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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속 스페인…청년실업 49% "희망이 없다"

천하한량 2012. 1. 23. 04:17

<앵커>

청년 실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청년 두 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일 정도로 힘든 상황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 스페인 젊은이들의 현실을 이주상 특파원이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스페인의 대표적인 대형 백화점.

가장 큰 행사인 겨울 세일이 한창인데, 한산하기만 합니다.

서민 경기의 잣대인 전통시장 역시 생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시드로/상인 : 요즘은 생선을 사더라도 크기가 작은 것을 찾고, 또 반 토막만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2008년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로 스페인의 실업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23%.

특히 청년 실업률은 49%로 두 명 중 한 명이 실업상태입니다.

이런 경기침체와 청년 실업의 어두운 그림자는 활기차야 할 대학가에까지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취업 걱정을 안하던 의대생들조차 전공을 살리기 힘들 만큼 스페인의 실업난은 심각합니다.

[에스테르/국립 마드리드 의대 2학년 : 전공을 살리지 못한다면, 아무 일이든 하고 싶어요.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요.]

일자리 때문에 아예 스페인을 떠나겠다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마리아/국립 마드리드 의대 졸업반 : 가능하다면 미국으로 가서 일하고 싶어요. 스페인에서는 사실상 일자리 찾기가 불가능하거든요.]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도 힘들다는 점입니다.

스페인은 지난 주 가까스로 66억 유로 규모의 국채발행에 성공했지만, 신용등급은 올해 들어 두 단계나 하락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자 자포자기하는 경향마저 생기고 있습니다.

요즘 스페인 청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공부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Ni-Ni 세대'라는 신조어가 그런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정체와 청년 실업의 악순환 속에서 스페인 젊은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종희, 영상편집 : 김경연)
이주상joos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