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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9단' 국기원 특별심사에 태권도계 시끌 '특별승단 기금' 받아 '단증 장사' 비난도 일어

천하한량 2015. 10. 30. 15:21

'특별승단 기금' 받아 '단증 장사' 비난도 일어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바람 잘 날 없는 태권도계가 또 시끄럽다. 이번엔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 내놓은 '특별심사' 때문이다.

국기원은 지난 23일 '2015년 국내 특별심사 응시 접수 공고'를 냈다.

"국내 태권도 단증 보유자 중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과 경력에도 여러 이유로 승단 기회를 놓친 태권도인들 사기진작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국기원이 밝힌 특별심사 사업의 목적이다.

국기원은 "태권도심사관리규정 제4조 태권도심사운영규칙 제3조를 근거로 특별심사를 시행해 민, 관, 군 포함 학계, 일선 지도자 등에게 기회를 부여, 태권도계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취지에도 태권도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특별심사에 반대하는 태권도인들은 응시 자격이나 응시 범위가 파격적인데다 자격을 검증할 기준이 모호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별심사를 추진하자 제도권 내 특정 인사들을 위한 것 아니냐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단 응시 대상의 경우 국기원 단증 보유자 외에도 대한태권도협회(전신 대한태수도협회 포함), 국제태권도연맹(ITF), 통합 이전 태권도의 초기 도장들인 관, 국가협회장 단증 보유자들에게도 응시 자격을 줬다.

이들 유사 단증 보유자는 특별심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뒀지만 태권도 관련 단증만 있으면 누구나 특별심사 자격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태권도인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대목은 응시 범위다.

승단 연령에 제한이 있지만 1·2단 보유자는 6단까지, 3단 보유자는 7단까지, 4단 보유자는 8단까지, 5단 이상 보유자는 9단까지 이번 특별심사를 통해 한 번에 월단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규정에 따르면 최소 44년은 수련해야 최고 9단까지 오를 수 있지만, 태권도계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국기원이 스스로 승단체계를 무너뜨리고 단증의 가치마저 떨어뜨리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이번 특별심사에 응시하려면 단계별로 차등 적용한 25만원∼70만원의 심사비와 함께 100만원∼250만원에 이르는 기금도 내야 한다.

1단에서 6단으로 5단계 월단하려면 심사비 45만원과 기금 250만원을 내야 하는 식이다.

국기원은 "이 기금은 기부금 형태로 국기원 성지화 사업, 태권도장 활성화 사업, 태권도 문화기반 조성사업 등 태권도 발전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기원이 직접 나서서 '단증 장사'를 하려 한다는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국기원은 29일 오후 특별심사심의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응시 자격과 응시 범위 등을 일부 조정하고 검증과정을 강화하는 등 특별심사를 보완하기로 했다.

1∼3단 및 유사단증 보유자는 특별심사 응시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태권도 단증도 심의위원회를 추가 구성해 더 철저한 자격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그럼에도 이번 특별심사는 태권도 승단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태권도인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