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들은 다른 나라 노인들보다 훨씬 많이 일하면서도 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자식의 부양을 바라기는 힘들고, 그나마 기대했던 국민연금도 바닥난다니 마음만 다급해진다.
◇통계로 본 '고단한 노후'=통계청이 발표한 '201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9.4%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하루 일과 중 근로시간은 2009년 기준 1시간39분으로 스페인(7분)은 물론 미국(42분), 영국(14분), 네덜란드(10분) 등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길다.
그럼에도 55∼79세 노인들은 절반 이상(58.5%)이 취업을 원했다. 다름 아닌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다(54.9%)'. 과거 자식이 부양해주던 것과 달리 부모 세대가 스스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 반면 노후 준비는 허술하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중 51.9%가 본인 또는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충당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49.7%)은 직접 일을 해 돈을 마련했다.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과 그에 따른 삶의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취업자 중 45.2%가 농업을 포함한 자영업자였다. 농촌의 고령화,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이 수치는 앞으로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노후 준비 부실, 외로움만 가중=노후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 줄 국민연금 등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미하다. 정부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국민연금 수령액을 조사한 결과 평균 45만8000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기금고갈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 준비를 했다는 사람은 아직 절반도 채 안된다. 2009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중 '노후 준비가 돼 있다'는 사람은 39.0%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책이 없거나 자녀에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독거노인가구는 100만 가구를 넘어서 전체 가구의 6.0%를 차지했다. 노인들의 시간은 TV가 때워줬다. 노인 실태조사 결과 여가활동 시간 중 TV보기가 3시간27분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인들이 가장 많이 걱정 하는 것은 건강(89.2%)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했을 때 전반적인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48.6%)에 달했다. 외롭고, 걱정 많고, 일 많이 하는 한국 노인의 현주소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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