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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살라망카, 활기와 열정의 대학 도시

천하한량 2015. 7. 29. 18:01

(살라망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1218년 살라망카에 스페인 최초로 대학이 설립됐다. 이 대학은 130년 먼저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31년 늦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6세기까지 스페인에서 가장 왕성하게 학문과 예술을 꽃피웠다.

또 약 40년간 스페인을 통치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한 파시스트 프란시스코 프랑코 정권 하에서는 저항운동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금 살라망카는 도시 곳곳에 부유하는 자유롭고 젊은 분위기가 가장 큰 특징이다. 인구 15만 명 중 대학생이 7만3천여 명으로, 도시는 활기차고 젊음의 에너지로 넘쳐난다.

↑ (살라망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스페인 살라망카는 자유롭고 젊은 분위기가 도시에 부유하는 대학 도시이다. 사진은 벽화가 그려진 구도심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 2015.7.29 dkllim@yna.co.kr

↑ (살라망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마요르 광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둘레로는 바로크 건축 양식의 화려한 건물과 아치가 있다. 2015.7.29 dkllim@yna.co.kr

↑ (살라망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조개껍데기 모양 부조가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독특한 외관의 '조개껍데기 저택' 내부 풍경. 2015.7.29 dkllim@yna.co.kr

↑ (살라망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필사본과 16세기 이전의 장서 약 100만 권이 소장돼 있는 살라망카 대학 도서관. 2015.7.29 dkllim@yna.co.kr

↑ (살라망카=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살라망카에 밤이 찾아오면 미려한 중세 건축물들은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빛으로 치장된다. 2015.07.29 dkllim@yna.co.kr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구시가 중앙의 마요르(Mayor) 광장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요르 광장 둘레로는 바로크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는 화려한 건물과 88개의 아치가 있다. 아치 상단에는 세르반테스, 아빌라의 테레사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새긴 둥근 메달도 있다.

광장에서는 자유롭게 바닥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노천카페나 식당에 앉아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느낌이 든다.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 보석상 등이 있는 광장의 사방으로는 구시가의 명소가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 세르반테스가 다녔던 중세의 대학

광장에서 남쪽으로 빠져나와 성 마르틴(San Martin) 교회를 지나 노란색의 고풍스런 건물이 들어선 마요르 가(街)를 따라 내려가면 수많은 조개껍데기 모양 부조가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독특한 외관의 '조개껍데기 저택'(Casa de las Conchas)이 나타난다.

15~16세기에 건축된 살라망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물로, 조개껍데기 장식은 건축주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또는 자신이 소속된 수도회를 나타내기 위해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저택 바로 맞은편에는 외관이 화려한 교회(Iglesia de la Clerecia)가 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사각형 정원이 나타나고 2층에는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사각형 발코니가 마련돼 있다. 발코니 한쪽에서 올려다보면 사각형 액자에 담긴 교회의 첨탑 세 개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경이로운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시 성 이시드로(San Isidro) 광장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유서 깊은 살라망카 대학이다. 대학 입구 광장 중앙에는 살라망카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던 교수이자 스페인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시인인 루이스 데 레온(Luis de Leon) 수사가 지그시 내려다보는 동상이 서 있다. 중세에 썼다는 건물 벽면의 글씨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중세의 대학 건물에선 현재 강의가 진행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전 유럽의 석학과 신학자가 모여들어 연구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16세기에 아스테카 왕국을 정복한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와 '돈키호테'의 작가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가 이곳에서 공부했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대륙 탐험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살라망카 출신 화가인 페르난도 갈레고(1440~1507)의 천장화가 있는 공간과 도서관이다. 푸르스름한 바탕에 노랗고 화사한 별들이 있고 전갈, 마부, 뱀 등 별자리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진 천장화는 보는 이를 신화와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또 도서관은 유리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데 벽면의 책장에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중한 필사본과 16세기 이전의 장서 약 100만 권이 소장돼 있다.

◇ 화려한 두 개의 대성당

흔치 않은 경우지만 살라망카 대학 동남쪽에는 대성당 두 개가 맞붙어 있는 건물이 있다. 12세기에 건축된 비에하(Vieja, '오래된'이란 뜻) 대성당과 18세기에 완공된 누에바(Nueva, '새로운'이란 뜻) 대성당으로, 15세기 후반에 살라망카 대학의 인기와 명성으로 인구가 급증하자 오래된 성당 옆에 새 성당을 지으며 대성당 두 개가 나란히 서 있게 된 것이다. 비에하 대성당은 바깥에 출입구가 없고 누에바 대성당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후기 고딕 양식의 누에바 대성당은 외벽의 부조가 특히 화려하다. 출입구 주변의 부조 중에는 해골 머리 위에 앉은 개구리가 있는데, 개구리를 찾는 사람에겐 행운이 깃든다는 이야기가 있어 문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개구리는 살라망카 대학 입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커다란 붉은색 대문을 들어서면 십자가 모양의 웅장하고 화려한 천장에 입이 떡 벌어지고 정교하게 제작된 성가대석과 예배당이 눈길을 끈다. 성당의 외부 발코니에선 살라망카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비에하 대성당에서는 예수의 삶을 그림 53개로 표현한 15세기 제단 장식이 인상적이다. 이 그림 위쪽 아치에는 최후의 심판을 표현한 그림도 있다. 이 제단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양식 제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오르간 중 하나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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