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부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기행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스페인 마드리드 북서부의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o n) 지방에는 아빌라, 살라망카, 바야돌리드, 레온, 세고비아, 부르고스 등 중세 이베리아반도를 호령하던 도시가 별처럼 많다.
얕은 산과 평평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진 그곳에선 어느 도시를 가든 시간이 500년 이상으로 되돌아간다. 성스러움이 깃든 스페인 북서부 내륙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 아빌라, 장엄한 아름다움의 성채 도시
↑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스페인 아빌라는 성벽이 둘러싸고 있는 중세 도시이다. 사진은 성벽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2015.7.29 dkllim@yna.co.kr
↑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빌라의 성벽 바깥으로는 중세와 현대가 뒤섞인 풍경이 펼쳐진다. 2015.7.29 dklim@yna.co.kr
↑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빌라 대성당은 스페인 최초의 고딕 양식 대성당 건물이다. 2015.7.29 dklim@yna.co.kr
↑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빌라 성의 중앙쯤에 있는 메르카도 치코 광장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정갈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2015.7.29 dkllim@yna.co.kr
↑ (아빌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아빌라의 중세 건축물인 돈 후안 데 에나오 궁전은 현재 고급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2015.7.29 dkllim@yna.co.kr
아빌라가 품은 최고의 보물은 12세기쯤 무어인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건축된 성벽이다. 둘레 2천516m, 높이 12m에 성문(城門) 9개와 반원형 탑 87개가 있는 이 웅장한 성벽은 전 세계에서 보존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안쪽에는 성벽만큼이나 오래된 건축물이 빼곡하다. 유네스코는 지난 1985년 아빌라를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려놓았다.
아빌라의 풍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성벽 위다. 성벽 위에는 총길이 1천700m의 탐방로가 마련돼 있는데 성문인 알카사르(Alcazar)와 푸엔테(Puente), 16세기에 건축돼 와인 저장고와 정육점으로 사용된 건물인 카르니세리아의 집(Casa de las Carniceria) 등을 통해 오를 수 있다. 현재 카르니세리아의 집은 관광안내소로 사용된다.
카르니세리아의 집을 통해 성벽에 오르자 안팎으로 건물 지붕의 붉은 기와가 파도 친다. 잿빛으로 바랜 성당은 중후하고 위엄이 있으며, 오래된 집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고색창연하다. 성벽 바로 아래에선 자동차와 사람들이 바쁘게 거리를 오가고, 멀리 초록빛 무성한 들판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야트막한 능선은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안전을 위해 한쪽에 울타리를 설치한 탐방로를 따라 걷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나는 반원형 탑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나란하게 솟은 둥그런 외벽의 탑과 평화로운 도시의 풍경, 녹지가 어우러지며 정갈한 풍경을 연출한다.
◇ 시간을 거슬러 가는 도보 여행
아빌라는 16세기에 기독교 신비주의와 영성의 도시로 크게 번창했다. 성벽 안팎에 성당과 수도원, 궁전이 세워지고 우아한 가옥이 들어서며 제법 큰 도시로 성장했다. 광장과 도로, 미로 같은 골목을 거닐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성벽 안쪽은 동쪽 성문인 알카사르나 페소 데 라 아리나(Peso de la Harina)에서 출발해 돌아보는 것이 좋다. 성문을 들어서면 스페인 최초의 고딕 양식 대성당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12세기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빌라 대성당은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사각형의 육중한 본체가 압도적이다. 성당은 처음부터 요새의 기능을 위해 건축됐는데 건물 뒤쪽이 성벽과 붙어 있고, 주변으론 궁전과 같은 당시 가장 중요했던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성당 광장을 지나 좁고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가면 메르카도 치코 광장(Plaza del Mercado Chico)이 나타난다. 마드리드의 마요르(Mayor) 광장처럼 크진 않지만 정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 1층에는 기념품점과 식당, 카페가 들어서 있어 도보 관광을 즐기다 잠시 쉬어 가기 좋다.
광장 북쪽에는 도미니크회 수도원 건물과 우아한 외관의 궁전, 저택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원 옆의 아름다운 16세기 건축물인 돈 후안 데 에나오(Don Juan de Henao) 궁전은 현재 고급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곳에선 성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곳 뜰에서는 청동기시대의 곰 모양 석상도 볼 수 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북측 성벽의 중앙 출입구로, 성벽 위에 우아한 첨탑이 솟아 있는 카르멘(Carmen) 문이 나타난다. 이 첨탑은 17세기에 성문 옆에 있던 수도원 건물이 낡아 첨탑을 올리기 힘들자 수도원장이 왕에게 간청해 성벽 위에 건축하게 된 것이다.
이제 성문을 나서 성벽을 바깥에서 감상해야 할 차례다. 초록빛 싱그러운 언덕을 내려가면 성벽의 웅장한 북측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다란 성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건축된 반원통형 탑은 적의 침입에 맞서 버티고 선 중세의 기사처럼 위엄이 있다. 구시가 바깥의 길을 따라가며 바라보는 성벽은 더욱 웅장함을 뽐낸다.
한편 성 서쪽의 아다하(Adaja) 강을 건너면 언덕에 육면체 기둥 중앙에 십자가가 있는 석재 구조물(Cuatro Postes)이 서 있다. 이곳에선 아빌라의 황금빛 성벽과 붉은 빛깔 구시가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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