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건축 거장 '안토니 가우디' 특별전
안토니 가우디(1852~1926). 생존 당시 찬양과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었던 그의 건축물은 이제 '시대를 앞섰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나무와 곤충, 뱀, 버섯 등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지진에도 안전한 기둥구조와 전위적인 환기구 등으로 승화하고, 깨진 타일과 유리 조각을 뜯어붙여 유려한 곡면을 빚어낸 그의 작품들은 건축을 예술의 경지, 더 나아가 상상력의 영역까지 확장시켰다. 무려 7개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1883년부터 죽을 때까지 전 생애를 바쳤지만 "흉물스런 건축물"이라는 비난 속에 미완으로 남겨졌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그의 죽음 100주기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이 한창 진행중이다.
카사 밀라·파밀리아 대성당 등
건축마다 유려한 곡면 빚어내
생전엔 찬양-비난 동시에
영상·스케치·작품 모형 통해
파란만장한 삶·건축세계 짚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마련된 '안토니 가우디전'은 파란만장한 그의 삶과 천재성을 한눈에 펼쳐 보인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가우디가 왜 평생 자신의 건축에 유려한 곡면을 구현하려 애썼든지 압축해 주는 말로 관객을 맞는 제1섹션은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시절 평면을 공간화하는 개념을 체득하고 거장으로 성장하는 토양이 된 집안 내력을 살피는 영상에서 시작해 전차에 치어 1926년 6월7일 병원 작은 침대에서 숨을 거두고 매장되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훑는다. 특히 가우디 사망 직후 모습을 그린 '임종 맞은 가우디', 그 얼굴을 본뜬 철제 데스마스크, 생전의 흉상 등 조안 마타밀라의 작품은 가우디를 우리 앞으로 곧장 불러낸다.
제2섹션은 바르셀로나 건축학교 졸업작품인 대학의 강당프로젝트, 2학년 때 설계공모전 작품인 '항만시설 계획안'의 스케치, 배치도 등 학창시절 작품을 다룬다. 이어지는 3섹션에선 1878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초기 작품을 조명한다. 평생 후원자이자 고객인 실업가 아우세비 구엘이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계기가 된 1878년 파리 만국 박람회의 코메야 장갑 상점 진열대 도면과 건축가로 초석을 다진 마타로 노동자 협동조합 프로젝트 평면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제4섹션은 구엘을 만나 전성기에 이른 그의 작품 세계를 살핀다. 전통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자연을 모티프로 기묘한 형상을 조형화한 구엘공원, 1918년 구엘의 죽음으로 지하 예배당만 건축된 콜로니아 구엘 성당의 배치도·측면도 등을 선보인다. 특히 구엘공원을 특징짓는 버려진 유리나 깨진 타일 조각을 콘크리트에 붙여 곡면을 덮은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제작된 6각형 기둥 조각 등을 실물로 볼 수 있다.
제 5섹션은 바르셀로나 시가지에 가우디가 건축한 도시 주택으로 그의 독창성과 시대를 앞선 전위적 실험정신을 드러낸 걸작으로 평가받는 카사 밀라, 카사 길베트, 카사 바트요를 세밀하게 드러낸다. 직접 그린 주택의 스케치·배치도·입면도 등 각종 도면은 물론, 물결치는 외관과 복잡미묘한 내부 구조, 소라 모양의 환기구가 설치된 옥상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초대형 카사 밀라 모형을 비롯해 주택의 다양한 모형이 전시됐다. 특히 5섹션 2부 성격의 '도시주택-가우디의 예술과 장식'은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카사 밀라와 카사 킬베트의 대형 문짝들, 철판 띠를 휘어 만든 카사밀라의 철제 난간, 유려한 카사 바요트의 벤치와 집무실 의자, 인체공학적 문고리까지 실물을 그대로 떼어 옮겨왔다. 디자이너 가우디를 살필 수 있다.
제 6섹션은 그가 평생 공들였고 결국 사후 안식처가 됐지만 생전엔 파사드만 완성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죽음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될 미래의 모습을 볼 수있다. 성당 내부 구조와 기묘한 건축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대형 모형은 물론, 건축 당시 너무나 전위적인 모습에 "포도주병과 닮은 아몬드형 첨탑"이라고 조롱한 조지 오웰의 글, 시사만화가 피카돌의 비판 삽화 등을 통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우디를 만날 수 있다.
평생 가우디를 존경해온 조형적 초현실주의 미술가 후안 미로가 그에 대한 오마주로 제작한 꼴라주 작품을 집대성한 '가우디 시리즈'도 이 전시를 풍성하게 한다. 미로가 시리즈 제작을 위해 만든 동판 판화의 원판, 이를 기반으로 종이 등을 붙여 완성한 21점의 작품은 미로와 가우디를 동시에 만나는 기쁨을 안겨준다.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의 가우디 연구기관인 카데드라 가우디의 공식 세계투어 전시로 11월 1일까지 열린다. (02)837-6611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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