업도 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스페인 축구 유학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국제학교와 기숙사 클럽을 통합해서 제공하려 한다.
(학부모)이동호라는 유소년 축구 선수의 아버지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동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강인(인천 유스 출신, 현재는 발렌시아 유스)보다 1년 위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천 유스인 광성중 시절까지 줄곧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기 또래에서는 이름깨나 있었다. 인천유나이티드 개막식에서 시축도 하고 그럴 정도로 인정받았으며 보통 자기보다 1~2학년 위 경기에 출전해 펄펄 날았다. 그러다 오늘 말씀드리겠지만 여러 이유로 스페인 유학을 보냈다. 보낸 뒤에 그곳에서 기량에 대한 평가가 좋아 지금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주려 하는 중이다. 동호는 현재 오전엔 스페인 학교에서 정상수업을 받고 있으며 방과 후엔 인근 축구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페인 유학이란 사안에서 저렴한 비용을 강조하셨다. 실제로 그게 가능한가? 스페인 축구 유학이라면 환율만 따져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매니저)이 일을 하며 여러 학부모와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아이가 실력도 있고 해서 축구 유학을 보내고 싶은데 비용 때문에 좌절하는 것을 봐왔다. 그걸 확 낮추겠다는 건데 제 입장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중간 비용을 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비용들은 중간에 발생하는 돈들과 국제학교에서 생활하는 비용 때문에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국제학교를 보내지 않고 반 사립학교를 보내면서 한 달에 200만원 정도로 대폭 낮추려 한다. 이건 학교 다니는 것까지 포함된 모든 비용이다. 게다가 현지에 제가 있으면서 아이들이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현지 가이드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려 한다.
(학부모)200만원을 말했는데 이건 사실 한국에서 축구 시켜도 드는 비용이다. 자잘한 유니폼 비용, 대회비, 회식비 등 다 포함하면 한 달에 200만원은 충분히 든다. 그런 돈으로 스페인 유학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이상재 매니저가 만들 것이며 실제 가능하니까 내 아이가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보통 스페인에 보내면 한 달에 400~500만원 든다. 그걸 쓸데없는 지출을 빼서 낮추겠다는 것이고 현재도 희망하는 사람들을 계속 찾고 있다.
-현실적인 금액 제시가 있으니 현실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게 활성화되거나 알려질수록 여타 다른 축구 유학 업체나 국내 축구계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데?
(매니저)그럴 수도 있지만 일단 10명의 국내 유소년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전까진 저한테 제대로 된 수익도 남지 않는다. 스페인 축구 유학의 길을 뚫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걸 돌파해서 더 넓은 세상을 보길 원한다. 개인적으론 이 일을 하면서 비용과 여러 문제로 고민하던 분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돈보다는 그걸 돕는 자세로 하려는 거다.
(학부모)그럴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결국은 아이들이 잘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저만 하더라도 다른 루트를 통해 스페인 축구 유학을 알아보고 실제로 진행했다. 하지만 관계자가 중간에서 엄청난 돈을 요구하더라. 나중에 알아보니 그게 전부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간 돈이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무역하는 사람인데도 아이 문제다 보니 속고 말았다. 큰 배신감이 들었다. 그러다 전 스페인 한인회장까지 만나게 되고 이렇게 이상재 매니저까지 알게 된 거다. 여러 번 대화하다 내가 회원 10명 확보까지는 봉사하는 자세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지에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정도의 저렴하고 질 좋은 축구 유학 아이템을 연구해달라고 했다.
-축구 선수 이전에 한 아이의 인생이 걸린 것들이니 어쨌든 좋은 쪽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스페인 축구 유학의 장점은 뭔가?
(매니저)몇 년 전 국내 모 학교 학생 선수들이 스페인에서 2주간 훈련하는 걸 현장에서 봤다. 이 선수들이 정말 엄청난 훈련으로 신체조건을 강화했다는 걸 첫 느낌에 받았다. 그러니 축구만 하면 체력이나 체격적인 우위로 계속 현지 팀들을 이겼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식으로 스페인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적용하면 아무도 축구를 하지 않을 것이란 거다. 스페인은 무엇보다 상황 판단과 순간적인 판단력을 중시한다. 강압적이거나 혼내는 문화가 없다.
-판단력을 키운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매니저)모든 건 선수 자신의 판단이며 감독과 어린 선수 사이에 상호 대화가 많은 문화다. 어린 선수더라도 내 생각은 이런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얘기하는 굉장히 친구 같은 관계다. 특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교육적인 부분이다. 축구 감독이 절대 학업에서의 권한이 없다. 어차피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엘리트 훈련은 많이 받는다고 인정한다. 한창 공부할 나이엔 학업에 집중하고 축구는 방과 후에 스트레스를 푸는 목적으로 만든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엘리트 훈련을 시켜 아이의 몸이 상하면 그게 커서 더 안 좋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학부모)놀랐던 점은 유소년 축구 감독이 전부 전업이 아닌 부업이라는 거다. 겪어보니 아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친다는 재미로 하더라. 그러니까 감독과 아이들 사이에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거다.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정도 받는 지도자가 흔하며 30만원밖에 못 받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런데 전부 본업이 있으니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고 투명하다.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서 가르치러 나오는 사람들이라 축구 감독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분위기다.
-지금 하시는 말씀들은 사실 국내 유소년 축구 학부모들이 많이 꿈꾸는 그림이다. 가령 축구 선수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외국어는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그 안에 있다. 이런 부분은 인지하고 있나?
(매니저)맞다. 사실 스페인 유학이란 게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문화부터 다르고 물가도 세며 아이 입장에선 누구를 의지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걸 반대로 생각하면 혼자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거다. 외국어도 배워야 하며 여러 부분에서 자기를 강하게 만든다. 최소한 축구 선수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이런 걸 이겨낸 아이들은 전 세계 어디에 가든 잘살더라. 저한테 밥 사주고 자기가 만든 책에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사인해서 주는 아이들도 있다. 이럴 때 정말 뿌듯하다.
(학부모)맞는 말이다. 흔히 주변에 축구 유학 보낸다고 하면 네 아이가 무슨 박지성 같은 대스타가 될 것 같으냐고 농담조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절대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정말 극소수의 확률일뿐더러 실제 주변에 그런 걸 꿈꾸는 부모도 많지 않다. 우리가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 것들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유학을 보내려 하는 건 한국에서 축구하면 공부도 꼴등이라 안타깝고 나중에 선수로 성공마저 못 하면 낙오자가 되는 것 같아서다. 스페인에 간다면 최소한 언어라도 배운다. 그곳 축구문화나 자기 나름의 여러 노하우도 배워올 것 아닌가. 그럼 여기서 축구만 하다가 선수가 못 된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계속 흐른 것 같은데 화제를 바꿔보겠다. 스페인 축구라고 하면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같은 국내 유망주들에 대한 현지 평가는 어떤가? 또 그걸 보며 느낀 점은?
(매니저)이승우 선수는 잘 알려졌듯이 스페인 전국적인 미디어에도 많이 나오고 사람들 눈길을 끌고 있다. 바르셀로나 내에서도 굉장히 탐내고 있다. 다른 선수들은 사실 제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스페인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다. 스페인 축구 문화는 조금 다르다. 축구를 정말 잘해도 그냥 주말마다 동네 클럽 나가서 뛰면서 평일엔 엔지니어나 다른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주변에서 선수급이라고 평가받는 경우도 흔하다.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이런 사례다. 학업과 병행해서 축구를 하다 보니까 크면서 자신의 진짜 재능이 다른 일에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경우다.
-희미하게 알려졌던 것들에 대해 짚어주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국내 유소년 축구 학부모님들께 전할 말씀이 있다면
(매니저)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 축구 자체가 좋아야 한다는 게 스페인 분위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 선수들도 다 그렇게 배운 거다. 아이가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저절로 엘리트 시스템으로 간다. 그게 아니면 공부를 하는 게 스페인 시스템이다.
(학부모)난 한국에 있는 유소년 축구 학부모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고 싶다. 어떤 답답함이 있는지 내가 학부모 입장이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물꼬를 조금이나마 터주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뜻이 있고 깊이 생각한 학부모나 유소년 선수가 있다면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이상재 스페인 축구 유학 매니저(왼쪽)와 유소년 축구 선수 이동호 군의 아버지 이윤재 학부모.사진/뉴스토마토
◇스페인 축구 유학 업체 워스팍(WOSPAC)의 활동 모습. 사진/워스팍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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