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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 福도 없는 58년 개띠

천하한량 2013. 5. 13. 02:31

입력 : 2013.05.11 03:05

40代 땐 사오정, 50代 되니 오륙도 신세… 60세 정년 연장 혜택마저 거의 못 받아
78만명 중 상당수는 올 55세 정년 맞아… 法시행 2016년까지 얼마나 남아있겠나


	60세 정년법
개띠 해인 1958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58년 개띠'라고 한다. 단결력을 반영하는 뜻인 듯하지만 "고비고비마다 운(運)이 별로인 '낀' 세대"라는 자조적인 뉘앙스도 있다. 2016년 막을 여는 '정년 60세' 시대에도 이런 징크스가 적용되는 듯하다.

'58 년 개띠' 78만명은 올해 만 55세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단일정년제를 채택한 1881개 회사(직원 300인 이상) 중 707개가 55세를 정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년이 54세 이전인 회사(10곳)를 포함하면, 38%의 회사에서 '58년 개띠'는 올해 말 짐을 싼다. 내년에는 68개, 후년에는 190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적용되기 직전인 2015년까지 52% 사업장에서 '58년 개띠'가 자취를 감춘다. 원래 정년이 60세 이상인 회사를 제외하고 법 적용으로 '58년 개띠'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리는 회사는 25%. 살아남은 58년생들이 58세를 맞은 시점이다.

하지만 '58년 개띠'들은 이조차 "숫자 놀음"이라고 말한다. 이미 쫓겨날 만큼 쫓겨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기업을 퇴직한 송모씨는 "이 나이에 기업에 남아 정년을 기다리고 있는 58년 개띠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2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부인과 서점을 하는 김모씨는 "부장 달고 임원 승진 못 하면 그만둬야 하니 58년생들이 회사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조적으로 말했다. "우리가 40대일 때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이 나왔다. 50대가 되자 '오륙도(56세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놈)'라고 하더라. 후후…."

그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 조정의 공포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외환 위기가 일어난 1997년, '58년 개띠'는 한국 나이로 마흔을 맞았다. 합병된 은행을 관두고 휴대전화 대리점을 하는 서모씨는 "선배들이 벌여놓은 일 때문에 한창 회사에서 재밌게 일할 나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58 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의 앞쪽에 위치한다. 사상 처음으로 신생아 수 80만명을 돌파해 숫자로 뒤지지 않는 연령이다. 하지만 그들은 늘 애매했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첫 적용 연령(서울 기준)으로 '뺑뺑이 1세대'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정작 입시 공포에서 해방된 것은 뒷세대인 '386'이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이 중3 때 갑자기 발표되는 바람에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학교는 '뺑뺑이'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간부인 고모씨는 "다행히 명문고를 갔는데 '뺑뺑이'란 이유로 우리는 후배 취급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송모씨는 "속칭 '삼류 ×통' 학교에 배정을 받았더니 우리도 선배가 선배로 보이지 않았고 선배도 후배를 후배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상당수 58년생은 계속 입시 공포를 겪었다. 전남 출신인 임모씨는 "우리 지역에선 58년 개띠들이 시험 봐서 고등학교 간 마지막 세대였다"고 말했다.

58년생인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조용 교육과정연구부장은 "58년 개띠가 마지막 세대인 것이 딱 하나 있다"고 말했다 "배고픈 시절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한 부모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마지막 세대일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