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이자 부담… 물가는 오르고… 적자 가구 비율 30.5%… 5년來 최고
가계 빚 얼마나 늘었나 - 가구당 4611만원 작년비 7%↑ 대출금리 올라 이자費 11.7%↑
생활비 얼마나 쪼들리나 - 月 교통비 1년새 11.5%↑ 식료품비는 8.4% 증가
초등학교 3학년과 4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김모(41)씨 부부는 지난달 가계부에 적자가 났다. 아내가 전업 주부인 김씨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월 500여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아이들 사(私)교육비로 월 100만원, 아파트 관리비로 월 30만원, 연금저축 20만원 등 고정 비용 때문에 월급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나간다. 게다가 2년 전 연 4% 초반의 금리로 빌린 주택담보대출(2억500만원) 금리가 이제는 연 5%대로 올랐다. 한 달에 내는 이자는 70여만원에서 90만원대로 늘었다. 김씨는 "최근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아이들 생일이 몰려 있어 외식을 몇 번 했더니 결국 적자가 났다"며 "집값은 그대로인데 금리는 오를 일만 남은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가계 살림이 쪼그라들고 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금리는 꿈틀거리고, 빚내어 산 집값은 떨어지고…. '적자 가계부'를 쳐다보며 잠 못 드는 가장(家長)들이 늘어나고 있다.
◆적자 가구는 늘고, 부채도 늘고
올 들어 4%대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적자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1~3월) 적자 가구 비율은 30.5%로 지난 2006년 1분기(30.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 가구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를 가리킨다. 적자 가구들이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이용하면서, 은행권 마이너스 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2000억원, 5월 1조9000억원 등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1분기의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68만2000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이던 2009년 1분기(68만9000원)를 밑돌았다. 그동안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47만2000원에서 385만8000원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소득은 늘었지만, 여윳돈은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가구당 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가계 빚은 지난 3월 말 현재 4611만원으로 작년 같은 달(4309만원)보다 302만원(7%) 늘어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가계가 갚을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안정적으로 늘어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이자와 높은 기름값·식료품비가 생활비 상승 주범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구당 부담하는 이자도 늘어나고 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8만13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7만2700원)보다 11.7% 증가했다.
대출 금리는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7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했고, 연내에 1~2차례 더 올릴 것이란 예상이 많아 대출이 많은 가장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27일 연 3.56%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은행들이 CD 금리에 2~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여 변동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주택담보대출 받은 사람들은 연 5.6~6.6%의 금리를 부담하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중반 많은 가장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았다'고 고통을 호소했던 연 7%대에 근접하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소득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서면 금리 부담 때문에 적자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가 올라 생활비는 쪼들리고 있다. 기름값이 오른 여파로 가계의 1분기 월평균 교통 소비액은 27만8700원으로 1년 새 11.5% 늘었다. 식료품비는 월평균 32만2900원으로 1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보통은 소득이 늘면 식료품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식료품비가 워낙 치솟다 보니 지난 1분기엔 엥겔계수(소비 중 식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13.2%로 1년 전(12.7%)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저소득층은 복지 정책으로 지원이 가능하므로 중산층을 살려야 가장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처럼 대기업 발목 잡기보다는 내수 서비스업 활성화로 가계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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