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김춘수님의 글 ' 꽃

천하한량 2015. 5. 25. 02:20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