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7일 스페인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스페인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주는 게 스페인의 누적 국가부채를 급속도로 증대시킨다며 총공공부채 비율이 2015년 국내총생산(GDP)의 95%로 최고조에 달할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스페인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가 은행 부문에 대한 구제금융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할 것이라면서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스 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이 급추락하고 있는 핵심 이유는 바로 파산위기에 처한 금융을 구하는 데 필요한 자금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 비용은 300억 유로 정도였다. 최근 스페인 재무부가 "400억 유로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액수는 늘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대 1000억 유로는 쏟아부어야 위기국면을 넘길 수 있다는 계산서를 내놓고 있다.
피치 역시 7일 성명에서 "스페인 은행 부문의 구조조정과 재자본화에 드는 비용이 현 시점에서 600억 유로로 추산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1000억 유로까지 치솟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스 페인 은행들이 이처럼 심각한 부실상태에 놓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후 값싼 해외자금이 밀려들어오자 호황의 단물에 취해 무절제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저금리 자금은 건설시장의 버블을 만들어냈으며, 2004~2008년 주택가격이 무려 44%나 급등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카하(caja)'로 불리는 저축은행들이 건설시장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늘어나는 세수를 챙기는 데 급급해 적절한 규제책을 세우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
저축은행들은 2003~2007년 해마다 부동산 대출을 30%씩 늘렸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수주를 받는 지역 부동산 개발업체에도 거액을 대출해 줬다. 지방정부 역시 지역기반의 저축은행과 결탁해 온갖 특혜를 부여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지방정부와의 갈등 및 경쟁 구도의 뿌리가 깊은 스페인의 특성상 중앙정부의 행정력과 규제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스 페인 경제의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멈춘 것은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부터다. 부동산버블이 꺼지면서 주택값이 반토막 났고, 실업률은 25%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뒤늦게 지방재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융위기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스페인 금융기관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발표한다. 로이터통신은 7일 IMF가 스페인 은행 전체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규모로 약 900억 유로를 제시할 듯하다고 보도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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