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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위협하는 '베이비부머의 몰락'

천하한량 2013. 11. 14. 16:30

■ 이형진의 백브리핑 시시각각 - 박성구 SBS 경제부 부장

< 앵커 >
일본을 보면 한국의 앞날이 보인다, 그래서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가 되고 있습니다.

SBS 박성구 부장의 < 데스크파일 > 오늘은 일본에 비춰본 한국 베이비붐 세대들의 일자리 문제를 짚어봅니다.

박 부장님, 먼저 10월 고용통계가 어제 나왔는데요. 베이비부머의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시사점이 있습니까?

< 기자 >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합니다. 막내가 우리 나이로 51세, 여기에서 60세까지입니다.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고용통계를 보면 바로 이 50대의 신규 취업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자리는 5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신규 취업자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47만6천명, 50만명에 육박해 1년1개월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경기 회복세가 반영된 겁니다.

그런데 15세에서 29세 청년층 실업률은 7.8%, 1년전보다 0.9%P 올랐습니다. 이에 비해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신규 취업자는 28만8천명으로 전체 증가분의 60%를 차지했습니다.

< 앵커 >
문제는 일자리의 질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 뒤 너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은퇴자금을 날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자영업자가 늘어난 건 아닙니까?

< 기자 >
자영업자는 고용통계상 계속 감소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에도 1년전에 비해 자영업자가 6만2천명, 1.1% 줄었습니다. 10개월 연속 감소한 겁니다.

너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베이비부머가 주춤했다, 이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출혈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이 몰락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들어 자영업자가 줄었지만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매달 3만명씩 늘었습니다. 이게 뭐겠습니까? 바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몰락하는 자영업자가 창업에 나선 베이비부머 자영업자보다 많기 때문에 통계상 자영업자가 줄어든 걸로 나타난 겁니다.

< 앵커 >
자영업자들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포화상태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점에서 일본의 경우와 비춰보면 시사점이 있을텐데요.

< 기자 >
한국은행 최근 통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308만 8천명입니다. 고령 자영업자 300만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수가 1,63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 꼴로 창업전선에 뛰어든 겁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면서 앞으로 10년간 고령 자영업자는 크게 늘 거라는 게 한은의 전망입니다.

일본도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다시 말해 65세 인구 비중이 7% 이상에서 14% 이상으로 전환하는 시기, 그러니까 20년 전인 1994년부터 고령 자영업자가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 진입 시점이 5년 뒤인 2018년으로 예상되는 데 일본과 같은 궤적을 그린다고 가정하면 50-60대 고령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우리도 일본과 같은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요,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 겁니까?

< 기자 >
은퇴계층의 소득수준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은퇴자의 소득은 은퇴직전 소득의 66.7% 수준입니다. 통계가 나와 있는 재작년 기준인데요, OECD 평균의 82.4%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생계를 위해 창업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또 하나 최근 통계를 볼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63세에서 68세, 60대 중반 계층의 평균 순자산이 2억6천373만원입니다. 이들이 57세에서 62세였던 6년 전에는 4억1천791만원이었는데 1억5천만원 줄었습니다. 은퇴 이후 삶을 위한 경제적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는 이야기 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일본보다 더 빠르게 저부가가치 창업에 내몰려 출혈경쟁에 시달리다 몰락의 길로 가고, 빈곤한 노후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고, 그만큼 국가의 사회복지 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앵커 >
지금도 자영업에 뛰어든 베이비붐 세대가 빈곤의 늪에 빠져 있지 않습니까?

< 기자 >
한마디로 중산층 자영업자의 위기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재작년부터 올 3월까지 베이비부머 자영업자 대출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3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은퇴자금도 모자라 빚얻어 창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영업자는 부채의 규모도 크지만 부채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사채 같은 고금리 부채에다 여러 금융기관에 걸쳐 빚을 진 다중채무자 비율이 높습니다.

< 앵커 >
중산층 자영업자의 위기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렇게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음식이나 숙박업 처럼 손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경쟁이 박 터지는 쪽에 몰린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 기자 >
가장 큰 문제는 방금 지적한대로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 같은 곳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출혈경쟁이 심하다는 점이구요,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이 올라 주거비용이 늘어났고 집을 갖고 있는 경우 집값 하락과 함께 담보가치가 떨어졌다는 게 중산층 자영업자의 위기로 작용한 점이 큽니다.

베이비부머의 위기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이 최근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는데요. 한국의 60대 이상 고령층이 가난하다, 노후준비가 안됐다, 소비여력이 없다, 그 이유는 시대를 잘못 읽었다는 겁니다.

이건 지금의 베이비부머에 적용해도 꼭 맞아떨어집니다. 시대를 잘못 읽은 점으로 두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는 90년대 이후 빠르게 늘어난 자녀교육비입니다. 1991년 33.2%였던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8%까지 높아졌습니다. 자녀수는 줄었지만 입시경쟁 속에 사교육비 부담이 대폭 커진 겁니다. 자녀에 올인하면서 노후자금을 까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둘째는 부동산 불패신화의 종언입니다. 늘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재산목록 1위이자 노후준비의 기본은 내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서 노후자산을 까먹은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겁니다.

< 앵커 >
한 때 우리 경제를 끌어온 베이비부머, 이제는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베이비부머의 현주소와 미래,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겁니까?

< 기자 >
베이비부머의 몰락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위협입니다.

우선 내수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천년대 초반만 해도 소비가 많은 연령대를 순서대로 꼽으면 60대, 50대, 40대, 30대 이하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40대, 그 다음 30대 이하, 60대, 50대로 바뀌었습니다. 30대 이하는 청년 실업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고 50대가 꼴찌가 된 건 베이비부머의 소비능력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자영업자의 몰락과도 궤를 같이 하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는 중산층 자영업자의 몰락에 따른 사회복지비용, 재정지출의 증가입니다. 공적연금과 노인복지수요에 따른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게 된 겁니다.

< 앵커 >
정부도 대책을 서둘러야 할텐데 어제 정부가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도 그 일환이라고 봐도 되는 겁니까?

<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는 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의 20%를 시간선택제로 선발하고 시간선택제 교사 채용 방안도 올해 안에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는 2017년까지 공무원과 교사 등 1만6천500명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기업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 삼성 20개 계열사에서 올해 시간선택제 계약직 6천명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 SK 등 대기업들도 뽑기로 했습니다.

이런 대기업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유통업을 끼고 있는데 비해 삼성의 참여는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각별합니다. 모두 베이비부머와 여성을 일정 비율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다른 제조업체로 참여가 확산될 경우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창출에 상당 부분 기여할 걸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데스크파일이었습니다.

( www.SBSCN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